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사회의 종말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평균사회의 종말
미래로 진화하는 여러가지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예측하는 방향은 마이크로 소사이어티(micro society)가 미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의 특징은 평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조직되던 모든 생산, 분배, 소비의 구조와 기능이 개인 간 맞춤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쥴단위로 해체되는 것을 경험한다. 요즈음 소위 기업과 산업에서 회자되는 디커플링도 획일적으로 통합된 구조와 기능이 모쥴로 해체되는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이다.
3D 프린팅과 이를 팩스처럼 전송하는 시스템이 활성화 됨에 따라서 제품의 제조가 자본과 기술과 공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모든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로 해체된다. 공장의 민주화이다. 공장이 민주화 됨에 따라서 모든 개인은 생산자이자 소비자이자 유통업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맞춤형으로 생산하다가 주변 사람에게 반응이 좋으면 많이 만들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도 할 수 있다.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는 평균을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하는 거버넌스가 사라지고 개인들간 의미 있는 차이와 변이를 거버넌스의 표준으로 삼는 사회를 의미한다.
마이크로 소사이어티가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각자가 이끄는 <혼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개인화된다. 자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싸를 구성하고 끈끈함 없이 시크하게 흩어지는 사회가 주류가 된다. 들뢰즈가 예측하고 있듯이 개인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간 차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개인들의 취향을 중심으로 급격한 사회적 해체가 진행된다. 개인중심으로 국가도 해체되고 사회도 해체되고 조직도 해체되는 수순을 겪는다.
하지만 이러한 해체 경향과는 반대로 이들 <혼자 사회>의 고립된 개인들을 묶어주는 거버넌스 형태도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조직이 그것이다. 플랫폼 조직은 모쥴로 분화된 것들을 새로운 목적에 따라 컨버전스 시켜서 필요한 사람들이 이 경계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플랫폼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사장이 아니라 플랫폼 조직이 천명한 경계에 해당하는 목적이다. 목적이 사장을 해고하고 사장은 이런 플랫폼을 관리하고 운영하고 설계한다. 전통적 조직에서처럼 사장이 앞에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없다. 이미 많은 회사에서 플랫폼 조직형태의 거버넌스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전환 밑에 흐르는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플랫폼 형태의 가버넌스가 심화될수록 전통적 관리자들은 대부분 해고되는 수순을 겪는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SNS로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은 거대 언론이 만들어내는 담론을 어린이처럼 수동적으로 받아 소화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유튜브가 선도하는 SNS를 통해 자신이 신문기자이고 PD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들이 정보를 생산해내고 소비하고 전파한다. 독자가 정보의 생산자이고 소비자이고 유통자가 됨으로써 정보생산과 유통이 완전히 민주화된 것이다. 이런 경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거대 방송사나 신문사 뿐이다. 아직도 소통이 민주화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신문기자들이나 방송기자들만 정부의 언론발표나 다른 발표를 그냥 어린애처럼 받아쓰기 하여 자신이 아직도 유일한 생산자로 착각해가며 더 이상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 죽은 매체를 통해 내보낸다. 지금 젊은이들은 조간신문이나 정해진 시간에 다 들을 필요가 없는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다. 차라리 Daum에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에 가서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를 선택해 자신이 편한 시간에 소비한다.
대학교도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경향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생산하고 가르치는 교수와 배우는 학생들이 일정 기간을 이수하면 졸업장을 수여하는 전통적 대학 형태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의 경향과는 반대로 가는 경향이다. 이미 대부분 대학에서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은 구글에 더 잘 나와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미 지식의 생산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장을 미끼로 다른 곳에도 다 나와 있는 학습내용을 비싼 돈을 주고 계속 사도록 강요한다.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변화한 직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해낸다는 보장은 없다. 미네르바 대학과 같은 마이크로 대학들이 대학들을 해체하는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를 제대로 제시할 수 있는 대학은 살아남아 마이크로 대학형태로 자신을 해체할 것이다. 이 해체된 것들을 모쥴로 엮어서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마이크로 대학이 늘어날 것이고 이 마이크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은 마이크로 러닝이다.
정치영역도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마이크로 정치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즉시적 직접선거가 가능해서 누군가 대표자를 뽑아서 나 대신 이익을 대변해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 브로커 역할을 해왔던 정치가라는 직업이 해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실제로 디지털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해체되고 이들의 지위가 예전과는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평균을 계산해서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평균사회는 급속하게 해체되고 개인들의 욕구를 맞춤형으로 충족해주는 사람들이나 기업만이 살아남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이다. 미래 사회는 평균에서 벌어져 있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변이에 대한 체험이 표준이 되는 사회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의 생산과 소비와 분배는 욕구의 주도권을 가진 개인들을 중심으로 민주화된다. 또한 이들에게 자신의 차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존재이유를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줄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시대의 마지막 리더로 추앙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