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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affect)의 생산성 리더의 감정노동
정서(affect)의 생산성
리더의 감정노동
정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건으로 촉발되지만 얼굴에 흔적이 표현되는 것을 감정(emotion)이라고 부르고 얼굴에 표현되지는 않지만 개인이 내면에서 은밀하게 체험하는 것을 느낌(feeling)이라고 부른다. 행동으로 화를 내는 것은 감정이지만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느낌이다. 강한 감정과 강한 느낌이 폭발해 어떤 경로를 통해 온 몸으로 내밀하게 전염되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좋은 쪽으로 활성화 된 상태가 무드(mood)다. 정서(affect)란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 무드(mood)을 통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감정노동(emotion labor)이란 내면의 느낌 상태가 외면의 감정 상태로 표현되지 못하게 긍정적 감정 상태를 연기하는 것을 뜻한다.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내면의 감정을 외면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돈을 받고 연기할 수도 있지만 사회는 일반 사람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부정적 정서를 표출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금하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노동을 한다.
사회가 생산적인 사회로 작동하는 지의 문제는 약자의 감정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리더들의 감정노동에 의해서 결정된다. 사회가 위축되어가고 결정적 이유를 추적해보면 조직과 사회의 정점에 있는 리더들이 긍정적 정서를 도모하는 감정노동보다는 약자들에게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분풀이식으로 폭발시키는 감정의 갑질이 시발점이다.
왜 리더의 감정노동이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일까?
감정과 느낌은 무드를 통해 생산성을 결정한다. 부정적 감정/느낌이나 긍정적 감정/느낌은 몸의 무드 상태를 만들어내고 이 무드 상태가 생산성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에너지의 수준을 결정한다. 리더가 퍼트린 감정과 감정으로 표출한 느낌은 측근과 측근에게 무드로 전파되어 구성원이 가진 에너지를 증폭하거나 고갈 시킨다.
정서란 연기한다고 감춰질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사건에 의해서 촉발된 극단적 감정(Emotion)이 장기간 유지되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사건에 의해 촉발된 감정은 내면적 감정인 느낌(feeling)에도 영향을 주고 단기간에 폭발하는 감정과 느낌은 지속 가능한 무드 상태를 만들어낸다.
사이코 패스가 아닌 이상 내면적 체험인 느낌(feeling)과 외면적 표현인 감성(emotion)은 모두 인지가 가능한 정서적 흐름이다. 감정은 다른 사람도 인지할 수 있고 느낌은 자신만 내밀하게 인지하는 정서의 흐름이다. 무드(mood)는 얼굴 표정으로 표현되는 객관적 감정과 내면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느낌의 교량이다. 무드는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는 감정과는 달리 몸 전체의 분위기로 전이된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도 모를 수도 있고 관찰하는 사람도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무드는 자신과 타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의 무드를 교묘하게 전염시키는 정서 바이러스일 뿐 아니라 자신의 간직한 에너지 수준으로 자신의 생산성을 결정한다.
이런 정서의 무자비한 전염효과를 가장 선구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Sigal Barsade 교수다. 바세이드 교수는 ASQ(Administrative Science Quaterly)에 2002년에 처음 출간한 논문에서 전염현상을 물결효과(Ripple Effect)에 비유했다. 긍정적 정서나 부정적 정서로 표출된 태도와 행동은 반드시 모방되고 모방하는 행동도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시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주변사람이 웃으면 이유도 모르고 일단 따라 웃을 수 밖에 없고 따라 웃으면 웃음과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를 바꾼다고 보았다.
이런 정서의 전염효과를 이용해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 전설적인 CEO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설립자 캘르허 회장과 아마존의 베조스 회장이다. 이들은 타고난 낙천적 성격 때문에 긍정적 정서 에너지 상태가 높기도 했지만 주변의 정서 에너지 상태가 떨어질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높이는 리더의 감정노동을 자처했다.
심지어 고 켈르허(Kelleher)회장은 자신이 회사를 대표하는 감정노동자의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살아 생전 자신의 명함에 CEO직함을 Chief Entertainment Officer(대표광대)라고 써서 나눠주기도 했다.
캘러허 회장이 회사 건물 안에 들어와 집무실에 도착하거나 집무실에서 퇴근하기 위해 회사 건물을 나서는 데는 평균 1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발 빠른 사람이 걸으면 5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회사의 누구를 만나든 대표 광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서 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어야 사무실로 향하는 다음 지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날 중요한 고객과의 회의가 잡혀 있으면 비서들에게 비상이 걸린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서들이 직원들에게 캘르허 회장이 출근할 때 숨어 있으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캘르허 회장 주위에는 웃음과 어린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유치 찬란한 질문과 농담과 웃음이 가득했다.
켈르허 회장이 재임당시 사우스웨스트의 경영성과는 오직 신이 내려와서 경영을 했을 때만 가능한 성과를 만들었다. 심지어 911으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을 때도 회사는 적자를 보지 않았다.
제프 베조스는 잘 알고 있듯이 아마존의 설립자이다. 1996년 이 회사가 등장해서 2010년 처음 이익을 낼 때까지 이 회사가 살아 남아 있리라고 예측한 증권가 사람들은 전무했다. 설상가상 회사가 등장한 시기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버블 붕괴의 시기와 겹친다. 분석가들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많은 이유를 들어가며 아마존에 집중포화를 쏟아 부었다. 이런 절대절명의 상황에서도 제포스를 구해낸 것은 그의 웃음소리다. 제포스는 비극적 순간에도 찌렁찌렁한 웃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로 유명했다. CEO로서 제포스는 진흙탕을 걸어가면서 특유의 웃음으로 별을 노래한 현실적 낙관주의자이다.
이들 회사의 리더가 직접 직원들과 만나서 감정노동을 통해 전파시킨 감정(Emotion)은 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무드(mood)의 상태로 전염되어 직원들의 외적으로 표현되는 부정적 정서와 내면에서 느끼는 부정적 느낌을 끌어올렸다. 이들이 감정노동으로 끌어올린 생산성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조직과 사회에 웃음이 사라져가며 침몰하는 곳을 조사해보면 캘르허 회장과 베조스 회장과는 달리 부정적 정서를 전염시킨 리더가 숨겨져 있다.
리더가 부정적 정서를 관리하지 못하고 측근에게 화를 나는 방식으로 감정을 폭파 시키면 조직과 사회는 어느 순간 부정적 정서가 횡행한다. 이런 리더가 장악한 개인, 조직, 사회, 국가의 노동 생산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부정적 정서는 사고의 범주를 급격하게 위축시켜 세상을 보는 눈을 위험과 위기로 프래이밍 시킨다. 상황이 위기와 위험으로 프래이밍되면 이에 대항한 행동 선택지는 공격과 도주의 이원론으로 축소된다. 상대와 싸워서 내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면 상대를 공격하고 내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면 도주를 선택한다. 갑질이 문제되는 회사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긍정적 정서가 메마른 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회사에서 도망 모드는 모든 힘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회사는 공격하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과 이들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런 공포로 가득한 야만적 분위기에서 생산적으로 일이 성사될 리가 없다.
웃음은 영혼이 연주하는 음악이다. 내 웃음에 친구가 웃는다면 음악은 재즈가 된다. 전염되어 온 동네가 웃는다면 음악은 오케스트라가 된다. 한 조직과 국가의 리더라면 당연히 오케스트라 단장으로의 책무를 가진다.
이런 영혼의 웃음이 연주되는 악보는 회사가 약속한 존재이유이다.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이들 회사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약속한 목적이라는 제일 큰 배경이 소리 없는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실현된 상태를 상상만 해보는 것도 큰 미소를 만들어낸다. 탐욕으로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지독한 공격을 당할 때도 이 신성한 목적이 뒤에서 이들을 격려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에게도 자신의 측근에게 화를 절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은 리더가 있다. 이 리더의 부정적 정서가 파급효과를 통해 무드로 전염되어 온 나라가 음울한 무드에 휩싸이고 있다. 자기 식구이자 측근이라고 믿고 이들에게 화를 폭발하는 리더가 있다면 큰 문제다. 화는 결국 측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방팔방으로 무작위 무드 형태로 전파된다. 힘 없는 한 개인이 낸 화는 나비의 날갯짓으로 사라질 개연성이 높지만 리더의 직책에 있는 사람이 감정관리를 못해 만든 화의 결과는 쓰나미가 되어 돌아온다. 한 리더가 낸 화가 한 국가를 전염시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이 리더는 긍정적 정서라는 사회적 윤활유를 고갈시켜 문제를 증폭시킨 주범이다.
조직과 사회의 모든 문제가 잘 안 풀리는 이유를 추적해보면 항상 정점에는 부정적 정서를 관리하지 못하고 측근에게 화낸 리더가 숨겨져 있다. 측근은 리더가 화낸 이유를 알겠지만 이 화에 의해서 오염된 사람들과 이 오염된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오염된 사람들은 자신이 왜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에 살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감염된다. 연결고리를 끝까지 추적해보면 정점에는 감정노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결국 측근에게 화를 폭발시킨 리더가 주범으로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