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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조직 안으로 내재화한 것 혁신의 정의

Dec 18, 2020 ·4분 ·admin · 2,732

실패를 조직 안으로 내재화한 것
혁신의 정의
본인은 우리나라 중견기업에서 제대로 된 진성기업들이 많이 발굴되어야 한다는 생각 하에 이런 기업들을 찾아서 본인의 저술과 논문에 소개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만난 어느 중견 기업의 회장님에게서 탁월한 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어서 소개한다. 이 회장님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평소 어느 정도 실패를 인정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렸다. 당신께서 많은 실패 경험을 축적해서 지금과 같은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최대한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철저하게 깨졌다.
내가 이 중견기업 회장님께 들은 답은 의외의 답이었다.
회사가 여유가 있다고 해서 고객을 대상으로 실패를 실험하면 안되지요. 내가 지금까지 한 실패를 대책없이 고스란히 종업원들도 한다면 회사도 종업원도 고객도 다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실패는 조직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철저히 내재화 시켜야 제대로 된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가 용인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를 파악하여 구성원들이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에 충분히 조직 안에서 충분히 실패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게 실패의 울타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홉스테트의 연구를 인용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국민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위험에 대한 회피성향이 유난히 큰 나라이다. 역으로 표현하면 한국사람들만큼 심리적 안전감을 중시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 국민들이 빨리 빨리를 외쳐가며 버스가 정류장에 달려오기 서 있던 줄을 무너트리고 달려가는 이유는 자신이 혹시 못탈 수 있다거나 타더라도 좌석을 확보하는 안정감에 대한 불안 때문에 뛴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는데도 문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이유도 일말의 경우 문이 고장이라도 나서 안 닫힐 개연성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문이 닫히길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타서 내 편안한 안정공간으로 이동하는데 지연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이 대마불사에 목을 메는 이유도 망한다면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회사를 제일 먼저 구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특히 혈연, 지연, 학연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실패를 안 하기 위해 모든 인맥, 혈연, 지연, 정치력을 동원하여 자원이 풍부한 인그룹 구성원이 되기 위한 결사적인 노력이다. 남들이 빨리 빨리를 외쳐가며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자식들을 선행학습시켜가며 달려가는데 나만 그냥 줄을 서서 있다면 결국 나만 바보가 된다는 생각이 전 국민이 안정성의 대피소를 찾아 빨리 빨리를 외치가며 뛰게 만들었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도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집이 필요하던 하지 않던 안정적 노후를 상징하는 아파트에 모두가 올인하고 있다.
답이 정해져 있고 선진 모형이 존재할 때는 이들이 선두에서 치룬 실패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이들을 빨리 빨리 카피 앤 페이스트해가며 벤치마킹하는 전략이 먹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금까지 성공한 모형이다.
문제는 지금은 우리가 선두에 서있고 우리가 가야 할 미래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음에도 가설적 답을 만들어 자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서 이 가설적 답이 현실로 나타날 때 사람들은 이것을 답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미래의 표준을 설정하는 기업들의 생존방식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대한민국이 선호하는 위험회피 성향과 방향성을 잃은 빨리 빨리는 쥐약처방이다.
이런 와중에도 내가 면담한 중견기업의 회장님이나 자수성가해서 글로벌에서 일등이나 2등의 제품을 출시하여 번성을 구가하는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미래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각성하고 이를 이용해서 사명의 울타리라는 실패에 대한 실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회사는 본인이 면담한 중견기업 회장님의 제안대로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지닌 제품과 서비스가 전달되기 전에 충분히 회사 안에서 실패를 통해서 고객에게 전달될 때는 실패가 한 치라도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실패가 조직안에 충분히 내재화되어 학습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전달될 수 있어야 전문가라고 규정했다. 실패를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리콜을 일삼는 기업이 어떻게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는지를 반문했다. 고객에게 전가되기 전에 실패가 충분히 내재화 되어 학습으로 이어졌을 때만 조직이론가들은 혁신이라고 명명한다.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특히 크게 느끼는 한국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명의 울타리를 통해 실패가 조직 안으로 내재화되어 학습과 전문성으로 축적되는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일류기업이 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제러미 하이먼즈가 <New Power>에서 설파하고 있듯이 실험실이 내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내 실험실이라는 자세로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을 조직안으로 내재화시킬 수 개방적 울타리를 만드는 회사만 초일류 회사로 성장한다.
사명의 울타리를 통한 실패의 내재화가 제대로 된 혁신을 만든다. 문제는 목적이 없는 기업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목적을 복원하고 살려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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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