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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보수화 어떻게 이해할까? 내권화 ​(內捲化 Involution)

Jul 4, 2026 ·5분 ·jkyoon · 3
청년들의 보수화 어떻게 이해할까?
내권화 ​(內捲化 Involution)
최근 선거에서 목격된 가장 기묘한 풍경은 이십삼십 대 청년층과 칠십팔십 대 노년층이 보수라는 기치 아래 한 표를 던지며 연대하는 듯한 형상이다. 언뜻 보면 세대를 뛰어넘은 이념적 결속처럼 보이지만, 청년층이 보여주는 보수화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년층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노년층의 보수가 과거의 향수나 확고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자유에 대한 신념 혹은 이와 결탁한 보수 기독교 신념의 결과라면, 청년 세대의 우경화는 사상적 매료가 아니라 철저히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발현된 방어 기제다. 청년들이 보수의 문을 두드리는 이 기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념적 우파로 규정하기 전에, 이들이 처한 사회 구조적 절박함과 그로 인해 발현된 행동 양식으로 발현된 방어지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가 바로 내권화(內捲化 Involution)다. 내권화는 생태 환경으로의 진화 (Evolution)와 반대되는 자신이 설정한 경계 안으로 쪼그라드는 현상을 설명하는 반진화론이다. 상황이 어려워짐에도 오랫동안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본능적으로 지금 가진 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주먹을 안으로 움켜쥐는 방호적 행동기제를 뜻한다. 주먹을 단단하게 쥐기 위해 손까락을 엄지로 누르고 다른 손까락을 안으로 단단하게 감아쥐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지금 가진 것을 지키려고 주먹을 더 단단히 움켜지고 이것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모두를 적으로 규정하고 싸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디즈니 영화의 주먹왕 랄프를 연상하게 한다. 랄프는 주먹을 망치삼아 주변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때려부순다.
대한민국의 청년층과 관련해서는 신자유주의 기조가 이끌던 풍족했던 세상이 거품으로 사라지자 출현한 현상이다. 신자유주의 성장기조가 사라졌음에도 신자유주의 시절 성공을 보장했던 원리들을 더욱 낭만적으로 신봉하는 경향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념인 실력과 경쟁 등을 더 맹목적으로 신봉하려는 극 방호적 성향이다. 이런 방어성향은 모두를 몰락으로 이끈다.
자원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며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던 플러스섬의 시대가 저물고, 성장이 정체되어 더는 미래가 점점 불투명하고 어두워지는 초분절 수축사회에 진입하면 위협을 감지한 인간은 안으로 감겨 들어가는 내권화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내권화란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돌파구가 구조적으로 막혀 버린 상황에서, 생존 활동이 내부적으로만 촘촘하게 소용돌이치며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겨울잠 모드를 택하고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살 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은 다르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더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청년들은 얌전히 겨울잠 모드를 택하는 것을 거부하고 주먹을 더욱 불끈 쥔다. 청년들은 가진 것이 별로 없음에도 더 강하게 내권화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더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상황은 반 전체가 시험 점수 백 점을 받기 위해 밤새워 공부해도 정작 시험 난이도가 올라가 아무도 일등을 하지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내권화의 조건은 기준선만 한없이 높아진 채 삶이 현상 유지를 위한 소진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함정이다. 이 늪에 빠진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상실한 채,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최소한의 자원과 기득권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주먹을 더 단단히 움켜쥔다. 그리고 이 한정된 파이를 나누자고 말하거나 자신의 것을 침해하려는 기미를 보이는 밖의 모든 존재를 적으로 규정하고 사방을 경계하고 싸울 준비를 갖추게 된다.
진화심리학적에서는 청년들의 보수화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고 특히 뇌의 편도체가 이런 위험 상황에서 보수성향을 추동한다고 설명한다. 뇌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 되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내집단의 결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온 상황도 동원한다. 불확실성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종교적 믿음에 귀의하거나 음모론으로 자신을 무장하는 성향도 인용한다. 하지만 이런 뇌과학을 동원한 진화 심리학이나 집단 진화심리학의 다양한 설명은 모든 나이층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설명이지 왜 청년층이 보수화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은 아니다. 내권화는 진화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는 반진화적 성향이 더 보편적이고 이에 더 심각하게 적용받는 세대가 쳥년층이라고 규정한다.
내권화 이론은 상황이 플러스섬에서 제로섬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현상이고 이런 현상은 미래가 준비되지 못한 세대 순서로 강하게 발화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살아남기 위한 기제로 풍성하던 시대에 작동했던 원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리려 비현실적 방호기제인 내권화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작동했던 원리가 경쟁이든 능력이든 내집단 카르텔이던 이단 종교든 음모론이든 상관이 없다. 과거에 믿고 따르던 성공원리가 무엇이든 더 극단화시켜 자신을 보호하려는 울타리이자 갑옷으로 두르려는 방호성향이 내권화의 본질이다. 자신 손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 원리를 잃지 않으려고 더 굳게 주먹에 쥐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싸울 태세를 갖추는 것이 내권화의 핵심이다.
미래에 대해 가장 준비가 되 있지 못해 취약한 세대가 청년들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시대 성공원리라면 진화론이든 종교이든 음모론이든 상관없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로 세운다. 이런 극단적 비현실적 방호기제는 자신이 잘 모르는 주변을 내 자원을 뺏으러 온 약탈자로 인지하여 극도의 생존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들이 실력주의와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룰을 더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경향은 신자유주의 때 느켰던 어프럼한 성장에 대한 향수다. 사다리가 끊어진 척박한 내권화의 동굴 속에서 이미 검증된 과거의 좁은 문을 통과한 원리를 사수하려는 처절한 발버둥이다. 이 과정에서 오는 극심한 실존적 불안을 달래기 위해 확증편향적인 믿음이나 음모론이라는 경직된 심리적 요새로 숨어든다.
대한민국의 이십삼십 대는 정치공학적으로는 기성 보수 세력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전통 보수와 아무런 접점이 없다. 동시에 그들은 대안적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 채 안주하며 진영 싸움과 정쟁에만 몰입하는 진보기득권과도 철저히 선을 긋는다. 이들은 풍요를 약속했던 신자유주의의 끝물에 태어나 성장 정체와 자원 고갈의 직격탄을 맞은 채, 기성 정치권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안으로 소진되어 바싹 말라 비틀어지는 신자유주의가 탄생시킨 시대적 고아다.
이 시대적 고아들에게 서로를 향해 칼과 주먹다툼을 부축이는 내권화의 쳇바퀴를 멈추게 하려면, 단순히 경쟁의 규칙을 공정하게 다듬는 수준을 넘어, 존재목적을 복원하고 연대하여 밖으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의 운동장을 열어주어야만 한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내권화의 고통을 끝내고 극보수화의 흐름을 돌려세울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동굴의 문을 부수고 바깥을 향한 미래를 다시 찾아주는 방법뿐이다. 스스로 길을 잃은 것조차 모르는 보수 정치인인들이나 진보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권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성장과 번성을 달성한 미래에 대한 안목이 살아 있는 어른들이 청년을 위해 연대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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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