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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지 마라

Jan 2, 2020 ·4분 ·jkyoon · 2,932

한번이라도 목숨걸고 살아본적이 없다면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지 마라

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꼭 챙겨보는 두 프로그램이 채널 A의 이만갑 (이제 만나러갑니다)과 TV조선의 모란봉클럽이다. 또 유튜브 방송인 배나TV도 시간날 때마다 챙겨본다.

#이만갑
#모란봉
#배나TV

탈북스토리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민속방법론의 뛰어난 학습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속방법론 ethnomethodology이란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질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깊숙한 참여자의 시각으로 연구하는 방법이다. 주로 쓰는 방법이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는 것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이 당연시하는 것을 해체할 경우 사람들은 이 해체된 질서를 어떻게 복원하는지를 관찰하는 방법을 쓴다. 이만갑이나 모란봉 클럽은 탈북자분들이 한국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와서 적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남한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참여자이자만 객관적이고 보이는 그대로의 날 것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민속방법론 과정을 통해 남한이 당연시 여기고 있는 질서 어디에 흠집이 있고 이런 문제를 고친 건강한 질서는 어떻게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민속방법론에 대한 학자로서의 관심은 최근 리더십의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리더십의 핵심은 리더가 되기 위해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서 어떤 목적지까지의 여정 journey에 성공하는지의 문제이다. 뛰어난 리더십은 지식으로 습득될 수 없다. 리더십은 여정에 대한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벗어나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 헤메는 영웅의 여행의 과정이다.

탈북민들은 따지고 보면 다 한 차례의 영웅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분들이다. 영웅의 여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감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아포리아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앞이 보이지 않고 해답이 없는 감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그냥 아포리아의 상태에 갇혀서 산다. 감옥이라는 깨달음을 체득한 사람들만이 이 아포리아의 감옥에서 탈출을 꿈꾸고 실제로 감행한다.

아포리아의 감옥에서 탈출을 감행해서 성공하면 바로 디아스포라의 집떠난 생고생이 시작된다. 디아스포라의 생고생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감옥이라 하더라도 익숙한 악마의 세계가 낫다고 생각해서 감옥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가기도 한다. 이들의 감옥으로의 귀환을 막는 것은 오직 새로운 오아시스의 신세계를 찾아서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 때문이다. 탈북인들은 신세상을 꿈꾸며 중국이나 몽골로의 기약없는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탈북인들은 중간에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영원히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몽고 어디 중간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목적지로 정한 신세계는 대부분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다.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라는 오아시스를 찾아서 헤메는 여정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여정이다. 어떤 분들은 디아스포라 여정 끝에 한국에 도착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중간에서 실종되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잡혀서 자신의 감옥으로 다시 북송되거나 디아스포라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아포리아의 감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포리아와 디아스포라를 경험해서 한국이나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모두 자신을 노예상태에서 구해낸 영웅들이다. 아포리아와 디아스포라에 잠재된 죽음과 싸워서 이겨낸 사람들이다. 모든 리더들인 이들 탈북민들이 경험하는 아포리아에서의 탈출과 디아스포라의 헤멤을 통해 자신의 목적의 고향에 도달한다. 리더는 자신을 아포리아의 감옥에서 탈출시켜서 구해낸 영웅들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탈북민과 같은 영웅의 여행을 감내한 리더들은 얼마되지 않는다. 탈북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자신에 대한 리더십의 상당부분을 검증한 것이다. 탈북민들은 리더십의 자질로만 고려한다면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되는 엄청난 리더들이다. 죽음과 싸워서 자신의 진실된 스토리를 세운 영웅들의 현재의 생활형편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해서 우리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나는 이런 아포리아와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탈북 영웅들이 우리나에 많이 정착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통일이 요원한 상태라면 이들 뛰어난 영웅들이자 리더들을 받아들여서 우리의 국민으로 제대로 정착하게 도와주는 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인구절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영웅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검증한 초특급의 인재들을 영입하는 중대한 사명에 관한 일이다. 지금 2019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숫자는 3만 3천명 수준이다. 국경경비의 경화와 중국의 탈북민 정책, 탈북비용이 치솟아서 올해는 탈북민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안타갑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힘든 문제에 민간단체들이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의 손길을 보냈으면 한다.

탈북인 여러분을 열열히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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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