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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Jul 4, 2026 ·4분 ·jkyoon · 1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공부를 더 나은 직업, 더 높은 연봉, 혹은 타인보다 앞서기 위한 ‘도구’로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설파된 공부의 본령은 결코 외적인 성취에 있지 않다. 공부란 ‘존재의 형성’이며,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자기 완성의 여정’이다.
강영안 교수님은 한동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신학과 철학에 깊은 통찰력과 지혜로 학자들이 존경하는 어른이시다. 본인도 멤버로 조인해 공부하고 있는 <공공선 연구 모임>의 좌장이시다. 교수님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다 보면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방대한 원전에 근거해서 펼치는 논거를 듣다보면 근거(Radical) 있는 학자의 정도를 배울 수 있다.
책은 케나다 벤쿠버기독교세계관 대학의 최종원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공부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가 갈망하는 ‘참된 지식인 어른의 얼굴’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책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학습자도 진성 학습자와 유사 학습자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사 학습자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지식을 아직 삶에 밀알로 뿌려 뿌리를 만들지 못한 학습자들이다. 한 마디로 유사학습자는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지행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학습자들이다. 진성학습자는 공부를 삶에 통합시켜 지혜의 나무를 길러내고 품성의 결실도 만들어낸 학습자다. 실제 책에서 진성학습자의 공부는 농부의 작업에 비유된다. 공부를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지식을 심어 지혜를 꽃피우고 품성의 결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학자로서 행보는 유사학습자에서 시작해 진성학습자로 되어가는 되어감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어감이라는 진성학습자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책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부는 나를 깨고 나오는 고통에서 시작된다.
강 교수님은 공부의 시작을 ‘자기중심성’이라는 감옥을 부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편견과 익숙한 경험 안에 갇혀 살지만, 참된 공부는 그 안락한 울타리를 허물고 낯선 진실 앞에 서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본연의 자아와 대면하는 정직한 성찰의 과정이다. 내면의 거짓과 가면을 벗어던지고 비로소 ‘진실한 나’를 마주할 때, 공부는 비로소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둘째, 공부는 배운 것을 북극성을 향해 끊임없이 정렬해 가며 공부가 끝날 때까지 호기심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흔드는 과정이다.
공부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기술적 질문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살 것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공부는 지식을 승화시켜 얻은 지혜를 삶의 나침반으로 만드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지식을 지혜로 만든 공부는 세상의 거센 풍랑 속에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 즉 ‘북극성’을 잃지 않게 만든다.
북극성을 향해 떨리는 나침반이 호기심의 원천이다. 머리로만 아는 지식은 상황에 따라 변명거리를 찾지만, 존재로 체화된 공부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된 호기심을 만들어낸다. 품성이란 학자가 호기심으로 죽는 순간까지 떨렸기 때문에 얻은 결실이다. 학자가 자신의 존재목적이라는 내면의 지남철이 보내는 호기심을 잃었다면 학자로서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셋째, 타자의 얼굴에 응답하는 윤리적 공부의 주체가 될 때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이 책의 가장 깊은 울림은 공부의 종착지가 ‘나’가 아닌 ‘타자’를 향해 있다는 점에 있다. 레비나스의 철학을 빌려 강 교수님은 공부가 타인의 고통과 부름에 응답하는 윤리적 행위여야 함을 역설한다. 진정한 배움은 내 목소리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타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경청의 귀’를 만드는 과정이다. 상대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고, 내가 가진 배움을 공동체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사용하는 태도야말로 공부하는 자가 도달해야 할 가장 높은 경지의 품격이다.
넷째, 공부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반복을 통해 몸, 마음, 정신의 근력에 작은 차이를 축적하는 ‘수행’ 과정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넘어져도 다시 타고 다시 넘어져도 다시 타는 과정을 통해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거나 악기 연주자가 수만 번의 연습을 통해 악기와 하나가 되듯, 우리가 추구하는 고결한 가치들도 매일의 작은 선택과 실천을 통해 습관(에토스)으로 굳어진다. 중용에서도 지독하게 실습하고 훈련해 자기 것으로 체질화 시키는 독행을 가장 높은 수준의 공부로 본다. 독행이란 완성된 존재로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인간으로 ‘되어가는(Becoming)’ 과정 자체를 훈련해 사람됨의 근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공부의 마지막 과정인 되어감의 완성은 윤리적 주체로 나선 자신과 이웃의 변화라는 결실로 나타난다. 변화라는 결실이 없는 공부는 가짜공부이자 헛똑똑이 공부인 셈이다. 머리가 좋아 공부를 통해 의사, 변호사, 교수, 전문가로 기능적 성취를 이룬 후에는 자신과 세상의 변화가 보내는 감을 놓치고 더 이상 성숙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공부를 못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결국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공부가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묻는다. 진짜 공부를 통한 참된 영향력은 화려한 수사나 높은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단련된 맑은 영혼과 그 영혼이 빚어낸 정직한 삶의 궤적에서 나옴을 가르친다.
한 마디로 자신의 내면을 부단히 가꾸고, 타자를 향해 열려 있으며, 자신이 믿는 가치를 삶으로 증명해내는 사람이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다. 진짜로 ‘공부하는 사람’의 초상은 곧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진실한 어른의 뒷모습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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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