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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리더십 진단 축구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리더십 진단
축구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본인은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한번도 축구를 직관한 적은 없다. 대한민국 축구가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많이 생겨 화려해졌지만 이들이 벌이는 경기에서는 이전에 전 국민이 느꼈던 감동적 서사를 느낄 수 없다. 서사는 어디에서 지고 이기는 문제를 넘어서 쓰여진다. 선수, 감독, 협회, 팬, 남녀노소, 국민 응원단을 포함한 참여자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할 때 서사가 쓰여진다.
한국 축구는 왜 서사를 이어가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언제부터 인지 불려지기 시작한 축구 카르텔에 붙여진 공화국이 주범이다. 대한민국에서 특정 조직이나 집단에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때는 명확한 전제가 작동한다. 공공의 자산과 시스템을 장악한 카르텔이 국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Global Optimization)을 훼손하고,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 ‘부분 최적화(Sub-optimization)’를 감행한다. 당연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전체의 최적화를 희생하는 카르텔 공화국이 만든 내집단을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혼신으로 응원할 리 없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이 파괴적인 은유가 허락된 곳은 국가 경제 체제를 뒤흔들었던 ‘삼성공화국’과 사법 권력을 독점했던 ‘검찰공화국’뿐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참사를 맞이한 지금, 대중의 분노는 ‘축구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소환해 냈다. 공정성을 상실한 카르텔이 국민적 자산인 국가대표팀을 사유화하고 파멸로 이끈 과정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사회적 공분으로 번지고 있다. 카르텔이 국민을 배제하고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연출하는 무대가 경제, 사회, 정치에서 새로운 서사로 신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다.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국민적 분노만 더할 내용이다.
‘자본 권력’과 ‘학맥 카르텔’이 쌓아 올린 성벽
한국 축구가 ‘공화국’으로 전락한 배후에는 현대가의 자본 권력과 고려대학교 학맥이라는 두 축이 존재한다. 이들은 수십 년간 축구협회(KFA)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를 독점하며, 현대 축구의 고도화된 글로벌 트렌드를 업데이트하는 대신 전근대적인 아날로그식 ‘연줄 행정’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현대의 정몽규 회장은 대기업 오너라는 지위를 활용해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을 이어받아 축구협회를 사실상 재벌 가문의 ‘사유지’처럼 활용하며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다. 이 견고한 자본의 성벽 위에서 기생한 것이 바로 ‘고대 라인’의 현장 권력이다. 기술총괄이사, 전력강화위원장, 그리고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이어지는 고려대학교 학맥은 철저한 밀실 정치를 통해 ‘우리 식구 챙기기’에 몰두했다. 정몽규 자신도 고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정몽규의 현대차 축구단(지금의 울산 현대)을 창설한 부친 고 정세영 회장도 열열한 축구팬이자 고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구한말 세도정치 체제에서 특정 가문이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조정의 기능을 마비시켰던 비극과 닮아 있다. 글로벌 축구가 빅데이터 분석과 스포츠 과학, 체계적인 전술 프로세스로 고도화되는 동안, 축구공화국의 지배 세력은 “우리가 남이가”식의 낡은 인맥 네트워크 속에서 안주했다.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시절,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붕괴 사고와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부실 공사와 안전 관리 소홀로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부터 그의 ‘안전불감증 리더십’과 구조적 무능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건설 현장을 붕괴시킨 인물이 어떻게 한국 축구의 수장 자리를 4선 연임까지 넘보며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축구협회장 선거 시스템의 기형적인 폐쇄성에 있다.
KFA의 회장 선거는 일반 팬이나 전체 축구인의 민심이 투과될 수 없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 구조다. 선거인단의 절대다수가 협회의 지원금과 인사권, 행정적 처분에 생계가 저당 잡힌 내부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부실시공으로 아파트를 무너뜨린 시공사가 조합원들을 돈과 압박으로 매수해 재건축 수주를 이어가는 것처럼, 정 회장은 현대가의 자본력을 무기로 내부 표밭을 철저히 관리했다. 외부의 정당한 비판과 제도적 감시를 완벽히 차단한 채, 내부자들끼리 권력을 나눠 먹는 ‘닫힌 시스템’의 오류가 괴물 같은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것이다.
사령탑’ 홍명보의 전술적 파산
행정의 무능은 현장의 파멸로 직결됐다.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고도의 전략적 리더십 훈련을 받지 못한 지도자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이란 고정된 교과서가 아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전반전을 치르고, 그 데이터에 기반해 후반전에 유연한 전술 변화(In-game adjustment)를 주어 승리를 낚아채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32강전에서 치명적인 전술적 파산을 겪었다. 전반전 쓰리백(3-back) 카드가 실패하여 경기 주도권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아무런 유연한 전략적 수정 없이 전술을 고집하는 고집을 부렸다.
오히려 상대 팀 감독은 전반전 동안 대한민국의 쓰리백 전략을 완벽히 읽어내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이를 무력화할 맞춤형 카드로 대한민국 진형을 초토화시켰다. 상대가 체스판 위에서 퀸과 나이트를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홍 감독은 자신이 처음에 놓아둔 말만을 고집하다 외통수에 걸린 무능한 장수였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더 이상 과거의 명성이나 ‘형님 리더십’만으로 이끌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철저한 리더십 훈련과 글로벌 전술 트렌드 학습이 전제되지 않은 국내 지도자라면, 차라리 고도화된 시스템 속에서 검증된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순리다.
리더십 로맨스를 넘어선 진단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라는 역대 최강의 ‘황금 세대’를 거느리고도 32강에서 탈락한 이 참사를 두고 오직 ‘감독과 회장의 무능’으로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또 다른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문제를 특정 개인의 영웅적 서사나 악인 열전으로 환치하는 ‘리더십 로맨스(Romance of Leadership)’에 갇히면, 인물만 바뀔 뿐 썩어 들어간 뿌리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시스템이 아닌 ‘천재들의 개인기’라는 진통제에 의존해 연명해 왔다. 박지성, 기성용을 거쳐 손흥민에 이르기까지, 협회의 행정과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어도 선수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개인 기량으로 위기마다 돌파구를 찾았다.
이번 월드컵 역시 협회와 뇌사 상태에 빠진 시스템은 “어떻게든 선수들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 축구의 조직력과 전술 장벽은 천재 한두 명의 발끝으로 넘을 수 없을 만큼 높아져 있었고, 결국 진통제 효능이 다한 환자는 경기장 위에서 처참하게 쓰러졌다. 팬들은 이들의집단적 무능을 목격해가며 혹시 집단적으로 식중독이 걸린 것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축구는 이전의 감동적인 서사를 다시 쓰려면 고대와 현대로 구축된 카르텔 축구 공화국이 해체되고 선수와 감독 모두가 그냥 축구를 잘하는 기능인을 넘어 팀을 이끄는 리더십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축구 공화국의 완전한 멸망과 전체 최적화의 회복을 위해서는 성공과 실패를 오직 리더 개인에게 돌리는 리더십 로맨스를 넘어 시스템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구조적 대수술’도 단행되어야 한다. 구조적 쟁점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선거제도의 민주적 개편(직선제 확대):
체육관 선거를 폐지해야 한다. 축구 팬, 시민 주주, 다수의 축구 현장 종사자들이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 형태의 직선제를 도입하여, 폐쇄적 카르텔이 특정 후보를 밀실에서 추대하는 구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둘째, 재벌 자본으로부터의 재정 독립:
“현대가가 없으면 축구협회가 망한다”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계권 보장, 마케팅 다각화, 투명한 스폰서십 시스템 구축을 통해 재벌 오너의 사재 출연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선진국형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로 대전환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독립적 검증 시스템 제도화:
감독과 선수 선임 전반을 장악했던 인맥(고대 라인)의 손을 잘라내야 한다. 기술위원회와 전력강화위원회를 철저히 외부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들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행정 권력이 전술적 영역에 개입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
사람만 바꾸는 혁신은 언제나 실패했다. 현대·고대 연합공화국이 남긴 폐허 위에서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전근대적인 인맥의 지배를 끝내고 투명한 글로벌 시스템을 위한 설계도를 다시 짜야 한다. 곪아터질대로 터진 대한축구협회는 해체되는 것이 맞다. 현대가와 고대 학맥에서 철저히 벗어나는 시스템의 대수술만이 축구 공화국의 추악한 잔재를 청산하고 축구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