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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공작소 죽음

Sep 26, 2020 ·3분 ·admin · 3,859
생의 공작소
죽음
하이데거에 따르면 삶이 얼마나 생산적인가는 죽음과 시간에 대한 태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죽음에 주체성을 송두리채 빼앗겨 죽을 날만 기다리는 날로 허약해지는 삶을 사는지, 아니면 죽음에 대항해서 매일 매일을 살려내 이를 통해 주체적 삶의 근육을 길러내는 삶을 사는지의 차이다.
살날은 80년이라고 설정해놓고 하루 하루를 죽음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믿고 삶을 빼기로 계산해 남은 날을 세고 있다면 삶은 죽음의 무덤이다. 하지만 이런 하루하루를 죽음과 싸워서 빼앗기지 않은 하루라고 규정하고 이 하루를 죽음에게 허무하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산 정 반대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삶을 죽음과 싸워 살려낸 날들의 숫자로 계산한다. 세상에 선한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80년의 똑 같은 삶의 길이를 살았어도 이 중 몇 일을 죽음과의 싸움에서 이겨서 살려낸 하루를 만들었는 지를 계산한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이다. 이들은 쟁취해낸 하루하루의 삶을 연결시켜 자신 삶의 기승전결 서사를 만드는 것에 삶의 목적을 둔다. 이 서사가 생을 다하는 순간 후세에게 미래의 유산으로 남겨진다. 이들의 스토리는 시대를 앞서가며 미래를 가져와서 유산으로 실현시켜 후세에게 미래를 남긴 사람들이다.
삶을 죽음에 빼앗기는 빼기의 태도로 접근한 사람들은 죽는 순간 후세에게 넘겨줄 유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고 절망한다. 진정한 영생은 죽는 순간 자신 삶의 유산으로 남긴 서사가 후세의 기억으로 받아들여져 이들 삶의 씨줄과 날줄로 엮어질 때이다. 내 삶의 스토리가 후세에 채용되어 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순간 내 육체는 소멸했어도 나는 다시 이들의 삶으로 부활하여 영생을 누린다. 죽음과의 승부에서 이겨 영생을 획득했는지의 문제는 죽는 순간 후세가 내 삶의 스토리를 채용해서 살려내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나를 통해 미래가 만들었는지는 죽음의 강을 건너 미래를 만든 사람이 되는지가 핵심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나 까르페 디엠(Carpe diem)은 죽음과 삶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임을 연상시키는 맨츄라이다. 모멘토 모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이고 까르피디엠은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죽음과의 투쟁에서 삶을 쟁취해낸 사람들을 의미한다.
결국 죽음과 삶을 결정짖는 것은 시간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과거는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냥 기억으로 전환되고 잊혀져 죽음의 블랙홀로 빠져든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도 우리가 개입하지 않고 그냥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예측하고 기다리다 십중팔구 놓친다. 개입없이 기다리는 미래는 한 눈을 파는 사이 우리를 피해 쏜살같이 과거로 달아나 역시 죽음의 블랙홀로 사라진다. 결국 현재를 제대로 사는 것은 과거를 기억해서 현재와 접속해 새 길을 만들어 살려내는 일이다. 과거를 현재로 부활시키는 개입이 없다면 과거는 잊혀진 기억의 공동묘지다. 미래에 대한 개입은 미래를 현재로 부활시키는 문제다. 상상의 미래를 따라기가보다는 먼저가서 찾아내 지금 오늘로 가져와 실현시킬 수 있는지는 미래의 부활과 개입의 문제이다. 실제하는 시간은 현재만 존재하고 결국 나머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미래라는 상상이든, 잊혀질 과거이든 죽음이다. 실재하는 것은 현재와 죽음 뿐이다.
나바호 인디언들도 이런 죽음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부족 중 하나이다. 이들은 선조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언명을 전수받아 삶에서 실천한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이런 죽음에 대한 원리를 기업경영에 가장 잘 반영한 회사는 Netflix이다. 또한 100년 기업의 유산을 약속으로 정하고 이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현재의 사업을 도모하는 기업들도 죽음을 생의 공작소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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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