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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꿈

Oct 27, 2020 ·3분 ·admin · 2,844
개천, 강, 바다
개천의 꿈
작은 개천은 바다의 꿈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작은 개천이 바다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바로 물꼬를 트는 작업에 성공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물꼬를 튼다면 개천은 강을 만들고 강은 축적된 물꼬의 힘을 더해 결국 바다에 이르겠지만 처음 시작한 개천이 물꼬를 트는 일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갇힌 호수나 웅덩이가 되어 섞어간다. 물 흐르듯 흐르는 과정은 정화의 과정이다.
물이 흘러 개천의 꿈인 바다에 이르게 물꼬를 튼다는 것은 우리 사는 형국에 비춰 어떤 의미일까?
[물꼬트는 사례]
나는 환경에 대해 민감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오늘은 유명 맞집으로 이름난 샌드위치 가게에서 줄을 서 있다. 샌드위치 가게 종업원은 주문이 바빠서 어쩔 줄 모르고 일하고 있다. 심지어 일의 효용성을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여기서 먹을 것인지 가져갈 것인지를 묻지도 않고 일단 포장해서 주는 것으로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준다. 가게에서 먹고 싶은 사람은 포장해준 것을 받고 자리에 앉자 마다 플라스틱 봉투를 버리고 샌드위치를 먹는다. 어느새 휴지통에는 플라스틱 봉투가 가득채워지고 있다. 환경주의자인 나는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종업원에게 왜 그러냐고 훈계하고 싶지만 참고 다음 날 다시 온다.
다음 날 샌드위치를 주문하면서 종업원에게 말을 건다. 이 집 샌드위치 정말 맛있어서 매일 오게되네요. 거기다가 종업원들은 친절하고 아주 멋지네요. 말을 건네자 종업원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인다. 이 틈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사람들이 플라스틱 봉투를 다 버리니 주문할 때 여기서 먹을 건지 가지고 갈건지를 물어봐주기만 한다면 이집 서비스는 정말 만점일 것이라고 넌즈시 운을 떼본다. 종업원이 칭찬으로 기분좋은 상태에서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다음 날 가게를 찾았을 때 다른 종업원이 일하고 있었지만 주문할 때 여기서 먹을 것인지 가지고 갈 것인지를 물어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 있었다.
물꼬를 트는 작업은 이런 것이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열게하고 이 마음이 열어진 상태를 이용해서 더 큰 바다인 목적지의 방향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이런 물꼬 행위는 바다라는 목적지를 품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개천은 다 바다로 향하는 무의식의 꿈과 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들 중 농부들이 풍성한 가을이라는 바다를 꿈꾸며 물꼬를 내는 일에 가장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다. 현명한 삶을 농사에 많이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어로 물꼬를 내는 행동을 넛지(nudge)라고 한다. Nudge는 원래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을 말한다. Nudge 전략은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공저로 출판한 <넛지>라는 책에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개천에게 용을 기워 자신의 명성을 높히는 일과 물꼬를 제대로 터가며 바다로 흘러가는 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Nudge한다면 개천은 물꼬를 터서 바다로 가는 것을 가장 명예스러운 일로 선택할 것이다. 바다는 가장 평평한 경계가 없는 열린 공간일 뿐 아니라 물은 흘러감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에게 개천이 흘러 강을 만들고 강이 바다로 흐르는 과정은 목적을 찾아서 흐르는 Becoming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Becoming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바다라는 목적에 대한 믿음과 물꼬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다라는 목적을 잃었다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수도없이 질문하는 물꼬에게 방향을 이야기해줄 수 없다.
우리 삶에서 풍성한 성숙과 번성을 체험하고 싶다면 물꼬라는 축적과 응축 행위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매번 세우는 목표가 성숙과 번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목표와 목표가 연결되어 목적이어지게 만드는 물꼬행위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축적되고 응축되어 번성을 구가하는 삶이란 목적을 염두에 두고 목표와 목표 간 물꼬를 터는 방식을 잘 이해한 사람들만 받는 선물이다.
ps: 첨부된 사진은 아마존 강이 물꼬를 터 태평양으로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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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