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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을 넘어 타아실현으로: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자아실현을 넘어 타아실현으로: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우리는 타인의 큰 박수 소리를 성공의 종착역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 대한 정의는 논리적 흠결이 있다. 세상 모두가 나를 우러러보는데 정작 나 스스로는 나를 인정할 수 없음을 마지막 순간에 깨닫는다면, 그 삶을 과연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타인의 인정은 성공의 ‘필요조건’일지는 모르나, 그 성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긍정하는 ‘충분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우리 삶은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결핍의 궤도’와 스스로를 인정하는 ‘충만의 궤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두 갈래의 지향점이 충돌하며 길을 잃는 상태, 그것이 바로 이중몰입(Competing Commitment)의 현장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이 고뇌의 과정을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에 비유했다. 첫 번째 산이 개인적 성취의 산이라면, 두 번째 산은 타인을 향한 헌신의 산이다. 브룩스는 첫 번째 산에서 얻은 성취를 도구 삼아 두 번째 산의 헌신으로 나아갈 때 인생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역설한다.
진성리더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매슬로우의 5단계를 넘어선 ‘욕구 7단계설’을 제시한다. 첫 번째 산은 매슬로우가 정의한 욕구 5단계를 정복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이 산을 움직이는 엔진은 외부의 평가에 기댄 ‘타아인정(他我認定)’이다. 더 높은 지위와 더 많은 소유를 향한 갈망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산의 정상에 선 순간, 깨어있는 리더들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한다. 나의 성공이 오로지 내 능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부모의 헌신, 이웃의 도움, 자연의 혜택이라는 ‘유전자 복권’과 ‘환경적 은혜’에 빚진 결과임을 각성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된 공동체를 구성해서 지금까지 나의 성공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된다. 이 ‘채무자 정신’은 우리를 두 번째 산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이때부터 자기인정(自己認定)을 향한 진정한 등반이 시작된다. 타아인정이 외부의 박수에 기댄 ‘결핍의 인정’이라면, 자기인정은 내면의 도덕적 나침반(Moral Compass)에 비추어 스스로 부여하는 ‘자긍심의 토대’다. “나는 존재목적에 맞게 살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공의로운 정의를 위해 되돌려주고 있는가?” 이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된다.
사실 두 개의 인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얻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타인의 인정이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 개의 인정은 서로 직조되어야 할 문제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인생의 본질은 이 두 갈래 인정 사이의 ‘상충하는 헌신’을 극복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짜 내려가는 과정에 있다. 타아인정을 날줄로, 자기인정을 씨줄로 삼아 자신만의 인생의 결을 만들어야 한다. X축인 타아인정의 성취가 아무리 높다 해도, Y축인 자기인정의 깊이가 얕으면 그 삶은 결국 허무와 냉소라는 늪에 빠진다. 반대로 자기인정만 높고 사회적 성취가 없다면 그 울림은 남들의 에너지를 빌려 쓰지 못해 공동체에 뿌리내리지 못한 독불장군의 삶으로 끝난다. 둘은 온전한 성공이라는 나무를 키우는 한 개의 뿌리다.
진성리더십의 욕구 7단계 모형은 자아실현(4단계)을 넘어 존재목적을 각성(5단계)하고, 빚을 갚는 실천(6단계)을 통해 마침내 유산을 남기는 자유(7단계)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자아의 성공을 기반으로 타인의 성공을 돕는 이타적 행위가 축적되면, 어느덧 세상 모두가 나의 성공을 바라는 ‘성공의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성공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단계에 도달하면 신도 이 사람의 성공을 막을 방법이 없다. 나의 행보에 중요한 대부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나의 성공을 위한 비밀 결사대를 구성해서 나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음으로 양으로 자원을 동원해주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에만 목매는 성공은 타인과 나란히 서기 위한 예비 훈련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외부의 인정은 어둠 속의 등대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꺼질 수 있기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반면 자기인정은 스스로가 ‘발광체’가 되어 등대를 세우는 과정이다. 내면의 불꽃을 스스로 끄지 않는 한, 결코 길을 잃을 수모는 당하지 않는다.
결국 성공이란 경쟁의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산을 넘어 타인의 성공을 돕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빚진 자임을 각성하고 그 빚을 기꺼이 갚아 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자기인정’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가장 고결한 추진력이다. 그 빚을 은혜와 감사의 에너지로 바꾸어 타아실현의 산을 오를 때,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