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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뉴노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정당성의 등고선
한 시대의 뉴노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정당성의 등고선
사회의 질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이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놓고 암묵적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서 생성된다. 각 집단이 상식이라고 규정한 것에는 높고 낮음이 공존한다. 이 지형을 ‘정당성의 등고선’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상식이라는 것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당성의 등고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믿는 상식의 위치는 각기 다르다. 그들 간의 상식으로 규정된 질서의 협상과 수렴을 통해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상식의 지평선이 탄생한다.
그림에 제시된 정당성의 등고선은 ‘위등고선(윗봉우리)’, ‘평지’, 그리고 ‘아래등고선(토굴/카르텔)’으로 구성된다. 각각은 일반보다 높은 수준의 상식을 구성하는 집단, 중간 수준의 상식을 주장하는 집단, 상식이하를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상대적으로 위봉우리 집단은 미래를 위해 긍정적 외재성을 가지는 반면 아래 등고선을 구성하는 집단은 토굴세력이나 카르텔 세력으로 사회의 부정적 외재성을 상징한다. 이들 간의 협상과 상호작용이 사회의 정당성의 동학과 우리가 발딛고 사는 사회의 뉴노얼을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네트워크 이론의 관점에서, 비슷한 높이의 위동고선을 형성한 집단이 여럿이 공존할 때 이들은 ‘구조적 등위(structural equivalence)’를 갖는다고 명명한다 (Burt의 개념). 구조적 동위는 서로 직접적인 교류가 없더라도 미래에 실현될 공공선에 대해 유사한 위치와 역할을 공유한다. 공공선의 가치에 대해 비슷한 태도와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 많을 수록 정당성의 등고선을 구성하는 지평은 높아진다. 토굴을 구성하는 카르텔 세력이 여럿 존재할 경우에도 이들은 구조적 등위를 형성한다.
윗봉우리의 리더십
‘윗봉우리’에 위치한 집단은 공공선을 지향하는 사회의 주요 흐름을 선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 윗봉우리들은 비록 개별적으로 소통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구조적 등위성으로 인해 특정 이슈에 대해 유사한 관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공동난제가 생겼을 때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나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인들, 정치가, 전문가, 학자들이 이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방향의 해법을 제시한다. 이는 사회를 선도하는 합의와 에너지를 형성한다. 이들의 일관된 메시지는 대중에게 신뢰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마치 여러 봉우리에서 동시에 횃불이 타오르며 어둠을 밝히는 것과 같다. IMF 당시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했던 사회적 리더들의 일관된 메시지나, 특정 사회 문제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공통된 진단과 대안 제시가 이러한 ‘정당성의 등고선 상승’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소통과 중재의 장, 평지
중간에 위치한 평평한 운동장 ‘평지’는 소위 일반 국민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눈 높이라고 불리는 정당성의 지평이다. 이 지평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절충되어 뉴노멀이 새로운 질서로 탄생하는 협상의 장이다. 이곳은 일반적 이슈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주체들이 만나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새로운 질서의 표준을 만든다. 시민사회 단체와 중도층 여론 등이 이 평지에 해당한다. 이들의 활발한 소통은 윗봉우리와 토굴 카르텔 세력 간의 간극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을 중재해 새 질서를 만드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평지가 넓고 견고하게 유지될 때, 사회는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건전한 뉴노멀을 모색할 수 있다.
토굴 세력의 부정적 외재성
반면, ‘아래등고선’에 해당하는 ‘토굴 세력’은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부정적 외재성을 생산하는 카르텔 집단으로 비유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들은 질서를 창출하기 보다는 파괴하는데 앞장 선 집단이다. 이번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윤건희 가족 카르텔, 통일교와 신천지류의 종교마피아, 전광훈과 손현보 류의 사이비 정치 목회자, 각종 조찬기도회를 통해 독재를 정당화시켜 준 김장환을 필두로 한 일부 보수 목회자, 극보수 정치인, 태극기부대, 일베나 에프엠 코리아 류의 편향된 SNS 집단, 등등을 포함한다. 이들도 구조적 등위성이 있어서 사회적 현안이 생길 때마다 뒷다리 세력으로 같이 연합하는 시늉을 하지만 결말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각자도생으로 서로 싸우다 무너지는 구조다.
아랫 등고선 사람들은 종종 사실과 다른 정보, 즉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특정 의도를 가진 ‘음모론’을 유포하여 사회적 혼란의 중심이 된다. 이들의 활동은 사회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불신을 조장하며, 사회적 분열을 심화한다. 이들이 특정 방송을 장악하거나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이용한 허위 정보 유포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시도의 주범이다. 이들의 힘이 넘치는 사회는 ‘정당성의 등고선’이 침하작용을 일으켜 사회의 무질서를 키워나간다.
사회적 상승작용을 위한 동학
궁극적으로 사회의 ‘정당성 등고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윗봉우리의 건전한 리더십, 평지에서의 활발한 소통과 협상, 그리고 토굴 세력의 부정적 영향을 절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윗봉우리를 대표하는 리더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평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경청되어 합리적인 합의가 형성될 때, 사회는 더욱 견고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뉴노멀을 공진화 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당성 위기는 이런 윗봉우리를 규정하는 리더십 그룹들이 점점 사라진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계엄 사태 속에서도 파국을 막은 것은 윗봉우리들이 아니라 국회 민주당 보좌관들과 국민들이었다.
탄탄한 윗봉우리가 실제로 존재하고 이들이 구조적 등위를 통해 시대의 어른으로 존재할 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단순히 몇몇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 물결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세운 가치의 울타리에 기대어 중간 등고선을 주도하는 집단이 토굴 세력의 허위와 선동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평지를 구성하는 양식과 상식이 있는 일반 시민들이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와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 차이를 인정하는 질서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을 때 토굴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은 이 ‘정당성의 등고선’을 구성하는 윗봉우리, 평지, 토굴 카르텔간의 복잡한 동학을 통해 발현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윗봉우리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평지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며, 토굴의 어둠이 사회 전체를 잠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정당성 등고선은 더욱 높고 견고하게 상승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법과 상식을 앞세워 등극한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은 모두 토굴 세력의 대마왕들이었다. 이들의 정당성 연기에 속아 대한민국은 엄청난 파행과 무질서의 고통을 경험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초연결 세상이 도래한 덕택에 이전과 달리 이번 내란 사건의 토굴 카르텔 세력의 정체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상상 밖의 인물들이 지금까지 토굴 속에서 숨어서 대한민국의 피를 빨아 먹어가며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챙기던 카르텔 좀비였다. 이들을 대청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윤건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특검의 책무는 이들을 드러내 정당성의 등고선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앞으로 전개될 세상에 통용될 정당성 등고선의 뉴노멀을 규정할 특검의 역사적 책무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민국이 윤건희와 같은 괴물들이 또 다시 탄생하는 비극을 경험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