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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해보자. 마지막 날을 대하는 삶의 철학과 전략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해보자.
마지막 날을 대하는 삶의 철학과 전략
일상이 반복되는 게임이라고 가정하고 반복적 게임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이 게임 참가자들이 쓰는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게임을 실험실에서 설계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마지막 게임(End Game)이다. 행동경제학 실험설계자들은 마지막 게임이 미치는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게임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조처한다. 예를 들어 실제 10번의 반복게임이 예정되어 있을 때 참가자들에게는 상황에 따라서 게임은 13번이나 15번까지 진행된다고 거짓으로 고지한다. 참가자들이 이번 게임이 마지막 게임이라는 것을 알 때 지금까지 써왔던 게임전략과는 완전히 다른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전략을 운용하기 때문에 일관된 게임전략을 연구할 수 없다.
행동경제학은 마지막 게임의 효과를 제거하고 이전의 게임 결과가 다음에 진행되는 게임에 초기값으로 반영되어 차이를 만드는지에 집중한다면 고전경제학은 모든 게임은 독립적이고 다 마지막 게임이라고 가정한다. 설사 게임이 반복되어도 앞의 게임이 다음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가정한다. 한 게임이 끝나면 다음 게임이 진행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모든 게임을 마지막 종결 게임으로 가정하라고 가르친다. 이런 조건이 유지될 때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가르친다.
행동경제학의 가정에 따라 게임을 진행했을 때 게임참가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을 파레토 최적화 전략(Pareto Optimal Solution)이라고 부르고 고전경제학의 가정에 따라 각자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을 내쉬균형전략(Nash Equilibrium Solution)이라고 부른다. 현실에서 진행되는 게임의 방향은 행동경제학의 장기적 반복 게임 방식임에도 단기적 이익에 눈이 먼 개인들은 개인의 합리성을 앞세운 고전경제학 방식을 채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학은 다 합리성을 담보로 가르치는 것이라는 미신을 믿고 고전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삶을 초단기 게임전략으로 운용하는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고전경제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신자유주의 경제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매 게임이 마지막 게임으로 설정한 단기적 전략에서 어떻게 승리할지에 집중한다. 신자유주의는 참가자들에게 합리성에 대한 잘못된 미신에 근거해 시포스의 돌굴리기를 강요한다. 신자유주의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배교자를 규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단기적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내일 설사 지구가 망할 조짐이 보여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을 비합리적인 바보로 규정한다.
최근에 발매한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에서는 단기적 합리성이란 이름으로 내쉬균형에 갇힌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파레토 최적화 전략으로 이끌어내는 전략을 연구해 제시했다.
삶의 본질은 반복을 통해 더 나은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은 급진 거북이 뿐 아니라 철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가장 선두에 선 두 철학자는 <차이와 반복>을 저술한 들뢰즈와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한 니체다.
들뢰즈의 반복에 관한 생각은 행동경제학의 반복게임과 비슷하다. 들뢰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공간적, 개념적 범주 차이를 극복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변화라고 생각했다. 들뢰즈는 차이의 반복을 통해 더 큰 차이를 창생(蒼生) 하는 변화 철학을 기초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오늘 지금 한 게임과 같은 게임이 내일도 반복되고 결국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무한 순환 루프 게임이다. 일견 고전 경제학에서 가정하듯 앞의 게임이 뒤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리셋되는 반복게임과 비슷하지만, 니체의 생각은 이들보다 더 심오하다. 니체가 생각한 영원회귀란 오늘 게임이 죽을 때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마치 오늘 하는 게임을 마지막 게임(End Game)이라고 생각하라는 요지다. 니체는 오늘 게임에서 내린 결정을 중간에 바꿀 수 없고 삶의 마지막 게임까지 똑같이 반복된다고 가정할 때 오늘 삶을 어떻게 최적화해 최상의 게임 결과를 가져오도록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니체는 어려운 상황에서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로 어려운 일을 미루는 함정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오늘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치열하게 경영하라는 까르피디엠 메시지다.
이런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철학은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 연설에서 매일 아침 거울을 봐가며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었다고 고백했다. 사흘 동안 연속적으로 질문했을 때 Yes의 대답을 못 내리면 죽음 쪽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어서 삶의 전략을 근원적으로 수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종교에서 생각하는 게임은 이승에서의 게임이 다음 생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게임이지만 마지막 게임(End Game)에 관한 생각에서는 생각이 갈린다. 불교는 이승에서 살았던 게임 결과가 죽음 이후에도 반영되고 환생해서도 반복된다고 가정한다. 이런 게임이 끝없이 무한 반복된다면 결국 최적의 삶은 이승에서도 부처처럼 사는 전략 말고는 다른 전략이 없다. 니체의 영원회귀 철학은 불교의 윤회 사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기독교는 마지막 게임(End Game)이 있다는 가정에 기반했다. 이승에서 선하게 살면 이승에서의 선한 삶을 정산해 죽은 이후에는 천국에 가든지 지옥에 가든지가 결정될 것이고 한번 결정되면 시간과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하는 영생을 가정한다. 중세 시대 영특한 성직자들이 마지막 게임의 함정을 이용해 몽매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면죄부를 판매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삼박자 구원과 같은 교리를 외치는 교회는 아직도 변형된 면죄부 판매 행위를 끊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마지막 게임은 삶의 개입이 중단되는 죽음의 순간이거나 회사원의 경우는 회사에서의 일을 통한 개입이 종결되는 정년퇴임하는 순간이다. 니체처럼 이 마지막 날을 오늘로 가져와 최선을 다하여 영원회귀하는 차이를 만든 사람이나 들뢰즈 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늘 최선을 다해 만든 차이를 내일에 반영하여 더 나은 차이를 축적하는 사람이 승자다. 마지막 게임이 제대로 정의된 철학을 가진 사람들에게 성공이란 이런 철학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 날에서 삶의 개입이 중단되는 죽음의 순간까지 반복되는 성공과 실패의 게임을 통해 만든 차이의 기울기를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우리 모두 고전경제학과 신자유주의가 자기이득을 극대화 하기 위해 매일을 마지막 게임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이득에 집중하는 초단기주의 합리성의 미몽에서 깨어나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