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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거짓말 해도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소통의 비밀

Jul 4, 2026 ·6분 ·jkyoon · 2
입은 거짓말 해도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소통의 비밀
우리 연구팀(Lawler, Thye, Yoon)은 개인과 개인을 넘어 팀으로 일하는 집단동학 상황에서 비언어적 소통이 미치는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집단에서 비언어적 소통과 언어적 소통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비교연구하기 위함이다. 연구결과의 첫 논문이 완성되어 학술지에서 심사중이다.
우리 실험에 참가한 대상은 미국의 대학생이다. 이들은 4명으로 구성된 64개의 팀에 무작위로 배정 받아 실험의 프로토콜에 따라 50분 동안 바다에서 조난 당했을 때 일주일 동안 살아남는 법에 관한 창의적 과제를 푸는 일을 하도록 지시되었다. 이들이 문제를 푸는 모든 과정은 녹화되었고 실험이 끝났을 때 사회심리학 훈련을 받은 대학원생 두 명이 독립적으로 비디오를 봐가며 분 초 단위로 언어적 몰입과 비언어적 몰입의 빈돗수를 코딩했다. 비언어적 몰입의 예는 문제를 풀 때 눈맞춤 빈도, 몸이 팀원들에게 향해 있는 정도, 실제 딴 곳을 보거나 하품하거나 등등을 하지 않고 과제에 집중하는 정도로 측정했고 언어적 몰입은 과제가 끝날 때까지 답을 내기 위해 틀리던 맞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제안을 얼마나 심도 있게 제시하는 지였다. 많은 재미 있는 연구결과를 얻었지만 핵심은 실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집단은 언어적 몰입이 강한 팀이 아니라 비언어적 몰입이 강한 팀이라는 사실이다. 비언어적 몰입이 언어적 몰입보다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4배정도 영향이 더 컸다.
이런 연구결과 때문인지 몰라도 요즈음에 개인 간 소통이나 집단 내 소통에서 비언어적 표정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얼굴을 직접 보고 소통하는 One on One 소통이나 Town Hall Meeting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사안을 소통할 때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만나는 것의 불편함을 이유로 비언어적 소통을 놓치고 문서나 게시판 등 언어적 소통에 집중할 때 소통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에도 우리는 흔히 언어를 소통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류의 진화적 역사와 신경과학 연구는 일관되게 다른 사실을 가리킨다. 비언어적 신호—표정, 자세, 발의 방향, 찰나의 근육 수축—야말로 우리의 내면 상태를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는 언어다. 소통을 빙산에 비유하면 비언어적 소통은 빙산의 밑동이고 언어적 소통은 빙산의 일각이다. 관리할 수 있는 언어적 소통에 집중하다 빙산의 밑동을 놓치는 순간 소통의 빙산은 침몰한다.
인간의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있으며, 이를 조합하면 1만 가지 이상의 표정을 만들 수 있다. 그 중 감정과 관련된 표정은 약 3,000가지로 추려진다 (Ekman, 1978; Facial Action Coding System).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1960~70년대에 걸쳐 수행한 일련의 연구에서, 분노·혐오·공포·기쁨·슬픔·놀라움이라는 여섯 가지 기본 정서가 전 세계 문화권에서 동일한 표정으로 표현됨을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특정 정서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 얼굴의 근육이 드러나고 관상가는 이 근육 모양을 종합한 인상으로 이 사람의 삶의 희노애락을 추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대해 추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얼굴 근육 때문에 50이 넘은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에크만 팀은 서구 리터러시 문화권과 동양 문화권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정 인식 실험에서 약 85%의 일치율을 확인했다. 심지어 외부 문화와 접촉이 거의 없었던 파푸아뉴기니 포레(Fore) 부족민들도 동일한 수준의 인식률을 보였다 (Ekman & Friesen, 1971).
비언어적 소통이 보편적이라는 결정적인 근거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운동선수 연구에서 나왔다. 데이비드 마쓰모토(David Matsumoto)와 밥 윌링엄(Bob Willingham)은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유도 경기 사진을 분석해, 선천성 시각장애 선수들이 비장애인 선수들과 동일한 패턴의 표정—승리 시 환희, 패배 시 수치심—을 자발적으로 표출함을 발견했다(Matsumoto & Willingham, 2009). 이 선수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7개국 선천성·후천성 시각장애 선수 모두가 동일한 신체적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기본 정서 표현이 관찰 학습이 아닌 유전적 프로그래밍에 의한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전직 FBI 방첩 요원 조 나바로(Joe Navarro)는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인체에서 가장 정직한 신호가 발과 다리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Navarro, 2008, What Every Body Is Saying). 이는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신경과학적 구조에 근거한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 뇌(뇌간)—포유류 뇌(변연계)—인간 뇌(신피질)’의 삼층 구조(triune brain)로 작동하는데, 변연계(Limbic System)는 위협이나 불편함에 즉각적·자동적으로 반응하며 의식적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의 반응은 동결(freeze)·도주(flight)·투쟁(fight)의 세 가지 패턴으로 나타난다. 특히 ‘도주’ 반응은 발의 방향으로 가장 먼저 표출된다. 대화 중 상대의 얼굴이 웃고 있더라도 발끝이 출입구를 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그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변연계의 솔직한 신호다. 나바로는 FBI 심문 현장에서 테이블을 치우고 피의자의 발을 관찰하는 것을 첫 번째 규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우리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표정을 통제하는 법을 일찍이 배우지만, 신체 하단까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감정을 억누를 때, 인간은 완벽한 통제를 시도하지만 1/15초에서 1/25초 사이의 매우 짧은 순간, 억눌린 감정이 얼굴에 스치듯 지나간다. 이를 ‘미세 표정(Micro-expressions)’이라 한다 (Ekman & Friesen, 1969; Haggard & Isaacs, 1966). 에크만은 이 현상을 ‘감정 누수(emotional leakage)’라 개념화하며, 미세 표정이 진정한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미세 표정 훈련 도구(Micro Expression Training Tool, METT)’를 개발했고, 법 집행 기관과 포춘 500대 기업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결혼한 커플이나 연예 중인 커플의 비언어적 소통을 분석하면 최소한 3개월 전에 이 커플이 헤여질 것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적어도 헤여짐이 발생하기 오래 전에 관계에 대한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나도 중요한 상대와 이야기를 할 때 상대 목소리의 톤과 마이크로 표정을 보고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시점인지 다른 시점에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성이 높다.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상대도 모르는 내면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비언어적 소통은 초심자가 찾기에는 훈련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일 신호를 단독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언어적 신호는 반드시 기준 행동과 비교하고, 복수의 신호를 종합적으로 맥락 안에서 읽어야 한다. 몸의 언어는 확실한 진실의 기계가 아니라 확률적 단서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입은 전략적으로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수백만 년에 걸쳐 생존을 위해 다듬어진 변연계는 쉽게 침묵시킬 수 없다. 비언어적 소통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타인을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공감적으로 읽어내기 위한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잘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 너머, 그가 온몸으로 써 내려가는 정직한 기록을 겸허히 해석하는 데서 시작된다.
타자 철학자 레비나스는 이런 비언어적 소통의 캔버스인 얼굴이 “나를 살해하지 마세요”라고 요청하며 보내는 표정을 읽는 것의 윤리의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주장한다. 들뢰즈도 매끄러운 얼굴에 있는 검은 구멍들(눈, 코, 입, 귀)의 근육이 연합해 보내는 신호는 말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주체가 가진 숨겨진 정념을 그대로 표출하는 기계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소통을 효과적으로 못하는 이유는 법적인 근거가 되는 말이나 문서로 하는 소통만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통도 빙산과 같다. 빙산의 보이지 않는 밑동은 비언어적 소통이고 말이나 문서로 하는 소통은 빙산의 윗동이다. 빙산이 밑동에 해당하는 비언어적 소통이 소통을 지지하기 때문에 소통이라는 빙산이 빙산으로 떠 있을 수 있다. 언어적 문서 소통만 소통이라고 이 소통 분량만 늘린다면 소통 빙산은 언어적 소통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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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