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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사회에서 협업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수목형 경제 vs 리좀형 경제

Aug 18, 2020 ·5분 ·admin · 3,966
협동사회에서 협업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수목형 경제 vs 리좀형 경제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소크라테스 독서 클럽에서 도반들과 같이 들뢰즈의 <천의 고원>을 읽고 있다. 들뢰즈는 기존의 철학을 동일성과 이원론을 기반으로 하는 플라톤 칸트 헤겔로 이어지는 수목형 모형과 뿌리의 상호연결과 생성과 공진화를 강조하는 리좀형 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들뢰즈는 사회가 신자유주위적 경영전략과 역량기반 경쟁력을 강조하는 경향에서 생태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디지털 플랫폼 사회로 이행될 것임을 오래전에 예견했다.
신자유주의 수목형 사회와 생태계의 공진화를 강조하는 사회는 일하는 방식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신자유주의 수목형 경제에서 일하는 방식은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워한 협동(cooperation)이 강조되는 반면 생태계의 공진화를 강조하는 리좀형 경제에서 일하는 방식은 협업(collaboration)이다.
둘간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두 가지 기제가 사회를 진화시키는 기제로 작동될 경우 어떤 기제가 사회를 진화시키는 더 중요한 메카니즘일까?
나와 동료(Lawler, Thye)는 이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협동을 대변하는 3가지 방식(협상거래, 호혜교환, 일반교환)과 협업을 대표하는 생산적 교환이라는 방식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Social Exchange and Micro Social Order.”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73 (4): 519-542, 2008).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협동이 아니라 협업의 방식이 모든 측면에서 더 사회의 공진화와 구성원들의 변화에 기여했다.
먼저 협동(cooperation)이란 개인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장에서의 다양한 교환방식을 일컬는다. 즉 내가 쌀을 가지고 있고 상대가 채소을 가지고 있을 때 내가 가진 쌀을 상대의 채소와 교환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협동교환이다. 쌀과 채소를 그냥 맞바꿀 수 없으므로 채소 한 근당 당 쌀 얼마를 바꿔야 하는지 흥정을 해야 한다. 흥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을 협상거래(negotiated exchange)라고 칭한다. 또한 사회도 시장이다. 상대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가 도와주고 반대로 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대가 나를 도와준다. 내가 상을 당했을 때 친구들은 나를 도와주고 친구가 상을 당했을 때 내가 도와준다. 이런 사회적 거래 경우는 특정한 시기가 설정된 것도 아니고 가격도 정해진 가격이 없다. 호혜교환(reciprocal exchange)이라고 칭한다. 마지막 협동방식이 일반교환(generalized exchange)이다. 협상교환과 호혜교환이 둘 사이의 협동의 문제라면 일반교환은 더 많은 사람들이 관련된 협동이다. 품앗이를 생각해보면 된다. 동네에 벼심기를 해야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집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벼심기를 한다. 이것을 일반교환이라고 부른다. 수재의연금을 모금하여 전달하거나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거래도 다 일반교환에 속한다. 협상거래, 일반거래, 호혜교환 모두는 개인들이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협동방식이다.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런 교환의 형태는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정치적 파당끼리의 협동이 서로 이해에 의해 어떻게 허무하게 사라지는지를 보면 된다. 협동은 필연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협동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찢어놓는 기제로 전락한다.
이런 거래방식과 달리 생산적 교환(productive exchange)은 협업(collaboration)의 방식이다. 생산적 교환에서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집단의 공동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개인들이 참여하고 개인의 이득은 집단의 이득을 실현시켰을 때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이런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에 동의하고 이 공동의 목적에 개인의 목표를 정렬시켜야 한다. 둘째는 이들이 자신이 가져온 고유한 기여를 다른 사람들의 기여와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고 이 맥락을 실현시킴을 통해 집단적으로 정한 공동의 목적를 실현시킨다. 셋째는 이들이 협업을 통해 실현시킨 목적성과는 개인들이 독립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보다 크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핵심은 목적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이 맥락을 실현시켜 더 나은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컨소시엄 형태의 개발이나 여러 학자가 모여 논문을 같이 쓰는 것은 다 협업의 형태인 생산적 거래에 해당한다. 협업의 성공은 목적이 협업을 얼마나 잘 조율하고 중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협동의 성공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이 변화하는 순간 무너진다.
다양성 경영을 통한 혁신을 만드는 것도 협업기반 생산적 거래의 일종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이 맥락을 통해 더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목적보다 더 큰 목적을 실현시킨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만든 방식도 협업을 통한 생산적 거래를 통해서였다. 핸드폰에 대한 개념이라는 새로운 맥락적 스토리를 만들어서 이것을 구현시킬 수 있는 기술과 자금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전으로 팔았고 이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협업으로 모여서 핸드폰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세상을 진화시킨 모든 것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서라기보다는 더 큰 목적을 매개로 사람들을 협업에 동원한 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에서는 이 세가지 협동의 방식과 생산적 교환이라는 협업의 방식을 비교했을 때 생산적 교환이 모든 측면에서 조직이나 집단이 진화하는 방식에 더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밝혔다. 생산적 교환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협동 방식에 참여한 사람들보다 자신의 집단에 자부심, 감사, 고양, 애착, 응집력을 더 많이 느꼈고, 다른 개인적 이득을 찾아 집단을 이탈하려는 성향도 적었고, 다양한 긍정적 정서를 많이 체험했고, 구성원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도왔다.
분열로 갈기 갈기 찢겨져가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의식이 있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새로운 미래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협업의 패러다임이다. <빠에 속한 사람>과 <부대에 속한 사람>,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 <페미니스트>와 <남성우월주의>가 자신을 내려놓고 서로에 대한 분열과 반목을 종식하고 서로 같은 형제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새 시대의 맥락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속한 집단 내 정치적 협동을 넘어서 협업의 메카니즘을 동원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인류는 미래를 통해서만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모든 분열과 갈등의 종식은 편협한 공정성이 아니라 더 큰 파이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확장을 통해서 였기 때문이다. 기회의 확장은 미래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서로 좋은 마음으로 돕는 협동만으로 인류가 진화하지는 않았다. 더 큰 미래를 만들기 위해 도왔던 협업이 인류를 진화시킨 원리다. 우리가 후세에 유산으로 남겨줄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모두가 존재우위를 설정하고 협업을 중재하는 목적을 각성하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전 대한민국이 협업해야 할 때이다.
시대는 신자유주의 수목형 경제 시대에 생태계의 공진화를 중시하는 리좀형 경제로 이미 상당 부분 진화했다. 이런 시대의 진화를 읽지 못한다면 결국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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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