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년 기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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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가는 가게의 영속성 조건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과 가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포브스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산업시장에서 100년을 넘는 기업은 미국이 152개, 영국 41개, 독일과 일본이 각각 24개와 45개며, 우리나라의 경우 두산그룹과 한국전력공사 2개 뿐이다. 산업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이후엔 기업 중 30%만 현재의 핵심사업을 이어갈 수 있으며, 나머지 40%는 타 기업에게 인수 또는 합병을, 나머지 30%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보다 작은 중소가게는 더더욱 100년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명래 고약, 종로양복점, 성광성냥 등 100년 가까이 사업의 영속성을 가졌던 기업들 모두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코노미세계>는 기업과 가게들이 뒤안길로 사라진 발자취를 살펴보고, 이를 교훈삼아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알아봤다.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게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은 무수히 많다. 대마불패 신화를 자랑했던 대우그룹은 IMF 구제금융을 맞으며 뿔뿔이 조각났고, 대를 이어 100년을 이어온 수많은 소기업들 역시 하나 둘씩 폐업하거나, 가업의 대가 끊어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40대 이상이면 어린 시절 곪은 상처에 성냥으로 녹여 바르던 고약으로 유명한 ‘이명래 고약’ 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고약 공장은 최근 서울시의 미래유산으로 지정, 산업 시장의 뒤안길로 남게 됐다. 한때 의약품 시장의 최고 상품으로 알려져 호황을 누렸지만 수요 감소로 1978년 문을 닫았고 지금 고약을 만들던 공장은 폐가처럼 방치된 것을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명래 고약은 1906년 프랑스 선교사로부터 서양약학을 배운 이명래 선생이 만든 종기치료약제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했다면 100년을 훌쩍 넘기는 가게가 됐을 것이다.
이와 함께 맞춤 양복을 대표하며 3대를 이어온 ‘종로양복점’도 100년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현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16년 할아버지가 종로 보신각 옆에 문을 연 종로양복점 이경주 사장은 “맞춤양복의 수요가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현재는 사명감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들에게 가업을 잇게 하는 것은 그저 내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영속성 위한 첫 번째 조건 ‘정신적 DNA’
시장의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변화무쌍해 진다. 이런 가혹한 시장상황 속에서 미래의 시장은 더욱더 요동치며 기업 영속성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은 자명하다. 기업의 영속성은 기업의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업의 영속성은 즉 기업이 살아 있어야 그 다음이 담보된다.
이렇게 전제되어야 가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양 경영학 서적과 석학들은 수많은 조건을 내세운다. 예를 들면 선택과 집중, 혁신과 전략, 인재육성 등. 하지만 영속성의 키를 물으면 정확히 꼬집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윤정구 교수는 “기업과 가게가 100년을 넘게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스토리를 갖춘 정신적 DNA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기업의 핵심가치와 기술이 스토리를 갖추고 고객에게 설득력을 갖춰야 영속할 수 있으며, 그 스토리가 무너지면 기업의 100년 이상 장수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기업과 가게가 스토리를 가진 DNA를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윤정구 교수는 “설립자가 기업과 가게를 설립하면서 단순히 가족부양을 위한 영역으로 한정할 경우 스토리는 없는 것”이라며 “가게와 기업 모두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갖춰 기업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기업과 가게가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배경은 산업전반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해 가업의 스토리를 부정하기 때문. 하지만 100년을 넘겨 장수하는 가게와 기업은 어려울수록 자신의 스토리를 강화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적이다. 윤정구 교수는 “산업이 어려울 때 일수록 자기만 살겠다는 기업과 가게는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만큼 사회적 뿌리내림을 통해 함께 숨 쉬는 기업과 가게를 만들어야 영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회적 진정성 필요, ‘함께’가 성공 요인
산업변화가 빨라지고, 고도화되면서 기업들의 영속성을 갖추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100년의 가업을 이어가기가 그만큼 쉽지 않을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현사업과 가업을 영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진정성이 중요해 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금전적 성공을 위한 비즈니스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윤정구 교수는 100년의 기업 연속성을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사업성공이 아니라 철학을 가지고 함께 어우러지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혼자 하는 성공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100년을 넘기는 기업과 가게가 나오려면 본인의 성공과 더불어 평소에 주변에서 기업의 영속성을 도울 수 있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여기서 인적 물적 네트워크는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기업과 가게에 몸담고 있는 직원일 수도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과 구글이 기업 영속성을 위한 노력으로 플랫폼을 연 것도 이와 유사하다. 자신들만의 기업플랫폼 구축이 아니라 그 플랫폼을 수많은 웹 개발자에게 개방해 함께 성공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다 함께 성공’이야 말로 100년의 기업과 가게의 숨은 원동력이라 하겠다.
세계일보 손정우 기자 jwson@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