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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초격차에 열광할까? 초격차 로망스

Dec 18, 2020 ·4분 ·admin · 2,438

왜 초격차에 열광할까?
초격차 로망스
한국인들만큼 다른 사람들과 격차를 벌리는 일에 몰두하는 민족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한국은 선진국이 검증해 놓은 모형을 답으로 알고 이를 따라잡으면서 성장한 나라이다. 이런 후발국의 이점은 선진국들이 치룬 실험비용을 치루지 않고 성공한 점만을 골라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을 이끄는 선두가 있을 때는 최고로 안전한 전략이다. 한국의 기업에서 한때 벤치마킹 전략이 최고의 전략으로 통용되던 시대가 이 시대를 상징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앞서가는 형국이 되고 중국 등이 후발로 따라오는 형국이 되자 심각한 불안에 빠졌다. 답이 정해진 미래를 따라 잡을 때 오는 성공의 효율성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한국이 답이 없는 미래를 향해서 달아나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달리 실패에 대한 학습비용도 대한민국이 고스란히 다 지불해야 한다. 결국 생각해낸 답이 상대가 따라 오는 것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멀리 초격차를 내고 달아나는 것이다. 이유는 초격차를 통해 찾아낸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단지 벌어진 초격차만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홉스테드의 연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은 위험에 대한 회피성향이 유난히 큰 나라이다. 역으로 한국사람들만큼 심리적 안전감을 중시하는 나라는 없다.
외국인들도 다 아는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도 따지고 보면 다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한 지대로 누구보다 빨리 진입하려는 결사적 시도에서 기원했다. 한국인들은 버스가 오면 정차하기도 전에 먼저 타기 위해서 달려간다. 빨리 빨리 전략을 동원해서 남들보다 먼저 버스에 오르지 못한다면 최소한 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최소한 안정적으로 좌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남들보다 빨리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어야 최소한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과 위험 회피 성향이 일상에서 초격차를 향한 경쟁심리를 부축여왔다. 한국 교육을 붕괴시킨 선행학습도 따지고 보면 이런 남들보다 앞서서 빨리 빨리 안전한 자리를 확보하려는 부모의 초격차 심리가 작동된 것이다.
최근 이런 한국인들의 위험 회피 성향 때문에 초격차 현상이 들끓기 시작한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인에게 집만큼 안전한 삶을 보장해주는 장치는 없다. 기성세대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저축을 하면 집을 소유할 수 있었고 일단 집을 소유하면 전세를 전전해야하는 불안한 노마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집은 한국인들에게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상징이었다. 한국인들은 집을 소유함에 의해서 재정적 초격차를 통해 미래에 안착했다고 믿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누구보다 더 큰 시달림을 받는 연예인들이 돈을 벌면 제일 먼저하는 일이 집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건물주가 되는 일이다. 건물주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문제에서는 구세주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불안 회피 심리에 불을 지핀 불씨는 더욱 불안해진 미래에서 불어 닥쳤다. 경기가 L자 경기로 꺾기고 디지털 파고는 변화를 상수로 만들었다. 경제불안과 동시에 변화에 살아남아야 하는 이중고가 정상이 되자 미래에 대한 불안은 한국인들의 위험회피 성향에 들불을 만들었다. 결국 불씨가 번진 곳은 안전성의 상징인 집에 대한 투기열기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자 중산층의 월급을 한 푼도 안 쓸 경우 집을 마련하는데 15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집값은 일반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어 잡을 수 없는 파랑새가 되었다.
집이 주는 안정성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다)로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운동을 만들어냈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집값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안정성과 위험회피 성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잡을 수 없다. 부동산 폭등은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댓가이다.
국민들이 하루 아침에 위험 회피성향과 초격차에 대한 로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심리적 안정지대의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집값의 문제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울타리로 제공되지 못한다면 집값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초격차 전략은 모든 사람들이 초격차 전략을 정한 사람들의 방향을 미래의 답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온다는 가정 하에서만 제대로 작동된다. 따라오던 사람들이 방향을 바꾼다면 초격차 전략은 몰락으로 끝을 맺을 수 밖에 없는 검은 그림자를 숨기고 있다. 세계 시민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영감이 없는 초격차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살아 남겠다고 달아나는 초격차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올인하는 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만 살겠다고 달아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줄 사람은 없다. 또한 미래는 악어가 숨어 있는 강을 건너는 일이다. 초격차의 선두를 따라 강을 건널 생각을 하는 누우 떼에게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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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