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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해! 공동체라는 이름의 집단 면역 체계
우리에게도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해!
공동체라는 이름의 집단 면역 체계
오래전에 사회가 작동되는 원리를 파악해서 사회계약론을 완성한 루소는 인간의 조상들이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지금의 인류가 가능하게 한 문화의 원형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서로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는 공동체의 울타리로 설명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기 시작한 공동체를 만들어낸 기원은 적자생존을 위해 동물과 경쟁을 해가며 사냥을 위해 협동하던 낮이 아니라 밤에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인류의 조상들은 어느 날부터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빙 둘러 앉아서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따뜻한 울타리를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낸 비밀은 어깨와 어깨와 등과 등을 연결해 만들어낸 공동체의 따뜻한 울타리였다.
인류는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의 어깨와 등으로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가지자 낮에 수렵 채취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가 끝나자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았던 서로의 노고도 치하했다. 공동체의 시작이다. 공동체는 따뜻한 사람 울타리가 만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울타리를 중심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이 생기자 모여 앉았던 사람들은 공동의 운명을 상징하는 모닥불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 더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이름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차가운 울타리를 둘러 만들어낸 사회라는 조직과 제도는 따뜻한 울타리로 만든 공동체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대상이다.
최근에 따뜻한 울타리로 둘러진 공동체가 인간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줘 염증수치를 줄이고 저속노화를 촉진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Brain, Behavior & Immunity – Health 2025년 10월호에 발표되었다.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Anthony D. Ong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Laura D. Kubzansky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다. 논문 제목은 “누적 사회적 이점은 느린 후성 유전학적 노화 및 낮은 전신 염증과의 연관성”(Cumulative social advantage is associated with slower epigenetic aging and lower systemic inflammation)이다. 이들 공동연구팀은 미국 성인 2,117명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인 MIDUS(Midlife in the United States) 데이터를 이용했다.
연구의 핵심개념인 누적 사회적 이점 (Cumulative Social Advantage, CSA)은 장기적으로 공동체의 따뜻한 울타리에 얼마나 노출되어왔고 자신도 울타리를 만드는데 기여한 정도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가족의 따뜻한 지지, 친구와 이웃과의 지속적 교류, 종교 공동체의 참여 등을 통해 공동체의 연결과 지지가 구성원의 몸에 집단적 면역체계로 누적된 정도다. 공동체의 울타리에 의한 따뜻한 지지는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이라는 면역체계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공동체 구성원의 ‘생물학적 노화’의 속도가 늦춘다는 보고다. 특히 공동체의 정서적 지지라는 집단적 면역체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노화를 예측하는 정확한 지표인 GrimAge와 DunedinPACE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시계에서 더 젊은 수치를 보였다. 염증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신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인터루킨-6 (IL-6)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만성 염증이 심장병, 당뇨, 치매 등과 관련이 있음을 고려할 때 중요한 발견이다.
따뜻한 울타리를 둘러 만든 공동체에 의한 면역효과가 지대함에도 공동체의 울타리는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집단적 면역체계의 붕괴가 초래할 건강관리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면역체계가 제일 먼저 붕괴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은퇴해서 차가운 조직 울타리조차 벗겨진 노령층이 면역력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에게 공동체의 울타리조차 제공되지 못하면 면역체계 붕괴와 건강악화로 인해 치솟는 사회적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면역체계가 붕괴되어 노화가 가속화된 사람들의 사회적 고려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나이듬과 고려장은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