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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타자들 다윗과 골리앗
우리 안의 타자들
다윗과 골리앗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복권은 머리, 재능, 외모, 건강 등등 개발하면 돈으로 환산해 쓸 수 있는 인적자본의 종자돈인 셈이다. 개발하는데 드는 돈도 결국 부모가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재력을 가진 부모 밑에 태어나는 행운도 유전자 복권이다. 이런 복권을 받고 개발해서 승승장구하는 삶을 뽐내며 화려한 외적 삶을 지향하는 자아가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 이고(Ego)다. 이런 유전자 복권이 거래되는 가치는 사회가 가진 고통의 문제를 얼마나 체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즉, 전문성의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21세기 전까지는 이런 유전자 복권을 개발하면 평생 전문가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는 이런 유전자 복권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전문성의 범위가 축소되어 이런 전문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치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AGI와 로봇 알고리즘이 발전해서 이런 전문성 자체를 민주화 시키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머리 좋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시대가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유전자 복권을 개발해서 풀 수 없는 문제가 누적됨에 따라 고통을 받고 쓰러져 있는 자아가 성인아이다. 정도의 문제이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생긴 어둠의 자식 하나를 품고 산다. 성인아이는 컴플렉스(Complex)가 의인화 된 모습이다. 컴플랙스란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모습을 뜻한다. 컴플랙스는 자아에 대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쌓여 만든 고통을 상징한다.
골리앗과 다윗는 우리 안에 있지만 모두 타자다. 우리는 골리앗과 공모해 다윗을 사생아 취급해가며 타자화해왔다. 유전자 복권을 믿고 날뛰는 골리앗의 실체도 타자다. 골리앗의 기반인 유전자 복권은 신이 나를 대신해 복권을 당첨되게 만든 것이어서 온전한 소유권이 없다. 자신은 아니다. 세상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쓴 것이지만 이고는 천년만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한다. 이들에게 골리앗은 횡령한 타자다.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 삶의 주인공이다.
유전자 복권의 재능을 뽐내고 사는 이고는 골리앗이고 이고가 풀지 못한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감춰진 내면의 성인아이는 우리 안 아둘람 굴에 숨어 살고 있는 다윗이다. 우리 속에는 다윗과 골리앗이 동거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전자 복권으로 비교적 평탄하고 승승장구하는 화려한 삶을 살아온 골리앗 이고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성인아이인 다윗을 탓하고 비난한다. 성인아이는 이런 비난을 먹고 아둘람 굴에 숨어 있는 다윗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골리앗을 편들고 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각종 이고와 관련된 각종 정신 질환도 스스로가 과도하게 골리앗을 편들어 생긴 결과다. 예를 들어 나르시스트는 다윗에 비해 유전자 복권의 혜택을 타고난 골리앗을 무한정 부풀린 결과다. 사이코패스는 문제투성이인 성인 아이가 자아의 동굴인 아둘람 굴에서 빠져나와 일상에 출몰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목격될 때 발생한다. 내면에서 싸우고 있어야 할 골리앗과 다윗이 자아 밖으로 나와서 싸우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목격된 형국이다. 소시오패스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인 경우다. 주변의 약한 고리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 들여 골리앗의 편을 들도록 가스라이팅 시킬 때 발생한다. 마키아벨리 성향은 자신의 골리앗을 왕으로 우상화하고 이 골리앗의 승릴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과 상황을 도구로 무자비하게 부려가며 싸우는 모습이다.
일반 사람들은 유전자 복권을 탄 골리앗과 세상의 문제를 풀지 못한 비난 꾸러기인 다윗 간 싸움을 내면의 싸움으로 통제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것은 이런 내면의 싸움이 밖으로 전개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침해를 주는 경우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유전자 복권을 탄 자아에 대한 과도한 편애에서 생긴 일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자신에 대한 신뢰란 이고와 성인아이 사이의 거래에서 성립한다. 세상이 복잡해져 개인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점점 작아지면 성인아이도 이고를 안 믿고 이고는 문제가 안 풀릴 때마다 성인아이를 더 큰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느 순간 둘 사이의 신뢰잔고가 제로가 된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고는 엑셀레이더를 밟지만 성인아이는 여기에 반대해가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결국 유전자 복권을 받아서 비교적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던 이고도 기진맥진해지고 결국 화려하게 살았던 무대 중앙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산다. 유전자 복권으로 유지했던 조건적 자신감, 조건적 효능감, 조건적 자아존중의 잔고가 어느 순간 파산선고 당한다.
자기신뢰(Self Trustfulness)란 이고와 성인아이를 중재하는 셀프(Self)가 어느 날 자신이 신이 아닌 이상 현재의 몸, 마음, 정신을 모두 동원해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날 셀프는 주어진 모든 문제를 풀 수 없어서 생긴 고통이 인간 삶의 보편적 실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문제를 풀지 못해 상처 받을 개연성이 있는 삶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신처럼 취급했던 잘못된 가정에서 탈출한다. 인간임을 깨달은 셀프의 중개로 골리앗 이고가 고통으로 쓰러져 있는 성인아이 다윗과 화해하고 서로 허그하고 성인아이는 이고를 이고는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워주는 작업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신뢰가 복원된다. 이고와 성인아이 사이에 서로가 상처 받을 개연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허그하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서로를 삶의 국면의 파트너이자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잔고는 자기긍휼에 의해서 결정된다. 또한 이 자기긍휼에 의해서 조성되는 신뢰는 조건적 신뢰가 아니라 무한신뢰다.
몸에 이미 뿌리내린 암과 물리적 상처는 가시를 뽑아내는 외과 수술로 치유할 수 있지만 마음과 정신에 상흔인 트라우마는 긍휼의 사랑으로 녹이는 방식으로만 치유된다. 마음의 가시가 오랫동안 녹여지지 못하고 방치되면 가시는 여기저기 다시 상처를 남기고 결국은 몸에 암이라는 표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암은 치유되지 못한 마음의 트라우마가 씨앗이 되어 몸을 뚫고 발현된 것이다. 암덩어리를 수술로 제거해도 뿌리인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못하면 암은 다시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
자기긍휼로 화해하고 치유된 성인아이가 삶의 주인이자 다윗으로 세워지고 유전자 복권으로 살았던 이고 골리앗이 삶의 조연으로 역할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의 대리인으로 살던 삶이 자신이 온전한 주인으로 사는 삶으로 전환된다. 아둘람 굴에서 탈출한 다윗이 자신의 고유한 삶의 목적을 세우고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삶을 시작한다. 자신이 만든 대본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품성을 갖춘 주체적 자아의 탄생이다. 편애를 받던 유전자 복권의 성인과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성인아이가 자신 안에서 온전한 성인으로 태어난다.
내면의 다윗과 내면의 골리앗의 싸움에서 골리앗에 대한 편애가 극복되고 다윗이 주인으로 세워질 때 자신은 온전한 주체적 인간으로 탄생한다. 이런 내면의 싸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골리앗을 편들고 있다면 나르시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마키아벨리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도 언제 이런 정신증이 표출되어 문제를 일으킬 지 모른다. 시간과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는 유전자 복권을 과도하게 타고 태어나 사회적으로 성공해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이고를 가진 사람들의 연기에 속아 이들을 온전한 성인으로 착각하고 리더로 세워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도 유전자 복권 갑옷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편들고 살았던 삶에 취해 숨겨진 나르시스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마키아벨리를 리더로 착각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