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진정성 코드:
친한 친구들을 잘 지켜보면 어떤 친구는 나와 기쁨을 같이 나누기 위해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고 슬픈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나와 같이 슬픔을 나누고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아는 친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인 경우는 이 사람이 진짜 슬퍼하는지 아닌 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달리 감정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연기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치가들이 참사 현장에 들러서 웃어가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 헤프닝이 자주 발생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신이 진정성이 있는 정치가인지 아닌지는 이런 감정 표현을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회적 규범은 어떤 상황에서는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고 어떤 상황에서는 억제해야 하는 암묵적 규칙을 정하고 있는데 이 규칙을 표현규칙 (display rule)이라고 한다. 이 규범을 어긴 사람들은 대개 개념이 없는 사람들로 찍힌다. 예를 들어보자. 세월호 참사 현장이나 윤일병 사건 현장은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통을 나눠가면서 슬퍼해야 할 공적 장소이다. 그런데 어떤 정치가는 진정으로 본인은 슬픔을 못 느끼면서 상황 상 큰 슬픔을 함께 하는 척 잘 연기를 하면서 넘어간다. 이것이 사람들이 모르는 연기로 끝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상황을 잘 공감하지 못하고 연기로 감정을 표현하고 계시던 지위가 높으신 한 분이 자신의 감정과 다른 감정을 연기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껴 본인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는데 기념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제안한다. 같이 연기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사람들도 높으신 분이 제안을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가며 스트레스를 풀어도 된다고 확신하고 이 대열에 동참한다. 여기에서 진짜 슬픔을 느끼는 사람과 가짜로 연기하는 사람이 갈라지는 것이다. 진짜로 슬픔을 느끼는 사람들은 힘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런 일탈을 제안하더라도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한다. 문제는 가짜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연기하는 것의 긴장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는데 잘 됐다고 생각하고 사진 대열에 동참한다.
이런 점에서 진정성의 귀감이 되는 분들이 가수 김장훈씨와 JTBC의 손석희 사장이다. 지금도 세월호 유족들과 자신의 생명을 위협 받을 수 있는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김장훈씨는 얼마 전 어떤 열렬 팬이 순직 소방관 장례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요구했는데 이를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감정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석희씨는 거듭되는 방송제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작을 세월호에 대한 슬픔을 먼저 표현하는 것으로 방송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과 국민들이 느끼는 진정한 감정이 슬픔이기 때문이다. 놀랄만한 사실이 대단히 진정성이 있는 정치가의 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던 문재인 의원이 윤일병 현장답사 기념사진에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감정표현에서 표출되는 진정성 코드는 말과 행동에 나타나는 진정성 코드 보다 다 깊은 코드를 가지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에서 보인 눈물은 어느 정도나 진정성 코드를 가지고 있을까도 많은 사람들의 논란의 대상이다.
슬픔과 기쁨 등 감정 표현에서 진정성은 세 가지 기준에 의해서 판단된다. 첫째,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내면의 감정과 겉으로 표현하는 감정이 같은 감정인가? 같은 감정이 아니면 감정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보편적으로 느끼고 있는가? 못 느끼고 있다면 진정성 여부를 떠나서 정서 지능이 많이 낮아서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사회생활에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견된다. 셋째, 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자신이 이 감정의 주인공인가? 자신이 체험하는 감정이 단지 남을 기쁘게 하고 사회 생활을 편하기 위한 연기일 경우는 진정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분석해서 가짜 웃음을 연출한 사람과 진짜로 웃고 있는 사람을 분류해서 이들의 장래가 어떻게 결정 되었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둘 사이에서 같은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성취도가 많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삶의 행복과 성취의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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