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한성기업은 진성기업인가?

Jul 17, 2026 ·4분 ·jkyoon · 0

[윤정구의 진성리더십 컬럼]

한성기업은 진성기업인가?

최근 대한민국 비즈니스 생태계는 거대한 가치적 혼돈을 목격하고 있다. 그간 ESG 경영의 선두 주자나 트렌디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포장되었던 스타벅스, 신세계, 카카오, 하이브, 인산가 등 유수의 기업들이 실제로는 ‘유사진성기업(Pseudo-Authentic Corporation)’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들 유사진성기업의 특징은 명확하다. 홈페이지와 대외 홍보 문서에는 인류를 위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거창한 ‘존재이유(Purpose)’와 ‘가치’를 화려하게 박아두지만, 정작 실제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이익 극대화만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용한다. 목적과 수단이 분리된 표리부동(表裏不同)의 껍데기 경영이다.

이러한 위선의 안개가 자욱한 와중에, 반세기 동안 숨겨져 있던 진짜 진성기업(Authentic Corporation)’의 사례로 한성기업이 재조명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성기업이란 기업의 정체성인 존재이유와 내재적 가치를 분명히 하고, 그 목적에 대한 약속을 오랜 세월 동안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우직하게 지켜온 기업을 의미한다. 한성기업이 최근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한 과정은 진성기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얻는지를 증명하는 완벽한 텍스트다.

숨겨진 약속이 만든 돈쭐의 기적

한성기업은 최근 강화된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시가총액 300억 원 미만)으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퇴출당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오히려 대중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제품을 사재기하는 ‘돈쭐’ 운동으로 이어졌고, 기적적으로 시가총액을 회복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비밀은 한성기업이 25년간 소리 없이 실천해 온 사명에 있었다.

한성기업은 창업 이래 ‘산업구국(産業救國)’과 은혜에 보답한다는 ‘감사보은(感謝報恩)’을 존재이유로 천명해 왔다. 이들은 이 목적을 단지 액자 속 구호로 가두지 않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유엔(UN) 참전용사와 호국 영웅들을 위한 음악회를 무려 25회 동안 마케팅 수단으로 삼지 않고 묵묵히 후원해 왔다. 대중은 뒤늦게 이 숨겨진 진정성을 발견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예우해 온 기업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둘 수 없다”며 기업의 방패를 자처한 것이다.

진정성(Authenticity)은 과장된 포장을 거부한다.

한성기업의 진성기업다움이 가장 찬란하게 빛난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을 향한 찬사에 찬물을 끼얹은 정직한 고백의 순간이었다. 돈쭐 열풍 속에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성기업은 국산 원료만 고집하는 착한 애국기업”이라는 다소 과장된 미담이 확산되었다. 일반적인 유사진성기업이라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 이 오해를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을 것이다.

한성기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철저히 선별된 수입산 원재료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정직하게 바로잡았다. 자신들의 본질이 ‘국산 100%’라는 가짜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투명한 소통을 선택한 것이다. 이 정직한 고백은 대중에게 실망을 주기는커녕, 기업이 천명한 ‘공명정대’와 ‘투명 경영’의 가치가 날것 그대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며 진정성의 깊이를 더했다.

존재이유, 비즈니스 모델, 제품의 일체화:

한성기업의 북극성(Way)

한성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학술적·실무적 시사점은 [존재이유 <-> 비즈니스 모형 <-> 제품]이 하나로 연동되어 단단한 자신만의 ‘길(Way)’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한성기업의 존재이유(산업구국과 보은)는 영웅들을 향한 후원으로 나타나고, 비즈니스 모델(투명경영)은 과장된 미담을 바로잡는 정직한 소통으로 발현되며, 그 결과물인 제품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되는 수산가공식품으로 수렴된다. 이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기업은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정체성의 ‘북극성(Way)’을 갖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고객이 기업을 구원하러 나선 것은, 바로 이 연동된 진성 가치에 동기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유사진성기업들의 회심(Conversion)을 고대하며

한성기업의 사례는 오늘날 우리에게 중대한 비즈니스적 전환점을 제시한다. 화려한 말잔치와 세련된 브랜딩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유사진성기업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목적과 비즈니스를 분리한 채 이익만을 좇는 기업은 결정적인 위기 순간에 자신을 지켜줄 지지자를 찾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한성기업이 던진 이 묵직한 울림이 스타벅스, 신세계, 카카오, 하이브를 비롯한 수많은 유사진성기업들이 무늬만 진성이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진짜 진성기업으로 전환(Conversion)되는 결정적인 기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진정성의 가치에 눈을 뜬 행동주의 소비자들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가 정직한 진짜 진성기업의 ‘Way’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