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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 온 신동물의 왕국 울타리가 사라졌다
다시 찾아 온 신동물의 왕국
울타리가 사라졌다
오래전에 사회가 작동되는 원리를 파악해서 사회계약론을 완성한 루소는 인간의 조상들이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지금의 인류가 가능하게 한 문화의 원형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울타리로 설명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기 시작한 공동체를 만들어낸 기원은 적자생존을 위해 동물과 경쟁을 해가며 사냥을 위해 협동하던 낮이 아니라 밤에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인류의 조상들은 어느 날부터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빙 둘러 앉아서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울타리를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낸 비밀은 어깨와 어깨와 등과 등을 연결해 만들어낸 울타리였다.
인류는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의 어깨와 등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자 낮에 수렵채취 과정에서 다친 사람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가 끝나자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았던 서로의 노고도 치하했다. 공동체의 시작이다. 공동체는 울타리가 만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울타리를 중심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자 모여 앉았던 사람들은 공동의 운명을 상징하는 모닥불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 더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더 나은 내일이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이 받아 들여지자 부족 구성원들은 협동(Cooperation)이 아닌 협업(Collaboration) 개념을 도출했다.
제 삼의 공유된 목적을 위해 각자의 전문성으로 기여하는 협업 개념은 인류 문화의 쇄빙선 역할을 했다. 동물도 협동할 수 있지만 협업은 제 삼의 보이지 않은 실체를 생각하고 믿는 인간만이 가능하다. 제 삼의 객관적 실체에 대한 믿음을 실현하는 협업의 개념은 몇몇 사람들의 등을 맞대어야 만들 수 있었던 울타리의 개념을 공동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라는 개념으로 대체했다. 울타리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졌다. 같은 장소와 시간에 있지 않아도 공동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가 울타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업에서는 이런 보편적 울타리를 회사의 사명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연대인 사명의 울타리로 만들어 번성을 구가했다.
사명의 울타리와 협업은 장소와 시간을 떠나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체험하게 했고 각자도생을 넘어서는 집단의 힘을 체험하게 했다. 인류는 어깨와 등에서 시작한 작은 울타리 개념을 사명의 울타리 개념으로 진화시켜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고 이를 위해 협업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여전히 동물의 왕국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에게 강점을 세워 적의 약점을 공격하도록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 주면 이런 구성원은 낮에는 나가서 싸우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밤이 되면 얼굴을 바꿨다. 구성원이 더는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기 때문에 밤에 방심하고 있으면 이들은 낮에 적에 대항해 연마했던 전략과 무기를 서로에게 들이댄다. 더 나아가 힘이 있는 구성원들이 협동이라는 명목으로 정치해가며 조직에 카르텔 토굴을 파고 조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든다.
제대로 된 울타리가 없는 조직은 한번도 홈그라운드 경기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 동료들이 서로가 이기는 것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홈 관객이 되어 우리 팀을 응원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경기가 적진에서 응원 관객이 없는 고립무원의 원정경기다. 똑 같은 기량의 팀이라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지는 정해진 문제다.
IMF에서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HR은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기업이 돈을 벌어야 기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명의 울타리를 허물었다. 울타리가 없어도 경기가 좋을 때는 남의 노획물에 손을 대지 않지만 L자 경기가 지속되어 사냥감이 씨가 말라가는 상황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남의 노획물에 손을 대지 않으면 자신이 먼저 소멸한다. 신자유주의 전략적 HR은 조직을 절대적 제로섬 게임장으로 만들었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앞세워 조직을 Hobbes가 주창하는 <모두에 대한 모두의 투쟁장>만들었다. 신자유주의의 울타리 허물기는 기업을 다시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시켰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정치, 기업, 학교, 병원과 의사를 망라하고 모두 동물의 왕국의 원리인 신 진화론에 의해 점령 당했다.
제대로 된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조직과 사회는 각자도생 하는 동물의 왕국이다. 회사의 기술적 수준과 차별적 역량이 뛰어나도 지속가능한 회사는 아니다. 오랫동안 구글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수 년 간 야심차게 일 잘하는 조직의 특성을 연구한 <산소 프로젝트>의 결론도 사명이 만들어낸 심리적 울타리다. 구글 안에서도 일 잘하기로 소문난 집단은 부문리더나 팀장이 구성원에게 사명으로 둘러진 울타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유지하고 관리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 회사에는 세상의 불확실성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사명의 울타리가 있을까? 동료는 서로의 성공을 응원하며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한 울타리의 가족일까? 이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은 심리적 자유와 안정을 누리며 내일을 위해 협업해가며 전문성을 연마하고 실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면 우리 회사는 지속가능한 회사가 아니다. 회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각자도생의 원리를 숭배하는 동물원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극대화 되는 초뷰카시대 회사에 조직에 부서에 사명의 울타리가 있다는 것은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Wellfare)이자 웰빙(Well-Being)이다. 공동체의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는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외재적 복지나 외재적 웰빙처럼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다. 사명의 울타리가 만들어낸 심리적 안정은 돈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내재적 복지이자 내재적 웰빙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돈으로 만들어내는 웰빙이나 복지와 비교가 불가능하다. 동료와 상사와 회사를 믿고 구성원이 마음 놓고 마음 편하게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는 사명의 울타리가 있는 회사만 지금과 같은 신동물의 왕국을 극복하고 번성을 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