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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 사기꾼의 말로 테라 권도형
폰지 사기꾼의 말로
테라 권도형
최근 미국 법원에 제출된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반성문 속에 담긴 이 한 문장은, 59조 원이라는 유례없는 투매 사태를 일으킨 한 천재의 파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몰락한 그를 만든 것은 어쩌면 수학적 알고리즘의 오류가 아니라, ‘내용 없는 1등’만을 강요했던 우리 사회와 비뚤어진 깅남 대치모가 키운 잘못된 모성애의 전형적 사례다.
권도형은 대원외고와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실리콘벨리의 빠르게 실패하고 큰 성공을 거두는 분위기를 이용해 테라라는 블록체인 기반이 없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마치 수학적 알고리즘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를 모집해 폰지사기를 벌였다.
권도형의 성장 과정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목표했던 하버드 대학교 낙방 소식에 눈물을 흘렸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 눈물은 자녀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 ‘가장 크고 멋진 것’을 쟁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의 표현이었다. 권도형 어머니에게 위대함이란 가치나 철학이 거세된 채 오직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태’라는 외형적 성취로 정의되어 있었다.
큰 것 최고로 장대한 것을 위대함이라고 잘못 아는 행각은 오만 (hubris)과 편견 (prejudice)의 원천이다. 오만과 편견이 이고를 장대하게 키우면 이고는 밀납으로 봉한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밀납이 녹아 날개 없이 추락한다. 추락하는 것의 공통점은 날개가 가짜라는 사실과 오만과 편견으로 비대해진 자아의 무게를 거짓 날개가 감당하지 못해 태양이 아니어도 어차피 추락할 운명이란 점이다.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자라난 권도형은 스스로를 ‘고도로 기능적인 존재(Highly functional being)’로 규정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소프트웨어는 탑재하지 못한 채, 오직 승리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장 빠른 연산 처리를 수행하는 인간 컴퓨터로 길러졌다.
그에게 가상화폐 시장은 ‘내용 없는 위대함’을 증명하기에 최적의 전쟁터였다. 그는 테라와 루나라는 성을 쌓으며 알고리즘의 혁신보다는 “가난한 자들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오만한 언사로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했다. 연 20%의 수익을 약속한 앵커 프로토콜은 지속 가능한 금융 모델이 아닌, 그저 더 큰 자금을 끌어모아 자신의 위대함을 부풀리기 위한 폰지사기 수단이었다. 결국 그 ‘멋진 성’이 무너져 내릴 때, 전 세계 수많은 서민의 삶도 함께 파괴되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천재성을 과장하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권도형의 사례는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위대함은 과연 무엇인가? 목적과 철학이 부재한 성공, 도덕이 거세된 1등은 결국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신기루다. 권도형 어머니의 눈물이 향했어야 할 곳은 하버드의 불합격 통지서가 아니라, 아들이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한 괴물로 자라나고 있음에 대한 각성의 눈물이었어야 했다.
권도형의 징역 15년 판결은 한 사기꾼에 대한 단죄를 넘어, ‘무엇을 위한 위대함인가’를 묻지 않고 오직 ‘최고’만을 갈구하다 길을 잃은 학부모와 이를 로봇처럼 수행한 자녀의 맹목적 성공주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희대의 폰지 사기꾼 권도형의 추락은 비슷한 몰락을 경험하고 있는 하버드 졸업생 한덕수, 이준석, 같은 하버드 출신 쿠팡 김범석의 예고된 몰락과 오버랩된다. 이들은 공공선에 대한 목적과 자신을 성찰하는 철학없이 오직 최고만을 지향하고 최고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것을 실패로 폄하하는 대한민국 교육이 만든 괴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