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가스라이팅인가 품성의 향기인가

Jul 4, 2026 ·4분 ·jkyoon · 1
가스라이팅인가, 품성의 향기인가?
카리스마의 두 모습
우리는 평생 누군가의 손을 갈구하며 산다. 어린 시절 낯선 동네에서 느꼈던 공포를 기억하는가? 그때 잡았던 아버지의 손은 불확실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구세주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손에만 매달려 있다면, 우리는 나이만 먹은 ‘성인아이’에 불과하다.
리더십의 세계에서 이 ‘손을 잡는 방식’은 두 가지 극단적인 카리스마로 나타난다. 바로 개인화된 카리스마(Personalized charisma)와 사회화된 카리스마(Socialized charisma)다.
개인화된 카리스마는 대부분 유전자 복권을 기반으로 한 우상숭배와 가스라이팅 리더십의 기반이다. 사실 카리스마라는 말 자체가 신으로부터 받은 유전자 복권이라는 재능을 의미하는데 적어도 신이 준 유전자 복권이라는 재능은 일반인들이 훈련과 노력을 통해 따라 잡을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리더가 가진 재능, 머리, 외모를 통해 얻어낸 명예, 권력, 돈을 따라 잡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카리스마 리더와 경쟁하는 것을 포기하고 카리스마 리더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 충성을 맹세한다.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유전자 복권’을 쥐고 태어난다. 뛰어난 머리, 화려한 외모, 혹은 사람을 압도하는 목소리나 부모의 배경 같은 것들이다. 개인화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는 이러한 신이 주신 천부적인 유전자 복권이라는 재능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들은 추종자들에게 개인화된 카리스마는 마치 어린 시절의 ‘구세주 아버지’처럼 군림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권력, 명예, 돈을 보여주며 “나만 믿고 따라오라”며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은 사실 추종자를 성숙시키기 위한 손이 아니다. 오히려 추종자의 자긍심과 효능감을 깎아 먹으며,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의 도구다. 내면에 몸만 큰 성인아이를 가지고 있을수록 개인화된 카리스마의 전형적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화된 카리스마의 전형이다. 강력한 검찰 권력과 상명하복의 카리스마로 대중을 압도하려 하지만, 그것이 구성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의 주도권을 돌려주려는 의도와는 무관하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추종자들이 맹목적으로 복종할수록 그들은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잊어버린 성인아이가 되어간다. 개인화된 카리스마에게 추종자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계몽시킬 대상이다. 개인화된 카리스마의 전형인 윤석열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름장어로 유명한 한덕수 조차도 가스라이팅 시켰다. 한덕수는 윤석열보다 더 머리 좋은 유전자 복권을 타고 갖은 고위 관료직을 섭렵했지만 이러한 화려한 겉 모습 달리 내면에는 허약한 성인아이를 숨기고 있었다.
사회화된 카리스마는 유전자 복권에 내재된 독재를 고유한 사명과 존재목적으로 극복하고 이를 실현시켜 빚어낸 품성의 향기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를 의미한다. 사회화된 카리스마는 유전자 복권의 독재를 넘어선 곳에서 탄생한다. 사회화된 카리스마도 재능을 타고 나지만 단순히 타고난 재능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과 사명을 치열하게 삶으로 내재화해 유전자 복권의 독재를 넘어선다. 삶의 굴곡을 거치며 다듬어진 품성은 인위적인 연출 없이도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사회화된 카리스마가 풍기는 품성의 향기이고 이 품성의 향기가 바로 선한 영향력의 기반이 된다.
경남 진주의 ‘어른’으로 불리는 김장하 선생이나 학전을 운영하던 아침이슬의 작곡가 고 김민기 선생 같은 분들이 사회화된 카리스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들은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거나 자신을 숭배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타인의 삶에 자긍심의 씨앗을 뿌리고, 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배가 되어주었다. 아버지 손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자신의 삶의 일인칭 주인으로 일으켜 세워 어른이 될 수 있게 돕는다.
개인화된 카리스마는 구성원을 종속시켜 자신의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반면 사회화된 카리스마는 구성원의 아픔을 치유해 제 발로 일어서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구성원이 자신에게 종속되고 자신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것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생각한다. 구성원이 자신의 손을 놓고도 망망대해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주체적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사회화된 카리스마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주도권을 회복해 존경 받는 어른으로 산다.
우리가 리더나 신에게 진정으로 갈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를 대신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카리스마가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리더와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의 긍휼감, 자긍심, 효능감, 정체성,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리더나 종교 지도자가 우리 자신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고, 무력감에 빠지게 하며, 오직 그들에게만 의존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개인화된 카리스마’의 덫에 걸린 것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잡고 있는 그 카리스마의 손은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성인아이로 전락시키고 있는가?
진정한 카리스마의 향기는 사람을 굴복시키지 않고, 유전자 복권을 편애하지 않고, 오직 긍휼의 사랑을 통해 상대가 꽃 피도록 돕는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