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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설사 오늘 나를 해고하더라도 진성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Sep 21, 2025 ·6분 ·jkyoon · 438
회사가 설사 오늘 나를 해고하더라도
진성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급진거북이>는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근원적 변화를 실천하는 진성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급진적 믿음을 가진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변화를 추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급진거북이”란 급진적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천 방식은 점진적이고 꾸준한 리더를 뜻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면에는 확고한 신념과 공공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토대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리더가 바로 급진거북이다. 이 책에서는 이 급진거북이 리더가 펼치는 리더십을 진성리더십이라고 명명한다. 진성리더십은 자기 인식과 앞으로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리더십이다. 과거 모범적인 리더십의 대표주자였던 카리스마 리더십의 대안적 모델로 등장한 이 진성리더십은 카리스마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며, 목적과 사명에 기반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책의 1부에서는 근원적 변화와 진성리더십의 등장 배경을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배경이 바로 신자유주의 신화이다. 신자유주의는 기업을 무한 경쟁과 초단기 성과주의라는 극단적인 성장으로 이끌었으며, 이에 발맞추어 카리스마형 리더가 급부상하였다. 카리스마형 리더들은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조직을 급성장시켰으나,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벌을 주는 방식을 사용해 조직의 신뢰 잔고를 고갈시키고 구성원을 소진 상태로 만들었다.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우로보로스처럼, 성과가 조직 전체를 집어삼키며 조직의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리더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리더라는 자리는 점점 기피대상이 되었고, 성과와 돈 중심의 동기부여도 유명무실한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진성리더십이다.
책의 2부와 3부에서는 진성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미시적, 거시적으로 변화시키는 다양한 전략을 제시한다. 미시적 변화 전략의 핵심 개념은 ‘약속된 울타리 안에서 실험적인 변화를 실천할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방어적이다. 그러므로 조직도, 조직의 구성원들도 공개적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면 반발하려 들 것이다. 특히 목적과 사명에 관심이 없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면 변화를 시도하는 리더를 내쫓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개인이나 팀 단위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고 안전한 울타리 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성과를 만들며 점점 더 그 영역을 넓혀가다보면 이러한 변화가 지렛대 역할을 하며 조직 전체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시적 변화가 성공한다면 다음으로는 거시적인 변화 전략을 사용할 차례다. 미시적 전략으로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든 뒤, 그 성과를 벤치마킹하려는 조직의 욕구를 활용해 조직 전체로 변화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때 미시적 변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변화 챔피언”들을 집단적 변화의 주체로 만든다면 더욱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급진적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상적 상태로 정착하게끔 만드는 전략을 소개한다. 리더는 조직의 궁극적 목적을 향한 나침반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지도를 수정해가며 조직의 변화 상태를 업데이트 해야한다. 또한 변화로 성공을 맛본 조직원들의 개인적 믿음이 항상성 있는 조직 시스템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목표-성과-보상 간의 연계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변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기업과 경영자들은 아직 진성리더십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해 있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대한민국의 풍토를 고려할 때 “한국 기업에서 진성리더십이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진정성을 잃은 기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 머리 속에는 수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과거 편의점 점주들에게 행한 갑질 논란으로 기업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나 역시 그 사건을 기점으로 남양유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있었다. 지속된 매출 하락에 남양유업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자체적인 ESG위원회를 설치해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설치되기 전 B+등급이었던 ESG 종합등급이, 위원회가 설치된 후에는 오히려 C로 2단계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ESG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관이었다는 뜻이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코로나 사태를 자신들의 매출에 이용하려고 했던 정황도 있다.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인데, 이는 실제 임상실험이 아닌 시험관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발표한 것이어서 소비자 기만 및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자사의 이익으로 써먹으려는, 단기매출에만 혈안이 된 태도다.
SPC 역시 남양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악덕 기업이다. 이들은 ‘친환경, 나눔, 사회공헌’을 주제로 ESG크리에이터를 선발하며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SPC의 공장에서는 매년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다치거나 사망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대신 장례식장에 자사의 빵을 보내는 등 조롱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SG 홍보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라기에는 ESG, 특히 사회(S) 부분 내의 노동권, 안전 문제에서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나는 겉과 속, 앞과 뒤가 다른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이 안 좋거나 사악해도 괜찮으니 차라리 본인의 사상과 생각, 인성, 행동이 일치하기를 바란다. 상대의 언행을 지켜보고, 파악한 뒤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명난 뒤에야 다가가는 스타일이기에 더욱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과 SPC는 진작에 불매를 하고 있었다. 잘 사용하던 제품도 기업에서 구설수가 터지면 바로 재구매를 중단할 정도로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사상을 가진 기업에게 지갑을 벌리기 싫어한다. 반대로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이 나의 사상과 맞아 떨어진다면 제품이 조금 불만족스러워도 계속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 내가 일하고 싶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연봉, 복지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그 기업의 비전으로 한 약속을 지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니, 숭고한 사명같은 건 없어도 괜찮으니 최소한 소비자와 노동자를 존중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
나는 HR 직무, 특히 HRD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와 성장 목표에 진성리더십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풍토를 고려할 때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서 삭제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아무리 HR부서라고 해도 그저 수많은 직원 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때가 되면 급여를 분배하고 임직원 행사 잡일이나 하는 심부름꾼이 필요할 뿐이지, 비전이니 사명이니 하며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말단사원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자기소개서에 쓸데없는 내용을 적었기에 서류조차 합격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겉과 속이 다른 기업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자기소개서가 보기 불편한 기업이라면 내가 입사를 한 뒤에도 그 기업을 불편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HRD라는 직무에 매력을 느끼게 해준 두 강의(조직구조및개발, 경영리더십)에서의 배움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의 어딘가에는, 아니, 세계의 어딘가에는 진성리더십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며, 나는 언젠가 그러한 기업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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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글은 제 <비즈니스 리더십> 수업을 수강한 학생이 기말 과제로 <#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잉걸북스 2024)>를 읽고 작성한 일인칭 독후감입니다. 본인은 이 학생에게 대한민국에 지금 그런 성숙된 기업이 없다 하더라도 그런 기미를 보이는 기업이 있다면 입사할 것을 조언할 것입니다. 기업의 수준이 진성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맞는 HR 구성원들과 비밀결사대 전략을 구사해가며 작은 울타리를 만들고 조용히 가꾸어 진성리더십 씨앗의 식재가 가능한 토양으로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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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