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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에 목숨걸지마라

Dec 18, 2020 ·5분 ·admin · 2,359

협동에 목숨걸지 마라
협동의 역설
협동(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을 구별하지 않고 쓰지만 안타깝게도 협동이 조직을 정치 집단으로 만드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조직에서 협동에 대한 강요는 구성원 간 신뢰와 화합을 해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
협동이란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유자원을 이용해서 서로 돕는 행위를 의미한다. 협동을 움직이는 근원적 동기는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심을 총족시킬 수 없다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과 상관없이 상대를 돕는 행위는 자선이지 협동은 아니다.
협동이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은 시장이다. 내가 쌀을 많이 가지고 있고 상대가 채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여분의 쌀과 채소를 거래해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태를 만들려는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냥 거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히 얼마의 쌀을 얼마의 채소로 바꿀 것인지 흥정을 해야 한다. 흥정이 깨진다면 자신의 욕구를 총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거래를 통해서 자신의 이해관심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쌀이나 채소의 가격을 부풀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결국 협동이라는 이름을 내걸지만 협동을 성립시키기 위한 흥정과정에 품질에 대해 속이는 일도 생기고 각종 정치가 개입한다. 이런 협동을 실현시키기 위해 경험해야 하는 갈등과 불신과 정서적 소진이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거래비용이다. 협동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흥정을 위한 정치와 거래비용이 소요된다.
한 조직이 비슷한 처지와 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면 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돕는 협동행위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은 처지가 다르고 파워나 직책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구성원들 사이에 권한의 차이가 있을 때 권한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협동은 조직을 정치조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는 원흉이다.
조직 내에서 힘 있는 사람과 힘 없는 사람이 서로 협동할 경우 당연히 힘 있는 사람은 조금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댓가로 힘없는 사람에게 많은 다른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아니면 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에게 평소에 많은 것을 해주었을 개연성이 높다. 다수의 구성원이 존재하는 조직에서 이해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인 협동의 메카니즘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대신 상대의 이해관심을 얼마나 들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성원들간 일련의 정치적 협상에서 합의가 성립되어야 한다. 조직은 정치적 협상의 시장으로 전락되고 결국 파워에 따라 구성원 각자 협동의 가격이 정해진다. 조직은 완벽한 정치적 협상의 시장으로 전락한다.
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누가 더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이런 협동의 불균형이 서열화된다. 힘없는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연스럽게 조직은 힘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라인과 사일로가 만들어진다. 힘께나 있는 사람들로부터 조그마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집단은 철저히 외집단이 된다.
조직에서 신뢰와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협동이 아니라 협업이다. 협업은 공동의 운명을 구성하는 제 3의 매개체인 사명과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사명과 목적을 매개로 서로 교류하고 팀으로 일한다. 이 목적과 사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성공체험의 공유는 서로에 대해서 파트너십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 파트너십도 결국은 사명을 실현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지 파트너십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협업의 성공이 서로간 파트너십인 협동의 기반을 만든다.
회사에 큰 대업을 이루기 위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협업을 통해 협동을 만들어내는 시나리오고 다른 하나는 협동을 통해 협업을 만들어내는 시나리오다.
협동을 통해 협업을 만들어내는 시나리오를 위해 큰 목적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은 이 목적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성원들에게 협동하는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신의 이해관심을 숨기고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일도 도와주고 상대를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의존적 관계가 만들어졌을 때 자신의 큰 목적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고 도와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회사를 위한 더 큰 목적 사업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고 평소에 잘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았던 개인들은 자신의 이해관심이라는 것을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안을 받은 반은 거절할 개연성이 높다.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반의 인력만으로 목적사업을 시작한다면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다.
협업을 통해 협동을 동원하는 메카니즘은 이런 장애가 없다. 협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협업의 핵심인 평소 공동의 목적을 마음에 심어줄 수 있는지에 치중하고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에게 목적에 대한 스토리를 통해 협업할 것을 제안할 것이다. 협업으로 목적과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이해관심을 실현시키는 것보다 목적을 실현시켜서 여기서 얻어낼 수 있는 파이가 더 크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협상에 힘을 뺄 이유가 없다.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을 가동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확율이 높다. 성공하는 체험을 통해 자신의 이해도 충족되고 조직의 이해도 충족되는 성장체험을 하게 되면 이 협업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모든 구성원들은 동지가 된다.
조직에서는 이런 협업을 통해 협동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조직 구성원간 신뢰와 화합의 기반을 만든다. 신뢰와 화합은 부분적 협동의 성공을 통해서도 만들질 수는 있어도 이때의 신뢰와 화합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상대와의 관계 속에 갇혀 있는 신뢰와 화합일 뿐이다. 협업의 성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파트너십인 협동관계에는 협상을 위한 거래비용이 소모되지 않는다.
디지털 초지능 사회가 심화될수록 개별 맞춤형 서비스나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구성이 가능해져서 구성원들이 개별화되는 경향이 증폭된다. 이런 개인화 된 사람들이 구성하는 것이 분산사회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산사회의 국면에서 개인들을 엮어서 조직이라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동이 아니라 협업의 기술이 필수적이된다. 협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서 구성원 간 신뢰와 화합을 기대하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손가연, 한영수, 외 19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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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