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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책무
글로벌 기업의 책무
가치의 울타리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데리고 부산에 방문해 떡복기 먹방을 방영했다. 전통적으로 전 대통령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어려워지면 서민 시장에서 연출하는 국밥 먹방을 통해 이미지를 코스프레 해왔는데 이번 먹방은 나름 젊은이들을 겨냥한 차별화된 코스프레다. 하지만 국밥이 떡복기로 바뀌었다고 해서 코스프레가 아닌 것은 아니다. 연기를 뜻하는 코스프레는 진실을 직면해가며 용기있게 사는 진정성(Authenticity)과 대치되는 행동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이다. 지분구조도 글로벌 주주들이 더 많고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대부분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가치체인의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나 LG 안에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들어와 있다. 가치 체인의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나 LG가 국가보다 더 큰 경계범주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LG는 이런 국가를 넘어서는 경계의 범주가 의미하는 구조를 이해하고 이에 맞춘 행동과 가치를 추구할 때 글로벌 기업으로의 책무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존경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이런 국가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경계가 가진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최소한 법을 위배하지 않아서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지만, 이런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와 자연을 포함한 회사의 존재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이해충돌 행위로 위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은 이런 법, 이해충돌을 넘어서 회사가 글로벌 이해 관계자들에게 약속한 가치를 회사의 운명과 목숨을 걸고 지켜 나간다.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이란 법, 상식과 이해충돌을 넘어선 자신들만의 고유한 가치의 울타리에 승부를 건다. 이들은 법, 상식을 넘어 자신들이 약속한 엄격한 가치기준을 실현하는 모습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정당성과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런 높아진 글로벌 기업가치를 지켜야 하는 총수들을 자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떡복기 먹방에 동원하는 초국가지상주의 행동은 정말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 이런 기업이 활동하는 운동장에 이해관계자들이 몰랐던 싱크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공개하는 자충수다.
우리나라 경제는 모든 지표에서 지금 총체적 난국이자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전문선수인 글로벌 기업의 총수를 떡복기 먹방에 동원하는 일은 리더가 해야 할 행동 중 가장 먼 행동이다. 지금 급박하게 무너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글로벌 온라인 사전인 Merry Wester 사전은 올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정성(Authenticity)를 선정했다. 진정성이란 연기하거나 코스프레 하지 않고 자신의 약속한 존재목적이라는 진실과 대면해서 주체적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진정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진실을 직면하려는 용기가 없는 리더들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라면 이런 정치적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와 기업의 엄혹한 현실을 직면하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보였으면 한다.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이 자신이 속한 한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해 자신들이 약속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고 약속한 가치를 실현함을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을 잘 안다.
정치인들에게 조언한다. 글로벌 가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기업인들을 자신의 정치적 행사에 동원해 오염된 브랜드를 Washing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대로 된 국가의 지도자라면 이들이 더 신나게 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이 운동장에 대해 생색 내지 말고 자신은 뒤로 빠져서 치어리더로 나서야 한다. 국가가 주전이 아니라 배경으로 빠져 있는 조건 아래에서만 이들은 글로벌에서 혼신을 바쳐 벌어 들인 가치로 국민들의 생계와 생생지락을 책임질 것이다. 이런 운동장에서만 이들은 국격을 높이는 자발적 주전 선수가 될 것이다.
국격이란 따라간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따라오게 만드는 행동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