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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관위 개혁은 대법원의 개혁에서 시작하라. 대한민국에 숨겨진 내권화(內卷化)의 주범들

Jul 4, 2026 ·5분 ·jkyoon · 1
대한민국 선관위 개혁은 대법원의 개혁에서 시작하라.
대한민국에 숨겨진 내권화(內卷化)의 주범들
파행적 선거관리로 해체요구를 받고 있는 선관위의 근원적 문제는 내권화(Involution 內卷化)의 이슈다. 선관위 사태는 성장이 멈춰진 대한민국이 감춰왔던 환부가 선거 사건으로 터진 것이지만 이런 내권화로 인한 환부가 터지는 사건은 내권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 조직 공동체를 망라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이다.
내권화란 무엇인가?
진화론은 생존을 유지해온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이다. 모든 이론은 작동하는 조건(Scope Condition)이 있다. 진화론이 작동되는 조건은 무궁무진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외적 먹이 생태계의 존재이다. 실제 생태계가 확장되는 플러스섬의 먹이 생태계에서 유기체는 경쟁과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한다.
문제는 외적 성장을 가능케 한 생태계 팽창이라는 파이가 사라지고 지금처럼 장기 저성장 기조에서 남은 자원을 가지고 제로섬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밖으로 팽창하는 진화가 아니라 정해진 경계 안으로 몸이 점점 말려 들어가며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조밀하게 채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내권화화다.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오랫동안 성장이 멈추면 규칙도 늘어나고 외부경쟁이 아닌 내부경쟁이 심화된다. 어느 순간 조직의 외부의 적보다 동료가 경쟁에서 이겨야 할 적으로 인식된다. 시스템이든 사람이든 공동체이든 경계를 가진 유기체는 내권화(Involution)가 가져온 아포리아의 늪에 빠진다.
내권화는 성장이 가능했던 시대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내세웠던 진화론의 경쟁과 생존의 논리를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계 내부에 적용할 때 생긴 아포리아다. 사람들은 상황이 바뀌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때 조건이 달려진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했던 방식을 더 강화해서 적용하여 파국에 도달한다. 내권화는 플러스섬 시대의 극단적 경쟁을 통해 생존하던 방식을 제로섬 시대에 외부가 아니라 경계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적용해 경쟁을 넘어 내부 총질로 서로를 죽이는 각자도생의 극한 상황을 전개한다. 심지어 기업이 구성원에게 다른 회사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으로 가르쳐준 경영전락도 구성원들은 내부의 경쟁자를 물리치는데 전용한다. 내권화의 초기 상태는 관료제화와 조직 안에 드러나지 않는 조직정치이지만 조직정치가 심화되면 모두가 생존을 위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설국열차로 전락한다. 외부성장이 아니라 조직내부에 진화론이 적용되면 진화론은 과학이론이 아니라 정치 이데올로기로 전락한다.
외향적 성장의 모멘텀이 내부의 소모적 경쟁으로 돌려지면서, 유기체는 자신을 둘러싼 경계인 알 안에서 몸이 안으로 말려드는 내권화를 겪게 된다. 진화를 가능케 하는 외부 생태계의 고갈은 진화를 통해 배워온 모든 생존 전략을 내부의 동료에게 투사하도록 강제한다. 그 결과 내부 직원은 협력자가 아닌 적으로 전락하고, 조직 정치가 발흥하며 시스템은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무한 성장을 가정하고 진화론의 약육강식 논리를 차용한 신자유주의적 경쟁 원리는, 내권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내부 구성원을 파괴하는 흉기로 변질된다. 밖으로 이겨야 할 전략을 파이를 나눠야 하는 안으로 돌려 조직을 산산조각 낸다. 결국 내권화는 제로섬 상황에서 외부 경계를 확장하는 무기였던 진화론과 신자유주의적 경쟁 지상주의가 상황이 어려워지면 내부 구성원에게 얼마나 추악한 추태와 만행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그 종착역은 시스템의 파멸과 죽음이다.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파행과 타락은 이러한 내권화의 메커니즘이 국가 중추 기관에서 어떻게 극단적으로 발현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거대한 알 속에 갇혀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철저히 차단한 채 자신들만의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외부로 영토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혁신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없는 규제 기관의 특성상, 성장이 멈춘 제로섬의 환경은 필연적이었다.
이 고여있는 알 속에서 선관위 구성원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습득한 생존과 경쟁의 기술을 내부 자원 점식에 전용했다.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과 세습, 보신주의적 조직 운영, 예산의 사유화는 외부 경쟁 능력을 잃은 유기체가 한정된 내부 파이를 독점하기 위해 벌인 전형적인 내권화의 만행이다. 이들은 조직의 본질적 미션인 투명한 선거 관리라는 가치를 고도화하는 대신, 내부 기득권을 수호하고 방어하는 조직 정치에 모든 에너지를 탕진하며 스스로 말라 죽어가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왔다.
이러한 선관위 내권화의 근본적 원인은 그 조직의 탯줄이자 태반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법원에 있다. 선관위는 법원이라는 모체로부터 조직의 DNA와 운영 방식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며, 실제로 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는 구조적 종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태반인 법원 자체가 초뷰카(Super VUCA)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맥락과 문명사적 흐름을 완전히 놓친 채, 과거의 관행과 기득권이라는 껍질 속에 안주해 왔다.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명분 하에 헌법의 알과 정부 재정의 공급이라는 안정적인 알 속에 갇혀 사법 행정을 독점하고 관료제적 비대화를 극대화했다. 모체가 되는 법원 자체가 내권화되어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기에, 그 태반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은 선관위가 정상적인 유기체로 기능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따라서 현재 선관위에서 불거진 채용 비리나 행정 부실은 지엽적인 일탈이 아니라, 태반에서부터 흘러나온 내권화의 오염원이 유발한 구조적 질환이다.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 법원이 이대로 존속되는 한, 선관위의 문제는 그 어떤 인적 쇄신이나 부분적 수술로도 해결할 수 없다. 껍질 내부의 자원 배분 방식을 바꾸는 미봉책으로는 브레이크가 풀린 내권화의 질주를 막을 수 없으며, 문제의 본질인 태반을 고치지 않고서는 태아의 기형적 비대를 치료할 수 없다. 이 파멸적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유기체를 가두고 있는 낡은 알인 대법원이 해체되는 수순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초뷰카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 투명성에 맞게 국가의 근본 규범인 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낡은 사법 및 선거 관리 권력의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나아가 법원 내권화의 핵심 총책이자 관료적 폐쇄성의 상징인 법원행정처를 완전히 해체하고 법원의 체질을 원점에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모체인 법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생태계의 개방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선관위를 비롯한 사법 권력 전체가 알 안에서 스스로 압사하는 비극적 종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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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