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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통수도 볼 수 있는 혜안: 슬기로운 교회생활
뒷통수도 볼 수 있는 혜안:
슬기로운 교회생활
오늘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우리 가족을 대표해서 교회에 다녀오신 분에게 크리스쳔으로서 슬기롭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
<오늘 목사님 말씀 좋았어요?>
아차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 되었다.
<좋았어요?>라고 물어본다는 것은 나서서 삶을 범주화해서 판단한다는 것이다. 범주화는 자신의 가치판단을 기준으로 세상을 임의의 범주로 나눠놓고 상대에게 한 쪽 선택하게 강요하고 이 선택을 기반으로 다른 쪽을 폄하하는 편견의 감옥에 가두는 활동이다. 모든 범주는 편견의 첫걸음이다.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임의로 범주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반드시 서열화한다. 우리 삶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습적 범주화는 좋았어요/나빴어요의 질문에서 시작되어진 범주화이다. 범주는 모든 편견이 시작되는 원천이다. 이 질문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에 편재한 편견과 차별의 상당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사회정체성이론(Social Identity Theory)이론을 만들어낸 핸리 타이제펠(Henry Tajfel)과 존 터너(John Turner)는 역사에 남을 실험을 통해 아무 의미도 없이 임의로 할당된 범주가 차별과 편견의 시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은 실험대상 학생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제비뽑기를 시켰다. 제비뽑기로 빨간 스티커나 파란 스티커를 뽑게 하고 이들이 제비뽑기 결과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닌데 빨간 스티커를 받은 학생들은 빨간 스티커끼리 파란 스티커를 받은 사람은 파란 스티커 끼로 같이 모여 앉았다. 같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과제를 시키고 여기서 얻어진 성과를 임의로 상대집단의 성원과 자기집단의 성원에게 배분하는 일을 시켰다. 당연히 학생들은 공정하게 배분해야 할 규칙을 어겨가며 자기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유리하게 상대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배분했다. 이 실험은 아무 뜻이 없는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역사적 실험이다.
현상학을 만든 후서얼은 우리가 상대를 볼 때 상대의 앞모습 뿐 아니라 뒷통수까지 볼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중지를 제안했다. 보다 더 전문적 용어는 괄호치기(Bracketing)이다. 상대에 대한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는 판단을 괄호로 묶어놓고 상대를 상대로 제대로 알아내는 다른 모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좋고 나쁨의 판단을 중지하고 이 괄호 안을 들여다보는 욕망을 자제하고 상대를 제대로 알아내는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후서얼은 우리 인간이 판단을 중지하고 상대를 범주화 시키지만 않을 수 있다면 상대의 뒷통수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주에도 팬데믹 때문에 우리 가족 중에는 대표 한 사람만 예배에 갈 것이다. 이때는 절대로 목사님 설교 좋았어요라고 묻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해본다. 목사님이 설교에서 무슨 말씀하셨어요? 목사님 설교 때문에 당신 삶의 어떤 부분이 부활을 경험하셨나요? 등의 수준 높은 질문을 던져보리라고 굳게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