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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베 문화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이해: 신자유주의가 만든 코브라 농장
대한민국 일베 문화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이해:
신자유주의가 만든 코브라 농장
대한민국 #일베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했나?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는 2010년대 초반, 디시인사이드의 하위문화에서 파생되어 한국 사회의 독버섯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생성 배경은 급격한 양극화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의 고립감과 박탈감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루저’로 규정하고 디지털 공간에 모여 서사를 쌓기 시작했다. 이들의 하위문화는 단순한 패배주의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역사적 비극의 희화화 등 비인륜적 행위를 일삼는 극우·극보수 성향의 괴물로 진화했다.
왜 이런 집단이 탄생했나?
젊은이들이 삶의 목적성에 대한 의미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제한된 자원을 놓고 무한경쟁을 독려하자 여기에서 실패해 떨어져 나간 청년들이 향한 곳이 일베라는 놀이터다. 이중에는 의대나 법전원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나름 성공적으로 보이는 소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부모의 열망과 교육열에 의해서 이런 경로로 이입된 것이지 자신의 주체적 의지로 직업경로를 선택한 경우가 아니다. 실제 들어와 보니 이들 의사 변호사 집단에서의 삶의 목적 상실은 더 심각했다.
목적은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 만드는 힘이다. 목적을 상실해 한번도 삶의 주인이 되어보지 못한 청년들이 자신도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조롱과 혐오다. 조롱과 혐오를 재미로 치장해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 일베의 기원이다. 니체가 경고한 목적의 부재로 주인됨을 상실한 집단의 원한(Ressentiment)이 파괴적이고 가장 찌질한 형태로 드러난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순간
온갖 멍청한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 니체 –
이들이 ‘선 넘는 재미’와 비인륜적 행위에 집착하는 또다른 이유는 한국 사회의 주류 정치나 사회 엘리트가 이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는 위선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주류라고 알려진 계층이 삶에서 생산적 존재 목적(Telos)에 대한 비전을 제공하지도 못해온 사실도 이들의 활동을 정당화 시켰다. 더 거시적으로는 경제적 몸집만 키우는데 혈안이 되었던 한국 사회의 무능도 작용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지상 과제로 삼아 사회의 무능이 방치되는 동안 현실 세계에서 주인으로 사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찾아낸 것이 나름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조롱과 희화화다. 일베 집단에게 사회적 가치나 도덕은 피로감을 주는 억압이자 위선일 뿐이다. ‘존재 목적의 부재’는 역설적 해방감을 준다. 아무런 생산적 목적도, 윤리적 책임도 지지 않는 무목적적 상태에 도달할 때, 이들은 이들나름의 비틀린 자유를 만끽한다.
니체는 정신의 최고 단계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삶을 긍정하는 ‘어린아이(Innocence)’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베의 유희는 가치를 창조할 능력이 결여된 채 오직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고 조롱하는 데 머무는 ‘나이브함(Naivety)’의 분출이다. 이는 니체가 그토록 경계했던 ‘원한(Ressentiment)’의 변형된 발현이다.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해 생긴 열등감과 내면의 상처를 건강한 자기 초월로 극복하지 못하고, 시스템 전체를 냉소하는 유치한(Naive) 방어기제 뒤에 숨은 것이다. 스스로를 천진난만하게 노는 놀이의 주체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존재 목적을 잃고 냉소와 혐오 속에 뒤틀릴 대로 뒤틀려 박제된 허무주의자들에 불과하다.
이들이 디지털과 밈을 도구로 자신을 집단화 시킬 때 사회는 어떤 비극이 발생할까?
목적을 상실한 채 맹목적으로 작동하는 동일성의 범주화는 차별과 편견의 강력한 원천이 된다.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실존적 목적을 잃은 인간은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원초적인 ‘사회적 범주화’에 매달린다. 세상을 ‘내집단(일베)’과 ‘외집단(타자)’의 흑백논리로 쪼갠 후, 외집단을 가학적으로 짓밟음으로써 집단의 긍정적 차별성과 가짜 자아존중감을 획득하는 구조다.
이러한 목적 상실의 집단화는 역사적으로 나치즘과 #전체주의 를 탄생시킨 메커니즘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목적과 방향성을 상실한 독일 사회가 게르만족의 혈통적 우월성이라는 기만적 동일성 아래 맹목적으로 집단화되었을 때, 그 결과는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적 재앙이었다. 일베의 조롱문화는 사회가 공동의 목적을 상실했을 때 인간이 어디까지 비인륜적으로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홀로코스트의 현대적 방증이다. 도덕적 목적이 거세된 자리에 남은 맹목적 연대는 타자를 철저히 악마화하고, 비인륜적 행위를 집단적 놀이로 소비하며 전체주의적 광기를 재현한다.
인도에 코브라 개체수가 너무 급증해서 피해가 막심해지자 인도 정부는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정책을 세웠다. 영민한 사람들이 이것을 사업 기회로 삼아 코브라 농장을 세워 여기서 코브라를 대량으로 길러서 정부 보상을 챙겼다. 이를 알아차린 인도 정부가 보상 정책을 폐지하자 코브라 농장주들은 기르던 코브라를 모두 풀어주었다. 인도는 코브라 천국이 되었다. 무한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신자유주의 경쟁은 경기 국면이 침체로 접어들면 #코브라_농장 으로 전락한다. 성장이 멈춰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신자유주의가 일베를 양산한 코브라 농장이다. 신자유주의로 분장한 극보수주의가 이들을 길러낸 농장주였다. 이들이 길러낸 코브라가 스타벅스까지 집어 삼켰다. #스타벅스 는 농장주가 직접 길러낸 코브라가 회사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자신을 먹어 삼킨 사례다.
주인의식을 잃고 신자유주의 무한경쟁논리에 잠식된 중고등 학교도 대학도 결국 코브라 농장이었다.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재범주화(Recategorization)를 통한 해결을 제안한다.
결국 일베가 동력을 얻는 ‘차별과 편견의 유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적 규제나 도덕적 지탄을 넘어, 사회적 수준에서의 공공선을 지향하는 목적의 복원이 시급하다. 파괴적인 내집단/외집단 이분법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이들이 매달리는 소수자 혐오의 울타리보다 훨씬 강력하고 흡인력 있는 목적이 견인하는 상위 범주화(Recategorization)가 작동해야 한다.
상위 범주화 전략이란 일본과의 축구 경기의 예로 설명할 수 있다. 평소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소속팀으로 뛸 때는 다른 지역 연고를 가진 선수를 경쟁자로 보지만 이들이 국가 대표팀에 선발되어 일본과 경기를 벌일 때 이들은 동료가 된다. 응원에 참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경기라는 더 높은 범주의 제공이 이들을 국가의 명예를 위해 협업하는 동료로 만든다.
이들에게 사회가 고립을 넘어선 실존적 목적과 사회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파편화된 사회를 ‘공동의 가치와 미래를 지향하는 더 큰 우리(Superordinate We)’로 재범주화를 못한다면 이들은 더 깊은 곳에 숨어들어 사회의 재앙을 만들 수 있다. 목적을 상실한 우월성이 나치를 낳았듯, 목적을 상실한 우리 사회의 냉소가 일베를 낳았다.
정치가 이런 역할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하는 지금은 어른들이 이런 재범주화를 위해 뭉쳐야할 시점이다. 혐오의 하위문화를 압도하는 건강한 사회적 목적의 복원과 포용적 재범주화만이 이 비인륜적 조롱의 숭배를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