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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를 심다

May 17, 2020 ·4분 ·admin · 2,984

사과나무를 심어야 하나?
생산적 일상
코로나로 일상이 멈춰진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생산적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내일 설사 지구가 멈춘다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까? 아니면 코로나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어느 산골에 수도승이 수도를 하고 있다. 이 수도승이 세상과 교신하는 유일한 방법은 낡은 단파 라디오를 통해서다. 어느날 수도승은 단파 라디오를 통해서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일 개월 빨리 올 것이라는 예보를 듣게 된다. 마음이 급해진 수도승은 의사결정의 기로에 놓인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겨울나기 땔감 준비를 위해서 톱의 날을 세우고 도끼의 날을 세우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수도승은 아무래도 지금이라도 당장 나무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날이 녹이 슬고 무뎌진 톱과 도끼를 들고 나무를 하러 나간다. 그러나 누구나 다 예측했듯이 힘만 들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마음이 더 바빠진 수도승은 지금까지 했던 대로 더욱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수도승이 그러면 그럴수록 더 쉽게 지쳐 갔다. 그 해 겨울 수도승은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나무를 못해 동사하고 말았다.
샤뮤엘 베케트의 희곡 <행복한 날들>엔 50대인 아내 위니와 60대인 남편 윌리가 나온다. 1막에서 위니는 허리까지 모래 속에 파뭍혀 있고 2막에서는 목까지 묻혀있다. 위니의 운명은 결국 모래 속에 파뭍혀 생명을 마감할 운명이다. 극 간간히 남편이 왔다 갔다 하지만 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다. 모래 속에 파뭍혀 죽어가는 와중에도 위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을 한다. 주인공 위니는 하루종일 의미 없는 대사를 쏟아 놓는다. 모래는 그녀가 평생을 통해 축적해놓은 재산과 욕망의 상징이다. 행복한 날들에서 위니는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술을 외운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 될거예요. 오늘은 행복했어요.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주술처럼 자신에게 오늘도 행복했어요 하고 외치지만 그녀에게 행복은 신기루이다. 그녀는 평생을 쌓아온 부와 욕망의 모래 구덩이에서 서서히 죽는다.
경영학자들의 삶아 죽는 개구리 실험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어서 누구보다 변화를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갇혀 살고 있다. 이런 개구리를 잡아다 냄비 속에 집어 넣고 서서히 온도를 가해본다. 서서히 온도를 가하면 개구리는 자신이 적응했다는 믿음에 갇혀서 결국 온도가 비등점에 오를 때까지도 끓는 냄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개구리는 바쁜 일상에 빠져서 냄비가 뜨거워져도 냄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이다.
세 가지 사례에 흐르는 공통적인 문제는 편재한 죽음의 문제이다. 이 편재한 죽음의 동반자는 바쁜 일상이다. 세 일화는 우리는 어떻게 바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죽음의 나락에서 우리를 구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은자는 나무를 충분히 해놓지 못하면 겨울을 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니는 돈이나 명예 등을 축적하면 삶은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에 갇혀살고 있고, 개구리는 자신이 충분히 변화에 적응했다는 믿음에 갇혀 살고 있다.
잘못된 믿음 속에 갇혀사는 삶이 생명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 못할 때 사람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기 확신을 위해 동원하는 것이 스스로를 바쁘게 돌리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쓸데 없는 일도 만들어 바쁘게 지낸다. 바쁨으로 잘못된 믿음을 숨기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지만 심리적으로 죽음을 당한 좀비의 삶을 살게 된다. 바쁨을 연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기진맥진해지는 죽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생활을 지속시키려면 금방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설탕과 고기에 의존해야 한다. 결국 오랫동안 고기와 설탕에 의존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기저질환을 벗어나지 못한다. 바쁜 삶은 비명횡사하는 것을 막아주지만 대신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으로 삶을 연명하거나 아니면 기저질환으로 고생하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스나미가 덮치면 돌연사를 면하지 못한다.
포춘 500대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한 그린피크 연구는 이 죽음의 덫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를 제시해주는 연구이다. Fortune 500대 기업의 CEO로 등극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쟁자에 비해 무엇 때문에 CEO가 될 수 있었는지를 질문했다. 포춘 500대 기업의 CEO로 등극했다는 것은 죽음의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조직의 죽음의 문제도 해결한 사람들이다. 이 연구결과가 제시한 결론은 단순하다. 대부분의 CEO의 답은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도 탈락한 사람들에 비해 역량이나 지식이나 경험은 비슷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바쁨을 핑게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 답이다.
자기성찰은 삶의 리셋이다. 탈로하지 않고 끊임없는 성공과 행복을 구가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달린 사람들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멈춰서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리셋하는 훈련이 철저하게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거대공룡으로 죽어가던 MS를 부흥시킨 나델라도 hit refresh라는 방식으로 MS를 살려냈다. Hit refresh는 코딩용어로 코팅이 잘못되었을 경우 잘못이 시작된 지점을 찾아서 주기적으로 다시 부팅하는 것이다. 바쁘게 살다보면 길을 잃었으면서도 잘못된 길을 계속가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가게 된다. 뒤늦게 깨닫지만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세상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쉬지 않고 바쁘게 달린 사람들이 아니라 중간 중간 쉼을 통해 자신의 나침반도 정검하고 자신의 가진 톱의 날로 점검한 사람들이다.
코로나에 의해 일상이 물리적으로 멈춰진 지금 생계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벗어난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고민하기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던 톱날의 날을 세우고,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주는 나침반의 극성을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내일 지구가 종말을 고해도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면 이런 일들이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 아닐까? 내 일상을 되돌아보며 지난 삶을 Hit Refresh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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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