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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스프 이야기를 아시나요? 돌멩이가 만든 기적
돌멩이 스프 이야기를 아시나요?
돌멩이가 만든 기적
급진거북이 거시전략 중 하나인 선승구전 챕터에 소개되어 있는 <돌멩이 스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돌멩이 스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데 책에는 마샤 브라운이 그림책으로 만들어 1948년 칼데콧상(그림책 상)을 수상한 세 군인 이야기 버전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이 종결되어 집에 돌아가던 배고프고 피곤함에 찌든 세 명의 군인이 하룻밤 신세 질 곳을 찾는다. 마침 마을이 나타나 그곳에서 신세를 지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마을로 오는 것을 보고 음식을 숨긴다. 이들이 나타나자 올해 농사를 망쳐 자신들도 굶어 죽을 처치라고 하소연한다. 이때 군인들은 자신에게는 마법의 돌멩이가 있어서 이 돌멩이로 맛있는 국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을 건넨다. 이들은 실제 돌멩이를 넣어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돌멩이 수프 맛이 궁금해진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모인 이들에게 돌이 마법의 돌이어서 지금도 충분히 맛이 있지만, 양파를 조금만 넣으면 맛이 더 기가 막힐 수 있다고 언질을 준다. 양파를 숨기고 있던 농부가 궁금해서 양파를 자발적으로 가져온다. 이런 식으로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양배추, 소금과 후추, 당근, 고기 등 군인들이 수프에 넣고 싶어 하는 재료를 하나씩 들고 나타난다. 이들이 가져온 재료 덕에 맛있는 수프가 완성된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식탁을 차리고 수프를 먹고 즐기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잠자리까지 받은 군인들은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으로 향하는 길을 나선다.
돌멩이 수프는 사실 리더가 세상에서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밀알로 삼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근원적 변화 과정을 설명한다. 돌멩이 스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한 사람들은 다양한 기적이 탄생하는 보편적 원리를 쉽게 이해한다. 사람들은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면 기적이라고 이름 붙이지만 돌멩이 스프는 기적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기적이라기보다는 그냥 근원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실현된 변화를 달리 부르는 것이라 설명한다.
1968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1년 7월 울산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 지도 한 장, 유도선 도면이 담긴 조선소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자금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상황에서 조선소를 실현하기 위한 외자확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현대는 당시 영국 최고의 은행이던 바클레이 은행에도 510억 원에 이르는 차관을 요청했지만, 바클레이 측은 현대의 조선 능력과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정주영 회장은 낙심하지 않고 차가운 현실을 바꿀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1971년 9월 고 정주영 회장은 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 ‘애플도어’의 롱바텀 회장을 찾아간다. 사업계획서를 들려주었지만 롱바텀 회장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정 회장은 재빨리 지갑에서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펴보였다.
“우리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습니다.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있었는데, 산업화가 늦어져서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이오. 한번 시작하면 잠재력이 분출될 것이오.”
롱바텀 회장은 현대건설 등을 직접 둘러본 뒤 추천서를 써서 바클레이에 건넸다. 현대조선은 조선업 세계 1위가 되었다.
세상에 변화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상징하는 돌멩이로 스프를 만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돌멩이 수프에 담긴 자신의 믿음을 운명의 동업자들에게 팔았다. 이들을 협업에 동원해 현재의 기적을 만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기적이 눈앞에 나타나야 믿지만, 급진 거북이에게 믿음의 대상은 눈앞에 나타난 기적이 아니다. 이들이 믿었던 대상은 미래에 기적을 만들어낼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었던 돌멩이처럼 단단했던 믿음의 진실성이었다.
<급진거북이 독서클럽>에 참여한 도반들이 삶에서 어떤 돌멩이와 이것으로 어떤 스프를 만들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사랑에 대한 돌멩이 스프 이야기를 가졌다는 도반의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돌아왔다. 이 도반은 살면서 한번도 주인으로 살지 못했던 사람들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주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학교의 돌멩이가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 상대를 주인으로 세운다. 사랑이 떨어지면 주인공이 아니라 상대를 노예로 물건 취급하기 시작한다. 상대를 물건으로 학대하는 것은 사랑의 잔고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잔고가 넘치면 서로가 서로를 주인으로 환대할 수 있는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영화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만 상대를 주인으로 세우는 원리는 자신에 대한 사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멋지고 재능이 있는 자신만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자기긍휼이라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자신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운다.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 안을 때 자신을 괴롭히던 아픔의 가시도 사랑의 따뜻함에 녹아서 주인으로 사는 삶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마음 속 가시는 외과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랑으로 울타리를 세우고 감싸 안을 때 생기는 따뜻함으로 녹여야 가시가 사라진다.
스티브 잡스도 소통이 끊어진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고통을 사랑으로 감싸고 녹이는 과정에서 스마트 폰의 개념을 얻었다. 스마트 폰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돌멩이 스프로 삼아 결국 지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향유하는 지금과 같은 세상을 만들어냈다.
지금의 삼성을 반도체 제국으로 만든 고 이건희 회장이 말 년에 구성원에게 주문한 것도 사랑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구성원에게 삼성을 월급장이 천국으로 만들어줄테니 삼성의 (심리적) 주인이 되어 삼성을 초일류로 만들어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삼성이 대한민국의 일류를 넘어 초일류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건희 회장은 구성원들이 “삼성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 벌어진 삼성반도체의 성과급 논쟁을 보면 삼성을 월급장이 천국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약속은 실현된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 반도체 구성원이 삼성을 긍휼로 사랑하고 자신을 일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워 삼성을 초일류로 만드는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구성원이 삼성을 긍휼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존재목적과 사명을 잃고 기술중심의 #초격차 라는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경영해 사랑과 멀어지게 만든 경영진이 실책이 크다. 초격차든 그냥 격차든 기술은 그냥 도구일 뿐이지 문화를 만들어내는 회사의 존재이유를 구성하지 못한다. 도구를 마른 수건 죄어 짜듯 짜내어 돈은 좀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댓가로 삼성반도체는 문화를 잃을 회사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초일류에 가장 근접한 #삼성반도체 가 해야할 일은 초격차를 내려놓고 잃어버린 돌멩이 스프를 찾아내 삼성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구성원들이 돈을 넘어 자신과 삼성 반도체가 하는 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문화가 있는 회사로 만든다면 성과급 논쟁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삼성 반도체의 문제는 구성원 모두가 사랑하고 흠뻑 빠질 수 있는 돌멩이 스프 이야기를 상실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공정성을 앞세워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싸우는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지 돈의 문제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추동하는 세상은 점점 더 사랑이 고갈된 초분절 수축사회로 전환될 운명이다. 데이터에 의해 삶이 모래알로 분절되어 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인간임을 잃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 친구, 이웃, 공동체의 아픔조차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의 근력을 회복하는 문제에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픔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긍휼의 사랑을 잃으면 인간이 AI와 다를 바가 없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사랑이 제일인 이유는 믿음과 소망은 모두 사랑에 대한 믿음이고 사랑에 대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원적 본질은 사랑이다. 심지어 자신의 아픔조차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자기긍휼의 사랑이 거세되었다면 자신이 공들여 만든 세상의 모든 것은 모래성을 쌓는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