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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길을 잃어도 지도술사의 초심을 지킬 것! 나 자신과의 약속

Sep 21, 2025 ·6분 ·jkyoon · 475
수없이 길을 잃어도 지도술사의 초심을 지킬 것!
나 자신과의 약속
25.6.17
<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를 읽고
급진 거북이라는 단어는 빠름을 의미하는 급진과 느림을 상징하는 거북이의 단어가 합쳐졌는데 이는 목적에 대해서는 빠르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행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급진 거북이 전략을 가진 진성리더는 자신이 설정한 존재 목적과 사명에 대한 믿음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목적을 실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차분하고 조용히, 꾸준하게 움직인다.
급진 거북이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는 지도술사다. 지도술사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초뷰카 세상에 맞춰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길을 통해 만든 지도가 ‘정신 모형1’이라고 한다면 미래에서 현재로 이르는 길을 가늠해서 만드는 지도가 ‘정신 모형2’다. 책에서는 ‘정신 모형1’의 길을 오래된 새 길로, ‘정신 모형2’의 길을 미리 가본 새 길이라고 표현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하는 세상에 맞는 지도를 업데이트해 그려내야 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초뷰카 시대는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초뷰카 시대의 진성 리더는 길 잃음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길 잃음을 인정한 리더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전반적 방향을 알려주고 길 잃은 지점의 좌표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한다. 즉, 길 잃음을 인정하면 나침반을 이용해 길 잃은 지점을 다시 찾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급진 거북이는 세상에 대한 개입이 끝나는 시점까지 이렇게 지도를 여러 번 업데이트하여 약속한 목적지에 도달해 약속을 지킨 사람의 반열에 오른다.
‘긍휼감’이란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구성원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혁신의 주체로서 협업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도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상처받고 고통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신뢰란 서로가 상처받고 아파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상처받을 개연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신뢰가 생긴다. 서로에게 쌓인 신뢰는 울타리가 되어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든다. 심리적 안전지대가 있으면 구성원은 자신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렇게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혁신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긍휼감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존재 목적, 사명, 긍휼감 이러한 내용들은 결국 도덕이나 윤리와 비슷한 맥락을 갖는다. 하지만 기업은 경제적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조직인데 너무 이상적인 생각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면 우리는 너무 이원론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근원적 변화는 이율배반적으로 나눠 놓은 것을 통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이익을 두 이윤의 양극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기적 이윤을 X축, 장기적 이익을 Y축의 독립적인 축으로 가정한다. X와 Y를 양극단으로 두면 결국 제로섬이 되지만 X와 Y를 독립적인 두 개의 축으로 고려하면 씨줄과 날줄로 엮여 태피스트리라는 동적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수평적 통합은 변화를 위해 경계를 확장하는 원심력을 달성하게 만들고, 수직적 통합은 원심력을 다시 조직의 존재 목적이라는 구심력을 향해 통합되게 만든다. 그렇게 원심력과 구심력을 모두 갖게 되었을 때 동적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속한 20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이 있었던 세대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에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고 PC, 모바일 모든 환경에서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줄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의 대학생들은 Chat GPT 없는 과제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듣다 보면 미래에 인간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지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대학교 3학년을 지나가던 시기 2년을 휴학하고 시험 준비를 했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뚜렷한 존재 목적 없이 그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나에게도 성공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 실패는 내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길 잃음을 인정할 용기를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얻었다. 그제야 나는 나침반을 꺼내들었다. 나침반은 길 잃은 지점의 좌표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복학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내가 길을 잃은 지점을 찾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았다.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려는 노력이었다. 그렇게 돌아온 학교에서 나는 다시 수업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학회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에 임해 보기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어떠한 상황에도 잃고 싶지 않은 사명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도 다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급진 거북이처럼 죽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이렇게 계속 지도를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급진거북이에 중심개념으로 등장하는 지도술사라는 단어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지만 책을 읽으며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단어 중 하나가 긍휼감이었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협업하게 되는 마음이라니 신기했다. 수업 시간에 리더가 구성원 각각의 선호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스트레스가 생산적 스트레스의 한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조직은 돈을 받은 우리가 기업에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도록 노동을 제공하는 것인데 그곳에서 왜 개인의 문제나 스트레스를 내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조직에서 개인의 감정이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휼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배우며 생각이 바뀌었다. 고통은 생명이 있는 누구나 성장을 위해 겪는 것이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드러낼 수 있어야 심리적 안정지대의 울타리 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위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심리적 안전지대에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하고, 의사소통한다. 고통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타인과 끝없이 비교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긍휼감을 가지는 것이 기업의 이윤추구와 이분법적으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둘이 X축과 Y축으로 직조되었을 때 제로섬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동적 역량을 갖게 해줄 것이다.
경영리더십 수업을 들으며 많은 리더십 이론에 대해 다뤘지만 20대인 나에게 한 조직의 리더는 까마득하게 먼 존재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삶의 리더가 나 스스로이고 내 삶을 잘 구성하고 설계해 나가는, 내 삶에 대한 진성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급진 거북이처럼 존재 목적에 대한 믿음은 단단하게, 그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은 느리더라도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것을 넘어서 길을 잃더라고 방향을 되찾고 새로운 지도를 다시 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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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 학기 <#비지니스_리더십>을 수강한 학생이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를 읽고 쓴 일인칭 독후감. 요즈음 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심리적 울타리란 구성원이 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공유했을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점과 긍휼감으로 구성원의 아픔에 대한 진실한 환대를 보이는 기업이 초뷰카 시대 가장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원리를 잘 설파하고 있다. Z세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타블라 라사(하얀 백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20대에 자신들 타블라 라사 마음에 어떤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가 향후에 이들이 그려나갈 비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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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