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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도 다이어리 세종 새로 읽기

Jul 4, 2026 ·5분 ·jkyoon · 1
세종이도 다이어리
세종 새로 읽기
리더십을 연구하고 설파하는 경영 학자의 시선에서 #김경묵 작가의 《#세종이도_다이어리》는 단순한 역사 교양서가 아니다. 역사 속 객관화된 삼인칭 존재의 박제된 영웅의 스토리가 아닌 일인칭 이도가 어떻게 자신의 취약성(Vulnerability)과 용기 있게 마주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북극성(Purpose)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진성리더의 성장 드라마’다.
우리는 흔히 세종을 훈민정음 창제, 과학기술 발전, 영토 확장 등을 완수한 ‘무결점의 성군’으로 기억한다. 이런 삼인칭 영웅적 서사는 아무리 많이 읽고 시험을 보면 만점을 맞아도 우리에게 전혀 감흥을 남기지 못한다. 그냥 완벽함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전통적 방식의 삼인칭 서사는 우리와 세종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 완벽한 영웅은 찬양의 대상이 될지언정,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오늘날 리더들의 실존적 나침반이 되지는 못한다. 역사적 인물로 아무리 강조되어도 세종이 우리 삶속에서 부활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저자는 11년간 『세종실록』이라는 방대한 숲을 헤매며, 그 안에서 박제된 성군이 아닌 자신의 결핍과 고뇌를 날것 그대로 마주했던 인간 ‘이도’를 찾아내 일인칭 관점으로 서술했다. 세종의 33년 재위 기간 각 해마다 가장 상징적 고난사건과 각성사건을 1인칭 다이어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왕관의 무게와 취약성을 인정한 인간 이도
리더십의 출발점은 정체성에 관한 ‘자기인식’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진솔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리더십 여정은 시작된다. 22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 태종에 의해 떠밀리듯 왕위에 오른 이도의 왕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은 처절하다.
“1418년 8월 11일, 52살 아버지(태종)가 22살 아들(이도)에게 왕의 권력을 넘겼다. 그 아들이 나다.”
이도가 왕이 된 순간부터 느꼈던 압박감, 상왕(태종)의 거대한 그늘 아래서 겪어야 했던 인간적 두려움과 무력감에서 책의 첫 페이지가 시작된다. 리더는 완벽한 척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도는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지 않았기에, 오히려 신하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고, 그 고독한 성찰의 기록이 책에 담겨 있다.
경청과 윤대(輪對)의 미학
세종은 한 마디로 소통의 달인이다. 현대의 많은 리더들이 ‘소통’을 말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일방적인 비전을 설득하는 데 그친다. 반면 이 책에 묘사된 이도의 소통은 얼굴을 직접 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경청하는 관계성에 기반한다. 그냥 왕이었다면 부하들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이 말하는 소통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을 것이다.
세종은 달랐다. 그는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낮은 관리들과도 매일 생생하게 소통하는 윤대(輪對)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윤대는 요즈음에 유행하는 One on One 미팅을 통한 소통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에 혁신적 소통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세종은 자신의 답을 부하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듣기 전에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배운다는 자세로 상대가 갇혀 있는 가정의 울타리를 넘을 수 있는 질문들을 가장 창의적 방식으로 물었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진 신하의 반대 상소에도 불쾌해하는 대신, 끝까지 경청하고 타당하다면 기꺼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 리더의 자존심보다 ‘조선의 진실’을 우위에 둔 것이다. 이런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자신을 신하들 마음 속에 임재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소통은 신하들로 하여금 통치 대상이 아닌, ‘공동의 비전을 향해 함께 달리는 동반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만들었다.
‘소민(小民)’이라는 북극성
진성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북극성, 즉 목적(Purpose)을 가진다. 이도에게 그 북극성은 바로 가장 힘없고 소외된 백성, 즉 ‘소민(小民)의 생생지락’이었다. 소민은 이도에게 북극성이자 이들에 대한 아픈 마음을 상기시켰다. 이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품고 이들과 같이 아픔을 혁신적으로 풀어내는 긍휼을 실천했다. 이도는 지금까지 통치했던 어떤 리더보다 강력하게 떨리는 살아 있는 나침반을 가졌다. 나침반의 북극인 소민의 생생지락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해야 한다는 목적에 대한 떨림도 강했고 남극인 긍휼의 극성도 강했다.
이 책은 이도가 왜 그토록 눈이 멀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글자를 만들고, 농서를 펴내고, 법을 고쳤는지를 그의 심장 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국가는 서민과 이익을 다투지 않는다”라며, 정책을 펼치기 전에 반드시 소민에게 먼저 물어볼 것(與民)을 당부하는 이도의 모습은 진성리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도는 자신의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고, 오직 백성의 생생지락을 위해 정렬(Alignment)된 삶을 살았다.
세종의 통치철학의 요체는 맹자의 발정시인 發政施仁의 순서를 바꾼 시인발정 施仁發政에서 드러난다. 맹자는 왕은 정치를 잘해서 백성을 사랑할 수 있는 시혜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왕도정치 철학을 주창했다면 세종은 시인발정으로 백성을 사랑하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세종은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져도 백성을 사랑하는데 실효성이 입증 되지 못한다면 존재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 백성에게 성은을 일방적을 베푸는 시혜적 사랑이 아니라 임금과 정치 혹은 제도 위에 백성을 세우고 백성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생생지락할 수 있게 주인으로 세우는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한 셈이다. 신분적 위계가 분명했던 조선에서 이런 왕에 의한 서버트 리더십은 기상천외한 리더십이었을 것이다.
우리 안에 ‘이도’가 있었다.
본인은 늘 “어떻게 하면 리더들이 기교와 수사학을 버리고, 자신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김경묵 작가의 《이도 다이어리》는 세종에 대한 일인칭 서서를 통해 지금까지 전통적 세종 소개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이도 세종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현대인의 일인칭 관점에서 세종을 다시 부활시킨 책이다. 책을 덮는 순간 놀라서 되묻게 된다.
세종이 이런 분이었어? 나도 열심히 하면 세종을 내 삶속에서 부활시킬 수 있겠네?!! 나도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겠네?!!
이런 각성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의 북극성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공동체를 위해 어떤 진정성을 품고 있는가?”
세종을 삼인칭으로만 접근해 지금까지 한번도 세종을 통해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분들에게 권한다. 자신의 일인칭 정체성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부터, 고독한 결단 앞에서 흔들리는 이 시대의 모든 일인칭 최고경영자(CEO)와 일인칭을 열망하는 리더들에게 강력히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조선의 성군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가장 단단하고 진실한 일인칭 리더십의 원형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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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