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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래를 먼저 가져올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성공에 대한 정의
누가 미래를 먼저 가져올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성공에 대한 정의
사회계약을 입안한 장 자크 루소는 인류 문명의 기원을 사냥과 채집을 끝내고 돌아온 밤, 모닥불 주변에 삥 둘러앉았던 부족의 모습에서 찾았다. 이들은 불이 주는 온기 속에서 서로의 등을 지켜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했고, 다친 동료를 치료하며 비로소 생존 본능 이상의 정신적 여유를 얻었다. 여유가 생기자 이들은 어둠을 밝히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내일은 어떻게 더 나은 채집을 하고 사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삥둘려앉은 원시 부족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오늘로 끌어들인 최초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최초의 문명의 기원이었다. 이들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미래에 먼저 가서 그것을 현재로 가져온 사람들이다. 문명은 결국 이처럼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미래를 남보다 먼저 목격하고 현재로 가져온 사람들의 발자취다.
이 시점부터 불은 단순히 에너지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미래를 상징하는 원형이 되었다. 인류가 미래를 가져온 역사적 궤적을 추적해보면, 불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화하며 세상을 변혁해왔다. 하나는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외연을 확장하는 에너지의 원천인 ‘뜨거운 불’이며,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떨기나무를 통해 보여주었던 불꽃처럼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영혼을 깨우는 영성의 원천인 ‘차가운 불’이다.
뜨거운 불은 산업혁명의 증기기관부터 정보혁명의 컴퓨터, 디지털 혁명의 인터넷을 거쳐 인공지능(AI) 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진보를 추동하며 미래를 물리적 현재로 치환해왔다. 반면 차가운 불은 석가, 예수, 공자, 노자, 장자, 마호메트와 같은 성인과 사상가들을 통해 타올랐다. 이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밝히는 차가운 불을 피워 올림으로써 인류가 지향해야 할 도덕적, 정신적 미래를 먼저 가져와 보여주었다.
위대한 성공을 거둔 글로벌 기업들의 역사 역시 미래를 먼저 현재로 가져온 여정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에 인간과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한 미래를 먼저 보고 이를 애플이라는 기업을 통해 현재의 일상으로 구현했다. 엔비디아는 30년 전 용산전자시장에서 게임 때문에 컴퓨터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고 미래의 게임의 해상도를 감당할 수 있는 GPU 칩을 현재로 가져오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 GPU 칩은 게임시장을 넘어 인공지능 생태계 칩의 표준으로 작동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70년 전 윌리엄 쇼클리를 떠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하며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쓴 ‘8인의 배신자’들 또한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가 인류의 디지털 미래를 지배할 것을 남보다 먼저 간파하고 자신들의 커리어를 던진 선구자들이었다.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전기차와 우주 개척의 미래를,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모든 물류가 클라우드와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선제적으로 현재에 안착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인공지능 업계에서 급부상한 앤쓰로픽(Anthropic)의 창업자들 역시 이러한 불을 통해 미리 가져온 미래라는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와 재러드 카플란을 비롯한 창업진 중에는 물리학 배경을 가진 이들이 많다. 생물리 이론 박사인 아모데이나 하버드에서 천재급 입자이론 학자로 촉망받던 카플란은 학계의 보장된 명성에 안주하지 않았다. MIT 학부 출신의 톰 브라운 역시 독학으로 인공지능을 공부하며 일찌감치 이 분야에 투신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해마다 배출되는 여느 천재들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의 성공은 자연과학과 수학적 배경지식, 그리고 탁월한 컴퓨터 코딩 실력이라는 뜨거운 불을 무기로, 자신의 마음이 지시하는 바를 따라 인공지능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밝히는 차거운 불에 의지해 미래를 먼저 가져온 결단에 있다. 이들이 남보다 앞서간 시간은 겨우 10년 안팎에 불과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극단적인 기술 전선에서의 10년은 다른 분야의 100년과 맞먹는 시차가 되어 이들에게 압도적인 선점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미래를 먼저 가져오는 기업과 리더들은 예외 없이 두 개의 불을 동시에 다룬다. 하나는 조직과 인간의 존재 이유를 밝히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차가운 불’인 존재우위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 자원, 전략을 구축하는 ‘뜨거운 불’인 경쟁우위다. 대다수 기업이 뜨거운 불에만 매몰되어 눈앞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급급할 때, 위대한 기업들은 차가운 불을 통해 자신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근원적 가치를 먼저 증명해 브랜드 파워를 만들었다.
지금 인공지능 혁명을 통해 세상이 전개되는 방향은 이 두 불에 대한 이중 몰입(Competing Commitment)이 극단화 되는 현상이다. 기술적 경쟁우위를 추동하던 뜨거운 불은 지금 인공지능의 광풍을 타고 일반지능을 넘어 초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보다 우월한 초지능 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은 인공지능을 신으로 숭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의미다. 이에 비에 차가운 불을 전수해주선 전통적 아날로그 세상을 좌우하던 인간의 신은 점점 그 우월적 지위를 과학, 기술, 인공지능에게 빼앗기고 신성으로서의 존립 기반을 상실하고 있다. 차거운 불과 뜨거운 불이 창조적 긴장관계를 상실하는 순간 인간을 추동하던 존재이유는 불에 타 사라지고 인간 세상의 종말이라는 파국을 처한다. 뜨거운 불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맹목적 우상화는 미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태워버릴 운명이다.
진성리더의 책무가 여기에 있다. 진성리더가 미래를 가져오는 방식은 바로 이 두 가지 불을 정교하게 교차해 직조하는 방식이다. 진성리더는 시장에서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한 경쟁우위를 날줄(x축)로 삼고, 조직의 고유한 사명과 인간 존엄을 지키는 존재우위를 씨줄(y축)로 엮어 두 지점이 다 높은 곳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태피스트리를 짜 내려간다. 이렇게 직조된 태피스트리가 바로 그들이 먼저 가 본 미래의 청사진이다.
진성리더는 상상 속의 청사진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그 미래를 마침내 현실의 시공간으로 먼저 끌어 옮긴다. 이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로 가장 먼저 가져와, 오늘을 살아가는 구성원과 세상 사람들에게 그 미래를 직접 목격하고 맛보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선구자들이다.
진성리더는 가져올 미래인 천의 고원을 먼저 가서 체험하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재로 설계해내는 미션을 수행하는 동지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