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시간강사의 죽음

Oct 29, 2008 ·2분 ·admin · 0

여자 시간강사, 학위땄던 미국 도시에서 숨진채 발견

“국내대학 부당한 대우에 환멸”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에서 시간강사로 지내던 40대 박사가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자 학위를 받았던 미국 도시로 건너가 현실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6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한인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새벽 시내 한 모텔에서 한국인 한모(여·44)씨가 약을 먹고 신음하는 것을 함께 있던 딸 이모(16)양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K대 지방 캠퍼스에서 강의교수(시간강사) 신분으로 실용영어 등의 강의를 맡고 있던 한씨는 유서에서 ‘귀국 초에는 열심히 강의하고 논문 쓰면 학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하루를 쪼개어 강의실과 독서실을 전전했으나 연구 업적과 강의 경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자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썼다.

한씨는 서울교대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2003년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에서 영어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다 2006년부터는 K대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강의교수로 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3년차인 올해가 마지막 계약연도였다.

한씨는 유서에서 ‘고용자측은 비정규직임을 악용하여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담길 원했다’며 ‘지난 학기 책임학점이 주당 12시간에서 주당 12학점(1학점은 2시간)으로 바뀌었는데 초과 강사료를 끝까지 주지 않으려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최고기관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 행하는 모순과 불공정한 처사에 환멸을 느꼈다’며 ‘이곳 오스틴에서 그토록 바라던 평온한 휴식을 얻게 됐다’고 맺었다.

현지 병원 관계자는 “한씨가 죽기 전날 딸에게 새 옷과 가방, 운동화를 사주었고 자신이 다녔던 대학교를 구경시켜 줬다”고 말했다.

한편 K대는 “나중에 강사료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해 초과 시간분에 대해 소급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지 한인 교포들과 유학생들은 한씨 장례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전했다.

입력 : 2008.03.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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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