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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는 인재다

Feb 1, 2020 ·5분 ·admin · 4,449

이 병원에 의료사고가 예견된다!
안전사고는 인재다

MBC가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종국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유 원장이 이국종교수에게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고 욕설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이국종 교수가 주눅이 들은 목소리로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답한다.

나는 이 보도를 보고 조만간에 아주대 의료원에 의료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왜 그럴까?

안전사고는 자연재해에 의해서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99%가 인재이다. 사실 시스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까지 부문이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은 수도 없는 경고를 보낸다. 어떤 이유인지 이 경고가 무시되고 이 경고를 조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되어 전달되지 못한다. 경고가 지속적으로 숨겨져 임계점에 도달하면 버티지 못하고 사고로 터진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도 마찬가지고,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도 마찬가지이며, 장치형 공장에서 벌어지는 대형사고는 특히 인재다. 가장 위험한 믿음이 안전교육을 통해 이런 안전사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스템의 경고를 무시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루트를 바꾸어서 두더지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본인이 연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인재로서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모든 조직은 심리적 안정지대가 무너진 조직이다. 특히 심리적 안정지대를 구축해주는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진 경우다. 이 사명이 튼튼한 울타리로 작용하고 있는 한 이 울타리가 만들어낸 심리적 안정지대를 공유하는 모든 구성원은 한 가족이자 동료이자 파트너이다. 울타리 안의 모든 사람들은 운명의 파트너가 되어 사명을 제대로 전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서로의 학습과 성장을 격려한다.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실수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피드백되어 안전사고로 번지기 전에 학습된다.

조직에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순간 통제의 기제가 자율적 통제에서 군대식 통제로 바뀐다. 사명이 사라진 군대식 통제 조직에서 실수는 학습이 아니라 그냥 쓸모없는 연속된 실패일 뿐이고 비용일 뿐이다.

환자의 생명에 대한 사명이 무너진 이윤만을 추구하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조직을 통제하는 방식이 군대식이다.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의사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군대식으로 통제된다. 군대식 통제에서 생각을 하도록 허락된 사람들은 고참뿐이다. 하급자는 이 사람의 생각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댄다. 하급자가 일사분란하게 손발이 되어주지 못하면 곧바로 응징에 들어간다. 전통 군대식 갑질이 시작이다. 아주대 의료원장이 보인 것처럼 의사들간 욕은 그냥 일상이다.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조직에서 실수나 사고에 대한 책임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혁신이 금기시된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인턴이나 레지턴트를 철저히 군대식으로 가혹하게 통제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혁신하다가 사고치기보다는 중간수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난히 어울려사는 무사안일주의를 표준으로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이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조직에서 겪는 비극이다. 사명이 사라진 병원은 책임공방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간 아니 모든 직원간 피드백과 소통이 사라진다. 모든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피드백 루프가 끊기는 현상에 기인한다.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순간 병원은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의사중심으로 돌아가는 군대가 된다. 의사간 간호사간 실수의 전조가 될 수 있는 시그널들이 있어도 자신의 책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피드백되거나 공유되지 못하고 숨겨진다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폭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고로 터지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고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군대식 통제는 더 강화된다. 사명을 잃자 병원의 존재목적이 의료사고를 내지 않는 것으로 치환되었다. 이런 병원들은 생명을 더 잘 살리기 위한 자발적 학습이 일어나지 않아서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결국 퇴출의 수순을 밟는다. 이런 병원에서는 환자체험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명을 잃는 순간 군대식 통제의 문화는 병원의 공통적 특성이 되고 심지어는 의료원장이라는 의사가 자신보다 전문성이 뛰어난 다른 의사에게 욕을 한다.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책임공방 때문에 군대식 위계로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들이 사명의 울타리를 상실한 댓가로 치뤄야하는 갑질과 통제의 비용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안전사고는 현장에서 발생하는데 이 현장에서 뵤내는 사고의 시그널이 의료원장까지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명의 울타리는 차지하고라도 환자를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만 할 수 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다. 의료원장이 간호사나 직원을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다 경영을 하는 의사가 환자를 고장난 기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명을 잃은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된 안전사고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까지는 수도 없는 시그널이 전달되지만 피드백 루프가 끊어져서 이 시그널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명을 복원해서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하는 문화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문화가 구축되지 못하면 이런 인재를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교육으로 안전사고를 전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병원과 비슷하게 심리적 안정지대가 무너져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던 조직은 검찰이다. 검찰은 자신들이 그간 저질러온 실수를 감추다 국민들에 의해 강제로 수술대에 올랐다. 자신들이 수술대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자신들이 저지를 큰 일련의 실수를 감춰온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것을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어린애처럼 떼쓰듯 반발하고 있다. 애처롭기 짝이 없는 조직이다. 위계가 아닌 전문성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검찰의 위상은 끊임없이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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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른 이야기지만 이번 이국종교수와 의료원장 간 갈등은 정부가 운영해야 할 외상센터를 특정한 사람을 보고 사립병원에게 외주를 준 것이 문제다. 외상센터는 정부가 설립해서 공익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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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