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그릇이 차면 그릇이 아니다
그릇이 차면 그릇이 아니다
성장을 위한 허의 공간
노자는 “그릇이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 노릇을 못한다, 즉 차면 반드시 넘친다 (盈必溢也(영필일야)”라고 가르쳤다. 저수지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비오기 전에는 충분히 비워놓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릇과 잔도 음식이나 물이 가득 담겨 있는 때 그릇 노릇을 못한다. 그릇이 차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을 ‘허(虛)’라고 부른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리더의 그릇을 정신모형이라고 한다. 정신모형의 크기가 리더의 그릇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신모형은 자신의 존재이유와 존재우위를 구현하기 위한 성장의 공간 허를 규정한다. 성장의 공간 허는 정신모형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져 성장의 공간으로 허의 공간을 만든다. 사명의 울타리를 통해 성장을 위한 심리적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 공간은 전문가들이 목적을 실현시키면서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전문가들의 놀이터가 된다. 진성리더는 따지고 보면 정신모형 그릇 디자이너이다. 시대에 맞춰 이 정신모형의 그릇에 충분한 허가 담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임무로 생각한다.
내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나에게 침투해서 나의 반응을 이끌어낼 때 사건과 나의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있다. 공간이 없다는 것은 사건의 자극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이 없다는 것은 삶이 밖의 사건에 의해서 결정되어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박탈당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유란 자극과 내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고 이 공간에서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선택지를 실현시켜서 주체적 반응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반응을 통해 나를 통해 세상이 개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역으로 세상이 내가 보낸 메시지에 반응할 때 나의 삶은 행복감을 체험한다.
사명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그릇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그릇은 밥그릇 이상이나 이하도 아니다. 항상 먹을 것으로 가득채워져 있다. 가득채워져 있지 않을 때는 불안에 시달린다. 이것을 채우기 위해 항상 허둥지둥이다.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성장을 열망하는 허의 공간은 없다. 자극에 대해 그대로 생존자체가 목적함수인 동물처럼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랜 연구동료인 박사과정 때의 스승님께 똑똑한 미국학생 대신 왜 나를 지도학생으로 받아들일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스승님이 나에게 해준 답변은 첫 학기의 수업과정을 지켜본 결과 나에게서 연구에 대한 강렬한 배고픔(Hunger)를 느낄 수 있었다는 답을 주셨다. 영어도 제대로 안 되어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지만 허에 비할 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스승께서도 내 내면에 숨겨진 연구에 대한 허의 크기를 보려고 노력했던 것같다.
진성리더십 학회 운영진들과 협의한 결과 이번 아카데미 13기 충원부터는 줌 면접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원서를 여러 위원들이 평가해서 간주간적 객관성을 달성해보려고 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 넘어 자주 놓친 것이 바로 허의 문제였다. 단순한 지원서를 보고는 지식의 크기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어도 이 분이 얼마나 진성리더십에 대한 허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