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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III (불과 재)을 보다.
아바타 III (불과 재)을 보다.
2025.12.25
망콴 족은 오마티카야 족과 달리 매우 호전적이다. 행성의 신인 ‘에이와’를 거부하고 파괴와 약탈을 일삼는다. 화산과 재의 부족인 망콴족은 인간과 연합해 행성 생태계를 약탈하고 파괴한다. 망관이란 말은 추정이지만 한자어 망관(亡冠)의 음을 빌려서 만든 말로 보인다. 관은 삶의 목적을 의미하고 망은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망관족은 삶의 목적을 잃고 세속적 욕망의 대마왕인 인간을 추종한다. 이 족속은 불을 신봉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다.
오마티카야족과 망콴족의 싸움은 윤석열을 따르는 계엄파와 눈 오는 밤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응원봉을 들고 나섰던 키세스 응원단 간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영화는 선한 동맹인 오마티카야족 동맹의 승리로 끝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류(RDA)는 행성인 판도라의 모든 자원과 생명체를 ‘물건’이나 ‘돈’으로 본다. 망콴 부족은 인간의 권력을 추종하는 사악한 아바타인 반면 오마티카야 족은 행성의 모든 것을 ‘생명’으로 보는 아바타다.
영화의 가장 압권은 오마티카야 족 구성원에게 하는 인삿말인 I see you다. 오마티카야 족을 공격했던 대령의 아들에서 오마티카야 족 일원으로 귀화한 일명 멍키 소년 스파이더는 주변인으로 부족의 가장자리를 맴돌며 살았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되는 도중 스파이더의 헌신과 진정성을 읽은 구성원들은 스파이더에게 “I see you”라는 인삿말을 건넨다. 온전한 자기 종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졌다는 메시지다.
I see you는 무슨 인삿말일까?
영어를 직역하면 “네 입장을 잘 이해하겠다” 정도이지만, 영화에서는 오마티카야 족 공동체를 구성하는 온전한 주체의 일원으로 상대를 볼 때 사용하기 때문에 “너는 우리 공동체에서 사랑 받는 소중한 존재야” 정도로 읽힌다. 어감 상 I watch you(내가 널 지켜보고 있으니 행동거지를 조심해)와 반대말로 들린다. I watch you는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인삿말이다. 프로크루테스는 주변에 돌아 다니는 사람들을 잡아다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손이 길면 손을 자르고 발이 짧으면 발을 늘려서 침대에 마춰가며 고문하는 신이다.
I see you는 상대를 긍휼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인삿말이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얼굴에 “나를 살해하지 말아요” 라는 표정을 담고 긍휼의 사랑을 요청한다. 이런 타자의 요청에 I watch you라고 대답한다면 No의 대답일 것이고 I see you라고 대답한다면 yes의 답변일 것이다. I watch you로 인사한다면 자신의 눈에 드는 것만 골라서 선택적으로 구성한 자신의 분신으로 대하는 것이지만 I see you는 상대방 자체를 긍휼의 눈물로 따뜻하게 감싸는 행위다. 상대의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뒷통수의 상처도 같이 볼 수 있을 때 건넬 수 있는 인사다. “당신을 존재론적으로 사랑해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일상에서 건네는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심오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인사다.
현상학에서 괄호치기(Bracketing)란 의식 투기 방법론을 사용하는데 뜻은 자신의 정신모형의 가정을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인간은 모두가 살아가며 옳다고 생각한 가정을 모아 만든 정신모형을 운용한다. 정신모옇이 프로크루테스가 운용하는 침대다. 괄호치기를 한다는 것은 정신모형의 가정이 남들을 공격하는 침대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 침대를 포기하고(괄호치기 하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의식을 보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방식이다. 편견과 차별의 세상에 현상학의 이런 괄호치기 행위에는 엄청난 진전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상대에게 보내는 의식 속에 상대에 대한 긍휼의 사랑을 담은 것은 아니다.
I see you라는 긍휼의 사랑을 통해 상대를 볼 때 상대의 앞 면 뿐 아니라 상대도 볼 수 없는 상대의 아픈 뒤통수까지 본다.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이 헤여 질 때 “먼저 가”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유는 자신의 아픈 뒷통수를 보여서 상대를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따뜻한 배려 때문이다. “먼저 가”라는 인사는 상대가 사라질 때까지 상대의 아픈 뒷통수를 따뜻하게 감싸는 사랑의 행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랑의 의지다.
긍휼의 사랑이 담긴 I see you는 우리 부모님들의 먼저가와 비슷하게 직선형으로 의식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통해 상대를 따뜻하게 감싸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아래에서도 보고 전 시각에서 볼 수 있을 때 상대방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인삿말인 셈이다.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I see you”라고 말하는 순간, 그 대상은 이용 가치가 있는 ‘도구’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주체’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변한다.
서로가 I see you로 인사를 건넬 때 서로는 진실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에이와(Eywa)라는 행성의 신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체험한다. 나비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I see you를 건낼 때 모든 생명체는 행성 판도라의 거대한 신경망인 ‘에이와’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운명공동체로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I see you”는 나와 당신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 안에서 연결된 운명 공동체의 일원을 인식한다”는 뜻이 된다. 운명 공동체에서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은 곧 나를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운명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누군가를 ‘본다’는 것은 그 존재의 상처에 대해서도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다.
진성 리더십 관점에서 본다면, I see you는 관계적 투명성을 의미한다. 리더가 구성원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진정성 있는 관계’의 시작점이 바로 이 “I see you”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북돋아 주고 존재자체로 감싸주는 것이 진성리더의 본질이다.
영화를 보니 오늘 진심 어린 “I see you”를 건네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들에게 마음 속으로라도 I see you 인사를 건넬 수 있다면 진성리더를 열망하는 존재론적 사랑을 전하는 가장 부드럽고도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인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