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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 무엇이 문제인가? 초긍정주의가 만든 싱크홀
긍정심리학, 무엇이 문제인가?
초긍정주의가 만든 싱크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부정보다는 긍정 감정, 역량, 탈랜트, 재능, 미덕 등 긍정성을 더 발견하고 추구해서 개인과 사회의 번성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학문적 관점이다. 1998년 시카고 대학의 셀리그만 교수가 미국 심리학 회장이 되자 미래의 심리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주창되었고 같은 대학의 피터슨과 우리에게 플로우로 익숙한 펜실바니아 대학의 칙센미하이가 합류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신자유주의가 추동하는 경제성장기조가 만개했을 시기였다. 긍정심리학자들은 이처럼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부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착해서 성장의 동력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긍정심리학은 I can do를 기치로 삼는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무한긍정이 신자유주의를 추동할 수 있는 핵심인재상을 제시한 셈이다. 긍정심리학은 부정에 대한 생각보다는 긍정에 대한 생각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기업의 핵심인재로 규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긍정심리학이 신자유주의의 드라이버로 장착되었다.
긍정심리학이 공식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미래 심리학으로 선언되고 신자유주의 핵심인재를 만들어내는 드라이버로 장착되자 많은 후속 심리학자와 실천가들이 대거 마차에 올라탔다. 이들이 만들어낸 열풍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자기계발서 열풍이다. 자기계발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후적으로 합리화 시키는 긍정심리 정신교육단이었다. 이들은 기업에 자신들의 성공원리로 핵심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제안해 코칭과 맨토링 붐을 일으켰다. 경제도 성장하고 기업도 성장하는 기회의 마차에 탑승했는데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떨어진 개인의 문제이지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았다. 신자유주의와 긍정심리학은 실패하는 개인에 대한 문제를 모두 개인에게 귀속시켰다.
초기에 셀리그만이 제시한 긍정심리의 가이드라인은 PERMA (Positive Emotions, Engagement, Relationships, Meaning 와 purpose, 그리고 Accomplishments의 약어)로 요약된다. 이런 방향성에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을 피터슨(Peterson)이 “성격강점, 덕목”(Character Strengths and virtues) 등을 긍정심리학의 엔진으로 개발했다. 후발 긍정심리 학자들이 낙관, 회복탄력성, 효능감, 희망에 긍정심리자본이라는 이름을 붙여 휘발유를 만들어냈다.
긍정심리학는 무한질주할 것으로 예상되던 경기가 자본가의 탐욕으로 거품이 되고 결국은 이 거품이 꺼지면서 기반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첨병이었던 미국의 전경련(BRT)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신자유주의를 포기하는 선언(2019년 8월 19일)을 발표했다. 유엔의 지속가능성 및 ESG와 손을 잡고 기업의 고비 풀린 이윤추구 때문에 지구가 공멸하고 있는 부정적 현실을 용기 있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신자유주가 도달한 곳 긍정심리학이 처방한 그 곳이 아니라 우리가 넘어졌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서 곪은 문제를 직시하고 그 자리에서 치유하고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촉구했다.
긍정심리학의 풍선을 드라이버로 쥐고 있었던 신자유주의가 결국 풍선을 놓아버리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위기를 직면한 긍정심리학도 자기개발서 산업을 동원해가며 진지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이 내리는 처방은 현실과 괴리된 기시감 풍기는 처방전일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현실적 낙관은 맹목적 낙관으로, 회복탄력성은 방향을 잃은 회복탄력성으로, 효능감은 조건적 효능감으로, 희망은 자신의 토대인 절망이 거세된 희망으로 전락했다. 긍정심리학 이름을 내걸고 유사 휘발류가 진짜 휘발유를 몰아낸 것이다.
이런 잘못된 긍정심리자본 비법을 칵테일로 제공 받은 사람의 고통을 가장 잘 묘사하는 희극이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오 행복한 날들》이다. 이 희곡의 주제는 주인공이 무한 행복을 추구하다 햇빛이 만들어낸 모래 사막의 싱크홀에 빠져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리에 담겼다. 1막에서 주인공 위니는 허리까지 모래 속에 파묻혀 있고 2막에서는 목까지 묻혀 있다. 위니는 결국 모래 속에 파묻혀 생명을 마감할 운명이다. 극중 간간히 남편이 왔다 갔다 하지만 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다. 모래 싱크홀에 파묻혀 죽어가는 와중에도 위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을 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오늘도 행복했어요”라는 대사를 주문처럼 외운다.
모래는 그녀가 평생을 통해 축적해놓은 재산과 명예와 욕망의 상징이다. 위니는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운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 될 거예요. 오늘은 행복했어요.”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주문처럼 자신에게 “오늘도 행복했어요.”라고 외치지만 그녀에게 행복은 싱크홀이다. 그녀는 평생을 쌓아온 부와 명예와 욕망의 모래 싱크홀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서서히 죽는다. 이 희극은 돈‧명예‧권력 등 신기루와 같은 행복을 추구하다 싱크홀에 빠져 죽음을 당하는 신자유주의와 긍정심리학의 비극을 풍자한다.
사실 내 주변에도 돈, 명예, 권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이것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고 더 강렬한 햇빛을 동원하여 삶을 사막화시키고 이 사막화된 모래구덩이에 빠져 사는 친구도 있고 친지도 있다. 이분들과 대화를 하면 무슨 대화든 대화가 돈, 명에, 권력에 대한 자기 자랑으로 드라이해져 5분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다.
요즈음 코칭이 다시 붐을 일으키는 이유는 기업에서는 불경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현실적 목표와 초단기적 성과주의를 제시하자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넘어지고 쓰러져 상처 당한 직장인들과 자신의 상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기루 행복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지쳐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목표에 대한 강요없이 아무 편견없이 들어주는 효과 때문이다. 이들 상처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들어주고 물어봐 주는 코칭의 기본 기법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편견없이 들어주는 것이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플래시보 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긍정심리학이 초래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긍정심리학의 많은 기법들은 방향성만 제대로 제시된다면 지금도 충만한 개인들의 삶의 주체성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방향성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제시될 때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의 한 모듈인 진성코칭프랙티쿰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쟁우위와 존재우위가 직조해 만든 고유한 태피스트리다. 경쟁우위는 이런 행동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 때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협업의 파트너로 초대될 수 있게 하는 Doing 역량이다. 긍정심리학과 지금까지 코칭이 연구해놓은 영역의 대부분은 이런 경쟁우위를 위한 심리학이다.
존재우위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the why of being)를 각성하고 각성한 내용을 자신의 존재목적의 약속으로 정했을 때 이 존재목적이 주는 울타리의 안정감이 기반이다.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 속에서 내일은 어제보다 더 온전해진 나에 대한 차이(나와 경쟁해서 더 나아진 나)를 체험하는 것이 존재우위다. 존재우위 코칭은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프랭클의 로고세라피에 잘 구현되어 있다. 프랭클은 존재목적으로 태도의 울타리, 실험의 울타리, 의미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는 존재로서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안정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