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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취한 사람인가? 술 꾼의 논리

Feb 12, 2024 ·3분 ·jkyoon · 2,614
나는 만취한 사람인가?
술 꾼의 논리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삶에서 천명한 원리와 이에 대한 실천이 겉도는 현상을 지칭한다. 디커플링이 심해지면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 되거나, 말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거나, 이런 자신의 문제를 숨기기 위해 변명이 많아지는 사람이 되거나, 말로 겉만 화려하게 포장하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한 마디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디커플링이 심해지면 정신은 멀쩡하다고 주장하지만 행동은 아래 사례의 술꾼의 행동과 논리로 횡설수설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취한 술꾼이 집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 술꾼은 자신이 술에 만취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 버리고 계속 집 옆 가로등 밑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해서 물어본다.
“뭘하고 계신가요.”
술꾼의 대답,
“열쇠를 찾고 있지요.”
나그네가 같이 찾아보다 키가 발견되지 않자 다시 묻는다.
“열쇠가 보이지 않는데 확실히 여기서 잃어버리셨나요?”
술꾼 왈,
“아니요 집앞에서 잃어버렸는데요.”
나그네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는지요?”
술꾼이 대답한다.
“그런 이상한 질문을 왜 하는거요.”
“여기가 밝고 찾기 좋잖아요.”
디커플링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 자체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한 경우다. 집 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린 술꾼이 단지 밝다는 이유로 가로등 밑에서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듯이 문제에 대한 정의 자체가 잘못되면 아무리 그럴듯한 답을 가져와도 답이 될 수는 없다. 술꾼은 밝은 가로등 밑에서 남들이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서 답이라고 주장한다. 이 열쇠를 통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과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최근 한동훈 비대위원장 영입과 이준석 탈당 기자회견이 연이어 있었다. 이들이 영입을 수락하는 연설과 탈당하는 이유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보면 누가 만취한 술꾼인지가 드러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폭탄주 문화가 지배적인 집단인 검사 출신 답게 열쇠를 어디에서 잃은 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찾았다는 열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짜 열쇠가 아니다. 문제와 상관없이 답을 임의로 정해 놓고 답에 맞는 증거들을 선택적으로 수집해서 답으로 제시하는 검사 스타일 때문에 생긴 문제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열쇠가 아니라고 지적하자 엉뚱한 역설로 변호하다 말이 완전히 꼬이기 시작한다.
이준석 전대표의 이야기는 그래도 좀 낫다. 만취한 술꾼과는 달리 자신이 어디에서 열쇠를 잃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집 앞에서 열쇠를 찾았어도 결국 열쇠를 찾지 못한 사람의 논리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치웠을 수도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성공했던 남녀와 세대를 갈라치기하는 소위 포위론 정치공학이 더 이상 국민이 찾고 있는 열쇠가 아님에도 열쇠공을 불러 이런 열쇠를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세대 간 남성과 여성 간 협업을 통해 갈기갈기 찢어진 나라를 살려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 고통에 대해 눈을 감고 단지 정치공학을 동원해 자신들이 정권만 잡으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미신적 주장을 펼친다.
모든 것의 답은 문제를 일으킨 자신의 삶 속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답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찾지 않고 단지 거기가 밝다는 이유만으로 현장과는 전혀 무관한 장소에서 답을 쉽게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술꾼의 논리가 가속화될수록 우리의 삶이 겉돌기 시작하고 이와 같은 삶의 겉돌기가 지속될수록 자신은 세상과는 멀어진 삶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런 술꾼의 논리를 자신의 삶의 논리로 채용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신뢰할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은 어떤 점에서 술취한 사회다. 열쇠를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가로등 밑에서 찾고 있다. 문제에 대한 정의자체가 안된 상황에서 유사 전문가들을 동원해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생계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제발 폭탄주를 자제하고 오늘은 문제를 맨정신으로 보자. 맨정신으로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벌이는 격노를 멈추고 하루 하루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 살자. 이들의 얼굴이 열쇠를 잃어버린 장소였음을 알자. 주폭 행보를 지금 당장 멈추지 못한다면 폭탄주 돌리기는 실제 폭탄 돌리기로 전환될 것이다.
땅에서 넘어진 자는 넘어진 그 땅을 집고 일어서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권해 같이 만취하게 만드는 폭탄주 돌리기 전략으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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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