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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 전하는 급진거북이의 경고 초단기적 전략 vs Long path 전략

Jul 4, 2026 ·4분 ·jkyoon · 2
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 전하는 급진거북이의 경고
초단기적 전략 vs Long path 전략
급진거북이(Tempered Radical) (#잉걸북스) 전략은 삶의 개입이 끝나는 마지막 지점에 도달해야 할 고지에 대해서는 급진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반면 여기에 도달하는 여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의 울타리를 정해 놓고 이 안에서 사부작 사부작 작은 목적 성과를 만들고 이 목적 성과를 지렛대로 삼아 경계를 조금씩 확장하는 Long path 전략이다.
이 거북이는 일반 거북이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약속을 정산해서 세상에 유산을 남기는 근원인 밀알과 밀알이 내린 뿌리가 있는 “급진” 거북이다. 일반 거북이와는 달리 자신의 몸 안에 자신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나침반을 내재하고 있다.
이런 급진거북이의 삶과는 정반대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빨리빨리 공화국’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닫힘’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고, 버스가 줄 선 위치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기만 해도 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진 채 모두가 맹목적으로 달려나간다. 신호등이 바뀌기도 전 발을 내딛고, 커피 자판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종이컵을 낚아채는 일상은 우리에게 효율이라는 이름의 훈장처럼 여겨져 왔다. 이들에게 삶이란 매 순간 터지는 100m 경주의 연속이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도착하는 것만이 유일한 승리의 척도다.
빨리 빨리의 초단기 성과주의 전략은 후발도상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써왔던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답을 가지고 있던 선진국을 최대한 빨리 카피해서 붙이는 전략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이 범했던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학습 지진아임에 대한 증거였다. 대학입시를 포함해 모든 시험은 실수 하지 않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획일화 되었다. 정해진 답을 베끼는 초단기 성과주의 전략에서 실수는 패자의 용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고 대한민국이 후발도상국에게 답이 없는 미래에 담긴 가치의 답을 만들어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 된 지금 이 시점에 이전과 똑 같이 빨리 빨리의 습성을 보인다는 점은 파국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여전히 처절하게 단기적 성과를 쫓으며 ‘대박’을 꿈꾸는 질주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이 쌓은 거대한 모래성의 토대를 굳히기 보다는 모래성 자체를 무너트리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기초 공사가 생략된 채 속도만으로 올린 성취는 외부의 작은 충격이나 시간의 흐름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게 무너진다.
빨리 빨리라는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적 정서를 넘어 개인의 삶에도 침투해 있는 정서다. 진정한 인생의 가치는 어느 한 지점에서 터뜨린 불꽃 같이 타올랐다 급작하게 꺼지는 성과가 아니라,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시점부터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순간까지 이어지는 ‘롱패스(Longpath)’의 여정을 통해 발굴된다. 잘 살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단발적인 성공의 횟수가 아니라, 시작점과 종결점 사이를 잇는 성공과 실패의 우상향 그래프의 기울기로 결정된다. 성공이란 결국 이 긴 시간의 축 위에서 자신이 세상에 내건 마지막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냈으며, 그 실천의 강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장기적 관점으로 사는 사람들의 눈에 초단기적 성과주의에 매몰된 이들은 기이하게도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개미같은 모습으로 포착된다. 단기주의자들이 눈앞의 이익을 향해 전력 질주하며 스스로 빠르다고 착각할 때, 전체 경로를 설계한 장기주의자들은 그들의 조급함이 빚어낸 허점과 뻔히 보이는 경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관찰한다. 모든 전략이 노출된 채 반응적으로 움직이는 단기주의자들은 결코 장기적인 설계자를 이길 수 없다. 단기주의자가 승리를 확신하며 샴페인을 터뜨린 바로 다음 날, 장기주의자는 게임의 판 자체를 뒤흔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삶의 성공을 결과론적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세상과 맺은 약속을 온전히 지켜냈음을 증명하고 이를 ‘유산(Legacy)’으로 정산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유산을 남기고 삶을 종결한다는 것은 죽음 이전의 삶이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킨 신실한 삶이었음에 대한 증거다. 매일을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100m 단거리 경주에 쏟아붓는 이들에게는 축적된 힘이 없기에 후세에 남길 유산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당장의 속도에 매몰되어 부분 최적화에 급급하기보다, 죽음이라는 종결점까지 내다보는 전체 최적화의 관점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삶이야말로 후세에게 존경 받는 조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도 급진적인 승리의 길이다.
본인의 주장은 빨리 빨리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빨리 빨리라는 초단기적 시간 프레임을 열심히 살기로 결심한 시점과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시점이라는 long path로 일컬어지는 현실적 시간 프레임의 관점에서도 보자는 의미다. 미래는 항상 보이지 않는 답안의 시간이다. 미래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채굴해 보이는 가치로 제시하고 유산으로 남겨야 하는 삶이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다. 선진국이라는 우리의 주장이 다른 나라에게도 인정되기 위해서는 빨리 빨리는 극복해야 할 과거의 훈장일 뿐이다. 미래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가치는 초단기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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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