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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고원을 향해 인볼루션의 동굴을 떠나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 대한 회고

Jul 4, 2026 ·8분 ·jkyoon · 1
천의 고원을 향해 인볼루션의 동굴을 떠나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 대한 회고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 관련해 가끔 좀 황당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혹시 종교단체는 아닌가요?” 묻는 사람은 나의 입장을 고려해 나를 당황시키지 않도록 점잖게 돌려서 묻는 말이다. 묻고 싶은 질문의 의도는 신흥 이단 종교가 아니냐? 는 질문이다.
정성껏 답변을 해주어도 어떤 이들은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또 다시 심문한다. “구성원을 왜 도반이라고 부르나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시 도(道)를 아시나요?” 라고 질문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연상해가며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맥락은 첫 번째 질문과 같다. “이단이 아닌 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질문이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2014년에 처음 시작하여 매년 2기수를 배출해 13년간 23기가 수료했고 300여명의 진성도반을 배출했다. 많은 도반이 배출되는 과정에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고 묵묵히 사부작 사부작 나서 준 수많은 진성 도반들이 모아준 협업의 기적이 작동했다. 13년 간 많은 도반의 협업을 통해 만든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우리 사회의 공공재가 되었다.
2026년 3월 17일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또 다시 진성도반들과 지금까지 만든 정체성과 설정한 공유목적을 어떻게 시대에 맞게 다시 공진화 시켜야 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미래 상실과 인볼루션의 동굴:
리더십이란 리더십의 밀알을 심기 전에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 상황을 경작이 가능한 맥락적 토양으로 만드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진성이라는 밀알을 심기 전에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도반이 이해하고 들어가야 할 시대와 우리 사회의 풍경이 있다. 우리 사회의 현 풍경은 개인은 데이터로 분절되어 쪼개지고 공동체는 점점 사라지는 초분절 수축사회라는 국면이다. 이 국면에서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택한 생존의 방식이 인볼루션(Involution) 혹은 내권화(內捲化, involution)다.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이 더 많은 스펙을 쌓고, 더 긴 시간 공부하고,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열심히 할수록 오히려 더 지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느낌만 짙어진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붉은 여왕의 가설이 작동하는 느낌이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달린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렸지만, 주변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의아해하는 앨리스에게 여왕은 이렇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기서는 모두가 달리고 있어서 같은 자리에 머물고 싶으면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단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지.”
이런 붉은 여왕의 가설이 적용되는 사람들은 청년들만이 아니다. 실제 성장도 멈춰지자 종교, 대학, 법원 등 모든 곳이 자신만의 상아탑을 세우고 안으로 자신을 보다 세련되게 만들어가며 동굴 속으로 드레이드 밀을 만들어 달려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에이전트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달리고 있는 트레이드 밀의 속도만 높일 뿐이다. 인공지능이 가져다 준 효율성과 최적화되는 모래 탑처럼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반드시 부서지게 마련이다.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속도를 앞세워 인간을 달리게 만들겠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돌파구를 만들 거라는 기대는 무리한 기대다.
우리 사회는 미래를 잃은 개인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분절되고 성장이 멈춰지고 공동체가 사라진 초분절 수축사회 국면을 경험하고 있다. 미래를 상실한 초분절 수축사회 구성원은 하나 둘 동굴로 숨어 들어간다. 안식처로 믿었던 이 동굴 속에서 삶은 점점 안으로 말려들어 가며 소진된다. 이런 해법 없는 동굴 속 회오리로 빨려 들어가는 삶을 인볼루션(Involution) 혹은 ‘내권화(內捲化, involution)’라 부른다. 한자 捲(권)은 ‘안으로 말려 들어가다’는 뜻이다.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돌파구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어서 살아 있는 활동이 점점 안으로만 점점 촘촘하게 소용돌이 치며 감겨 들어가는 현상이다.
반 전체가 시험 점수 100점을 받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는데, 막상 시험지를 보니 선생님이 난이도를 올려서 또 아무도 1등을 못 하는 상황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선생님을 탓하기보다 모범생인 사람들은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이들 덕분에 세상의 기준선은 점점 높아지고 살기는 점점 팍팍해진다. 삶이 현상 유지를 위한 소진으로 전환되어 안으로 말라 비틀어지고 꼬여가며 침몰하는 회오리 바람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내권화다. 다 성장한 태아가 태어날 출구를 찾지 못해 최대한 웅크려 있다가 모태 속에서 죽는 현상이다.
이런 인볼루션 현상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구조적이고 집단적 함정에 빠져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개인들이 점점 소진되고 안으로 바싹 말라 비틀어지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인볼류션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미래를 상실한 사람들이 숨어드는 인볼루션 동굴 안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세 가지다. 왜 사는 지에 대한 의미, 진정으로 함께하는 공동체,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라는 정체성이 그것이다. 공동체적 연대가 해체되고 인간이 데이터 모래알로 원자화된 초분절 수축사회에서 이 세 가지의 결핍은 실존적 고통이 된다.
이단은 이 사막에 가짜 오아시스를 세운다. “당신은 특별하다”(정체성), “우리는 가족이다”(공동체), “이 세계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목적). 이단의 제안은 결핍된 것을 즉각 채워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 채움은 진짜가 아니다.
이단이 제공하는 의미는 외부에서 주입된다. 교주의 권위가 그 원천이다. 공동체는 폐쇄적으로 설계되어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출구는 의도적으로 봉쇄된다. 이탈은 구원의 상실로 폄하된다. 인볼루션 동굴로의 탈출을 약속하며 진입시켜 놓고, 내부에서 더 깊은 인볼루션의 함정을 만들어낸다. 이단은 헌신의 방향이 사회를 향하지 않고 오직 조직 내부를 향하도록 구성원을 집중적으로 가스라이팅을 시킨다. 이단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사막을 탈출하려다 더 깊숙한 함정에 갇힌 사람들이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가 이 시대에 던지는 질문: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동굴 밖의 공포를 과대 포장해 구성원이 동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인볼류선을 더 심화시키는 이단과 정반대의 방향에서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존재하는가?”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주입하지 않는다. 각자가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여 스스로 발굴하도록 이끈다. 의미는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찾는 것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짜 존재목적은 교주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지고 밀알로 채택되어 자신의 몸, 마음, 정신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낼 수 있는 내재적 과목으로 자란다.
도반(道伴)이라는 호칭도 그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정신을 담고 있다. 길이란 자신이 존재목적을 각성해 진성인(Truman)으로 살기로 작정하고 삶의 개입이 종결되는 죽음에 직면해 진성인으로서 삶의 유산을 정리한다. 진성도반들에게 “길(道)”이란 진실한 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하고 일어선 순간부터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자신에 세상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신, 마음, 몸을 바쳐 고유하게 만든 길을 의미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길도 먼 길이어서 절대적으로 동행이 요구된다. 같은 시간을 산 남편, 부인, 자식, 선생, 친구, 동료, 이웃도 모두 동행이다. 이들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목적지라는 같은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면 이들 모두도 동행을 넘어 도반이다. 진성도반이 깨달은 존재목적은 세상을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만든다는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동행은 필수적이다. 또한 존재론적 투명성을 가진 진성도반은 위계적 추종이 아니라 수평적 동행이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자신의 보탤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조직에 충성하는 구성원을 경계한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조직은 도반들을 조직 운동장에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구성원이 자신의 삶으로, 자신의 조직으로, 자신의 공동체로 돌아가 그 위에 진성리더로 서도록 돕는다.
빚을 갚는다:
Paying Forward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모든 수강생은 장학생이다.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를 요청한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교육에서 진 빚을 진성리더십 아카데미가 아니라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리더를 세우는 일로 갚으라는 것이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서 빚은 받은 것을 진 사람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받은 것을 자신보다 처지가 나쁜 다른 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이 여정에서 변화했다면, 나의 변화가 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 세 사람이 각각 또 세 사람씩 변화시킨다면, 하나의 작은 배움이 기하급수적으로 세상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것이 ‘Paying Forward’다. 이단의 헌신이 교주와 조직을 향해 안으로 수렴한다면, 아카데미의 헌신은 아직 만나지 못한 자신보다 처지가 나쁜 사람들을 향해 바깥으로 방출된다. 에너지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단의 인볼루션이 에너지를 안으로 말아 소진시킨다면,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Paying Forward는 에너지를 밖으로 흘려보내 사회적 헌신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쓰인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천의 고원
진성리더십 아카데미가 지금까지 그랬듯이 미래에도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아니다. 아카데미는 모든 사람들이 고착된 인볼류션의 동굴을 벗어나 ‘천의 고원’을 세우는 일을 하는 공공재다.
천의 고원이란 무엇인가?
천 개의 기둥을 상상해보라. 각각의 기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삶의 주체로 선 진성리더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이 기둥들이 제각각 흩어져 있으면 아무리 단단한 기둥이라도 지붕을 얹을 수 없다. 그러나 기둥들이 서로 연결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결된 기둥 위에 상판을 깔면, 그것이 고원이 된다.
천의 고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라면 유전자 복권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함께 협업하고 함께 뛸 수 있는 운동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향해 달리되, 혼자 달리지 않아도 되는 공간, 존재우위(Existential Advantage)가 경쟁우위라는 말을 올라탈 수 있는 공간. 시시포스가 굴리는 인볼루션의 쳇바퀴가 아니라 지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헌신을 위해 협업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것이 아카데미가 13년간 한 기수 한 기수를 이어 기둥을 세운 이유다. 기둥 하나가 세워질 때마다 고원이 조금씩 더 높고 평평한 곳에 세우진다. 23기에 걸쳐 많은 진성도반이 이 기둥이 되기 위해 여정을 함께했다.
이단과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비슷해 보이는 목마름에 응답한다. 의미에 대한 목마름, 공동체에 대한 목마름, 정체성에 대한 목마름. 이 실존적 목마름이 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이단은 그 결핍을 착취하여 더 깊은 내적 비틀림을 만드는 인볼루션의 시스템이지만,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그 결핍을 직시하게 하여 각자가 자신의 아픔을 주체적으로 치유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서도록 돕는 사회적 헌신을 기제로 삼는다. 이단은 인간을 조직의 도구로 만들고, 아카데미는 인간을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복원한다. 이단은 에너지를 안으로 빨아들이고, 아카데미는 내재적 에너지를 세상으로 흘려 보낸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종교단체가 아니다. 이단은 더더욱 아니다. 초분절 수축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택하는 인볼루션 동굴 속 소용돌이를 집단적으로 탈주해 인간을 삶의 주인으로 복원하고, 천의 기둥이 서로 연결되어 모두가 뛸 수 있는 고원을 세우려는 운동이다.
그 길이 아직 멀지만 진성리더십 아카데미가 정한 약속이 실현되어 한 사람이 처지가 더 나쁜 세 사람을 변화시키는 한, 고원은 더 높고 평평한 곳에 계속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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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