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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던진 주사위에 대한 항변
신이 던진 주사위에 대한 인간의 항변
다양성 관리의 새로운 이슈
타고난 운이란 신이 던진 주사위 놀이의 결과이다.
외모가 준수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운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운이다. 어느 지역 출신으로, 어느 세대에 태어났는지도 운이다. 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부모에게 태어난 것도 운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이나 남성의 몸으로 태어난 것은 운 중에 가장 큰 운이다. 어떤 부모 밑에 어떤 성性으로 태어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준수한 외모와 재능과 재력까지 물려받았다면, 한마디로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재력이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머리도 좋고, 외모도 준수하고, 남성이라면 유전자 복권에 여러 차례 동시에 당첨되었다 할 수 있다. 소수에 대한 편견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 유전자 복권은 써도 마르지 않는 복권 당첨금을 건네준다.
성 다양성을 포함해 인간들의 다양성에 관한 논란은 신이 던진 주사위 놀이에 대한 인간의 항변이다.
인간들은 신이 던진 주사위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특정한 사람을 너무 편애하고 있다는 공정성과 차별의 철폐에 집중해 왔다. 인간의 항변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이를 통해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공정성은 신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간의 논변으로는 지극히 미시적이다. 공정성은 ‘하나의 잣대로 서로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다는 동일성’을 전제로 하는데, 다양성을 통해 인간이 꿈꾸고 있는 세상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차별적 가치를 기여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공정성과는 전제가 다르다.
공정성은 가치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다는 동일성을 전제한다. 모든 사람은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평등한 기회, 투명한 과정, 결과적으로 공정한 분배를 주장한다. 하지만 소수자들은 공정성 게임에서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행운의 주류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부모의 재력이나 물려받은 재능이 미천한 소수자들은 소위 평등한 기회에 따라 선수로 선발되는 순간 자신은 이미 주류를 위한 공정성 치켜세우기의 들러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들은 신이 미리 던져놓은 주사위를 계승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한다.
복권의 묘미는 과정의 수고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권에 당첨된 주류들은 과정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 소수는 기회 평등이라는 출발선에 서기 위해 이미 많은 체력을 소모한 상태다. 주류는 기회 평등의 허점을 이용해 노력만으로 출발선에 서야 하는 소수에 비해 이미 앞에서 달리기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다.
시작부터 신이 던져놓은 주사위의 행운을 계승해 미리 우승을 거머쥐었음에도 주류는 신이 뒤에서 주사위를 던져 주었다는 것을 숨기고 겉으로 기회 평등을 거론하며 스스로 정당화한다. 출발점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와 투명한 절차를 적용해 가며 다른 결과를 산출한 것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결국 불공정성을 세탁해 주는 격이 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준비되지 못한 소수가 섞여 있는 경주에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외치는 것이 신이 던져 준 주사위 당첨자들이 가져가는 결과에 대해 정당성의 논리를 제공해 줄 뿐인 것이다. 다양성 논의가 지금처럼 공정성 논의에 매몰되면 다양성 논의는 본래의 의도를 실현하지 못하고 좌절당한다.
다양성 이슈에서 동일성을 전제로 한 공정성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제대로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는 포용의 문제와 이 포용에 초대된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더 큰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모두가 번성을 누리는 상태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 다양성이 실현되는 사회는 각자의 차이가 그대로 인정되고 이 차이들을 통해서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평등한 기회와 투명한 과정을 최대한 보장했음에도 다양성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동의하는 더 큰 차이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다양성 관리는 실패한 것이다. 공정성은 다양성을 통해 만들어 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즉, 다양성에 관한 이슈의 본질은 공정성 문제를 넘어 소수를 차별적 참여자로 배려하고 이들이 차이를 발휘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체의 차이나는 번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번성을 통해 참여한 모두가 차별적으로 혁신하는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 다양성의 핵심이다. 번성의 상태가 점증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차별적 기회를 풍성하게 누리게 만드는 것이 다양성 관리의 목적이다.
다양성 관리의 핵심은 차이를 통해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