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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HR에서 동사 HR로의 패러다임의 전환: 미래 인재 경쟁력의 본질
명사 HR에서 동사 HR로의 패러다임의 전환:
미래 인재 경쟁력의 본질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의 HR은 명사(Noun)의 세계였다. 채용과 평가는 언제나 스펙으로 통칭되는 명사 중심의 언어로 이루어졌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직책이 무엇인가?”, “과거에 어떤 성과(Output)를 냈는가?” 명사는 고정되어 있고, 계량하기 쉬우며, 단단하게 박혀 있는 자리를 뜻한다. 기업은 이 명사라는 촘촘한 칸막이 스펙 속에 인간을 맞추어 넣고 거대한 조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실행력을 빛의 속도로 대체하는 지금, 명사 중심의 HR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제 조직과 인재 경영은 동사(Verb) 중심의 HR로 전환해야 한다. 동사의 본질은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며, 그 움직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근력’이다.
결과를 유도하는 알고리즘의 근력
많은 조직이 AI 시대의 핵심을 ‘역량(Skill)’이나 고도화된 ‘결과물(Output)’로 오해한다. 개념을 나열하고 사례를 수집하며 화려한 은유를 동원해 그럴듯한 보고서를 뽑아내는 일은 이제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과거에 ‘일 잘하는 인재’가 도출해 내던 최종 결과물의 가치는 이제 제로(0)에 수렴한다.
동사적 관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화려한 결과물이 아니라, 목적한 결과를 유도해내는 알고리즘의 근력’이다. 멈추어 있는 명사와 달리, 동사는 끊임없이 작용하고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동사를 작동시키는 핵심 동력이 바로 근력이다. 근력이란 고정된 지식의 총량이 아니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모호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새로이 정의하는 눈,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져 최적의 답을 걸러내는 판단력, 그리고 파편화된 도구들을 엮어 새로운 맥락을 창조해 내는 지속적인 행동의 과정이다.
명사 HR:
만들어진 결과(What)와 고정된 직무 타이틀(Who)을 평가하고 범주화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사 HR: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인간이 발휘한 맥락적 판단과 문제를 해결해 가는 알고리즘적 실행력, 즉 동사의 본질인 ‘근력(How)’을 육성한다.
동사화된 알고리즘의 근력은 단순히 당면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이 근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인류의 미래가치에 조직과 개인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존재목적(Purpose)과 반드시 연동되어야 지속가능한 동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목적지가 없는 근력은 무의미한 삽질을 반복할 뿐이다. 동사 HR이 주목하는 근력은 기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궤를 달리한다. 회복탄력성이 충격이나 위기가 왔을 때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능력’이라면, AI 시대에 필요한 근력은 미래의 지향성과 연동하여 앞을 멀리 보고 운전하는 ‘안티프래질리티(Antifragility)의 근력’이다.
안티프래질리티는 단순히 충격을 견디거나 원상복구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변성과 무작위성, 그리고 대혼란을 자양분 삼아 오히려 이전보다 더 성장하고 강해지는 성질을 뜻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안티프래질리티의 근력을 갖춘 인재는 변화를 거부하는 대신 그 파도 위에 올라타 조직의 존재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동사적 생명력을 발휘한다.
회원권 수집을 넘어 덤벨을 쥐는 동사적 훈련
최근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신입 사원 채용이 급감하는 현상은 명사 HR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례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에게 데이터 코딩이나 리서치 초안 작성 같은 명사적 과업을 주며 일을 가르쳤지만, 이제 그 일은 AI가 더 잘한다.
이 문제를 돌파한 선도적 기업들은 HR의 평가와 육성 방식을 동사로 바꾸었다. 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개발자를 채용할 때 완벽한 최종 코드를 제출한 사람보다, ‘코딩 과정에서 AI Copilot과 어떤 대화 체계를 주고받으며 오류를 수정해 나갔는지’ 그 맥락적 기록(Log)을 평가한다. 완성된 코드는 기계가 짜주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 진짜 실력은 예상치 못한 오류가 터졌을 때 문제를 우회하고 해결책을 유도해 낸 개발자 개인의 동사적 사고 알고리즘, 즉 안티프래질리티의 근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은유하자면, 산업화 시대의 명사 HR은 ‘헬스장 회원권’을 수집하는 행위와 같았다. 대기업 명함, 화려한 학벌, 과거의 프로젝트 이력 같은 명사를 많이 가진 사람을 인재라고 믿고 비싼 값에 사 왔다.
동사 HR은 회원권이 아닌, 실제 덤벨을 들어 올릴 때 찢어지고 회복되며 단단해지는 ‘근육의 움직임’ 자체에 집중한다. 아무리 최고급 AI 에이전트(최고급 헬스 기구)가 눈앞에 있어도, 미래의 목적지를 바라보며 스스로 덤벨을 쥐고 당기는 동사적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은 단 1g의 근력도 가질 수 없다. 외부의 충격을 동사적 훈련의 기회로 삼아 근육을 키워내는 자만이 미래를 운전할 수 있다.
미래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과의 지행격차가 어떤 시대보다 극심한 시대다. 많이 아는 명사적 지식이 아니라 실제 해낼 수 있는 근력을 상징하는 동사로 움직이는 조직만이 지속가능하다.
미래 인간의 가치는 자리가 아니라 의도된 행위를 할 수 있는 안티프래질리티의 근력이 평가된 가치다.
조직 내부의 HR 시스템 역시 명사에서 동사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라는 딱딱한 명사의 틀에 직원을 가두는 행위는 조직의 안티프래질리티를 저해할 뿐이다. 대신 구성원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조직의 존재목적을 나침반 삼아, 끊임없이 문제를 정의하고 기계를 지휘하며 결과를 유도해 내는 동사적 리듬을 타도록 조직을 유연하게 흔들어야 한다. 인재를 평가할 때도 이미 도출된 결과물이라는 단편적인 현상에 속지 말고, 그 결과를 유도해 내기까지 구성원이 발휘한 안티프래질리티의 근력을 측정해야 한다.
과거라는 백미러를 보고 운전할 수 있는 직업과 직장에서의 안정적인 고속도로 운전의 시대는 끝났다. 꼬불꼬불한 산비탈을 운전해 올라가야 하는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에 동사의 주체성인 운전대를 남들에게 넘기고 조수석에 앉아 백미러를 보며 명사적으로 운전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지금과 같은 AX가 추동하는 초뷰카 시대는 거친 미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동사의 본질인 안티프래질리티 근력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목적이라는 바벨을 들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