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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역량의 독재를 벗어나다
상처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역량의 독재를 벗어나다
이 실험이 성공했을까?
몇 일은 차가 그냥 그런대로 쌩쌩 굴러가는 듯했다. 이 친구의 얼굴에 자부심이 넘쳐 흘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엔진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이 하나 둘 고장나기 시작했다. 친구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결국 중요한 부분들이 하나씩 고장나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다 한 달이되자 차가 완전히 멈췄다. 강력한 엔진의 힘을 견디지 못한 낡은 부품들을 다 붕괴시킨 것이다. 결국 차를 폐차처분했다.
역량의 독재는 경쟁에서 이기는 역량을 중심으로 역량을 정의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서열화하고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리더로 세울 때 경험하는 비극이다. 역량은 과거에 있었던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미래 싸움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전제를 달지만 시대를 떠나서 작용하는 가치와 달리 역량은 특정한 상황, 특정한 시간, 특정한 조건에서 유리한 싸움을 결정하는 요소일 뿐이다. 상황이 달라지는 미래라는 조건에서 과거의 승리를 가져다준 역량만을 믿고 밀고 나간다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차를 몰고 질주하는 형국이다. 휘발류 통을 머리에 이고 불구덩이에 뛰어든 것이다. 사고는 필연적이고 이 사고로 본인과 많은 동료가 다친다.
역량은 리더가 달성해야 할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존재목적을 잃은 리더가 특정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역량만을 가지고 있을 때 역량은 반드시 리더를 탈로하게 만든다. 모든 역량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치와 리더의 방향을 결정하는 목적에 의해서 제어될 때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리더의 가치와 목적과 동떨어진 역량이 일으키는 문제가 역량의 독재다.
테드 윌리엄스는 레드 삭스의 전설적 타자다. 평생타율이 4할대이다. 윌리엄스는 래드삭스가 자신의 타율에 의존한다는 것을 이용해서 갖은 카리스마적 전횡을 저질러가며 팀을 사유화했다. 심지어 감독이나 코치도 자기 휘하로 생각하고 이들에게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 팀워크가 무너지고 팀이 윌리엄스 중심으로 움직였다. 불행하게도 테드 윌리엄스가 레드삭스에서 역량의 독재를 휘두르는 동안 구단은 수월성을 상실해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테드 윌리엄스가 휘두른 역량의 독재는 레드 삭스를 사유화 하는 도구였다.
고 이건희 회장도 한 때 삼성 직원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소수의 천재급 인재를 영입하라고 독려했다. 실제 그런 인재들이 글로벌에서 영입되었지만 삼성은 이들이 이끄는 수준 차이를 레벨링 하지 못했다. 영입된 인재는 모두 떠났다. 아쉽게도 이들이 삼성에 남긴 것은 삼성 직원들은 모두 이류인재라는 상처다. 조직이 역량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은 이런 역량들의 이입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역량들도 같은 수준으로 레벨링 되어 있을 때이다.
수평적 통합을 기반으로 역량 레벨링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미 높은 분야의 전문성을 무기로 삼아 문제를 해결하려할 때 경험하는 것이 역량의 독재다.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면 자신의 높은 전문성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이때부터 조직은 외견 상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정치화되고 사유화되기 시작한다.
역량의 독재를 설명하기 위해 조직론 학자들은 리비히의 물통(Liebig’s Barrel)을 인용한다. 리비히는 여러개의 나무판을 잇대어 만든 물통이다. 이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낮은 나무에 의해서 결정된다. 물을 더 담으려면 가장 낮은 나무판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이들에게 뒷다리만 잡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문했지만 이들의 뒷다리는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집단적 뒷다리로 작용했다.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가 극단을 달릴 때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강점코칭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존재목적이었던 신자유주의의 정신에 따라 강점을 더 강화시키는 강점코칭의 원리도 따지고 보면 차의 엔진에 해당되는 강점을 찾아서 이것을 무기로 삼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상황이 어렵거나 돌파구가 필요할 시점에는 이런 강점을 무기로 모든 자원들을 정렬시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전쟁 중에 전사로 파견된 경우에는 전략에서 가르쳐주듯 철저히 자신의 강점을 무기로 상대의 약점을 찾아서 공격하도록 요구당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숨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전쟁 난 상황처럼 긴박한 것도 아니고 결정적 돌파구가 요구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강점만을 찾아서 경영을 하거나 코칭을 한다는 것은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신자유주의 경쟁과 승리의 기조 속에서 채용된 강점은 전략적 인사관리의 도구로 사용되다 상황이 바뀌어 사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면 다시 냉엄하게 토사구팽 된다. 강점이나 역량은 상처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이런 회사의 직원들은 평상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죄악시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내다보면 상처를 마음 놓고 치유받지 못한다. 회사는 강점을 사용하기 위해 나를 고용했다고 주장한다. 약점이 있다면 개인적 비용을 들여서 몰래 고쳐나가라는 이중생활에 대한 암시를 보낸다. 압력이 강해질수록 모든 직원들이 더욱 기형적으로 고착된 이중인간으로 태어난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직장인들 때문에 야간에 정신과 진료를 잡기가 하늘 별따기보다 힘든 나라가 되었다.
지금과 같은 L자 불경기가 뉴노멀인 상황에서 강점기반의 역량을 새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열차는 반드시 설국열차가 되어 붕괴한다. 회사에서는 차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단기간이나마 낡은 차에다 강력한 엔진을 달고 달리라고 독려한다. 경영진은 설국열차 뒷칸에 타고 있는 직원들에게 강점을 개발해 앞칸으로 옮기라고 독려하지만 앞칸으로 옮기는 순간 먼저 죽어야 할 운명이 된다. 정상적인 건강한 조직에서 강점코칭이나 강점경영은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동원할 수는 있어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 속에서는 차라리 자신의 약점을 찾아서 이것을 용기있게 인정하고 이것을 개선시켜 자신을 성숙시키는 학습이 자연스런 성장을 돕는다. 강점에 맞춰서 다른 약점들을 균형화 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에 리더십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조직이 아니라 조직에 튼튼한 사명의 울타리가 있어서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약점과 아픈 점에 대해서도 용기있게 인정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성숙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리더는 자신의 부하들이 실패와 약점도 인정해가며 안전하게 자신을 성숙시킬 수 있도록 자신들이 나서서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준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리더는 자신이 가진 약점과 상처와 실패도 인정하고 껴안을 수 있는 용기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강점 코칭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중이거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나 상황이 암울해져서 더 나빠질 것도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마중물이 필요할 경우 강점코칭이 작동할 수 있다. 물론 전쟁 중이 아니라도 자신에게는 강점이 없다고 규정하고 이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불운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자긍심 회복의 마중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강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예외적 상황이 아닌 일상적 상황의 정상적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강점을 유지하고 신장시키는 것만큼 시급한 것이 자신의 상처 인정하고 치유하고 보완하는 코칭이나 학습이다.
사람들이 근원적 변화를 못하는 대부분의 이유도 바로 강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약점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넘어서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항상 뒷다리를 잡는 것은 삶에 깊히 뿌리내린 약점이다. 이들과 화해가 이루어져 이들이 잡고 있는 뒷다리를 놓아주지 않는한 근원적 변화는 고사하고 한 발자국을 옮기는 변화도 쉽지 않다. 일상적 상황에서 약점이 뒷다리가 된다고 자신의 차에 더 강력한 강점의 엔진을 달아 차를 움직인다면 자신을 괴멸시키는 작업에 몰입한 것이다.
언급 했듯이 강점 코칭을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경영진이 사용할 경우는 더 무서운 결과를 야기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강점의 엔진을 달고 무리하게 달리는 것을 강요할 뿐 아니라 무리마게 달리다 차가 부숴지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를 달아 토사구팽 시키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회사에서는 강점 코치들을 대량으로 고용한다. 대분분의 코치들은 회사의 이데올로기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것을 모른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존재목적과 가치를 상실한 법전문가와 병의 공포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지금의 역량독재를 키웠고 이들에게 리더십을 넘겨준 오류가 지금과 같은 대혼란을 키웠다. 과거에 성공한 역량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상황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믿었던 미신이 지금의 문제를 키웠다. 지금처럼 모두가 넘어져서 상처를 받은 시기에 우리에게 더 시급한 것은 이들 소수의 전문가들이 독점한 경쟁에 치여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긍휼감이다.
강점이나 역량에 내몰려 싸우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인정하고 치유하는 긍휼감이 우리 시대의 리더가 보여야 할 진정한 용기이고 영성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에 성공했던 것처럼 보이는 역량에 홀려 긍휼감이 없는 리더를 리더로 세운 댓가를 톡툭히 치루고 있다.
정연복 상처
가슴속에 남몰래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루를 살면서도
생채기로 얼룩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거늘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자
상처가 있어
비로소 사람인 것을
상처는 상처와 어울려
아물어 가는 것
상처를 용기있게 인정하고 마주하고 치유하는 사람이 아름답고 성숙한 사람이다. 리더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는 용기이다. 인정된 상처는 자연스럽게 치유되어 리더와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