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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를 위한 제언: 뇌물과 선물

Sep 19, 2014 ·8분 ·jkyoon · 3,572

한국사회의 부패를 키우는 거래비용의 함수 - 공정사회를 위한 제언 -

윤정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거래비용은 어떠한 재화 또는 서비스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수반되는 비용이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쓰는 비용은 거래대상을 물색하는 데 드는 비용, 거래 대상을 찾아서 흥정을 하는데 드는 비용,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 불완전 계약을 채결했을 때 완전계약으로 이행하기 위해 쓰는 비용 등 제반 비용 등을 포함한다. 초보적 의미로는 주식을 사고 팔 때 판매자격을 가진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이 수수료는 거래비용에 해당된다. 시장거래를 넘어서 사회적 거래에서도 내가 상대에게 어떤 부탁을 하기 위해서 점심이라도 사주어야 한다면 내가 지불하는 점심값은 거래비용이다. 사람들이 굳이 자신만의 단골집을 만들려는 이유도 결국은 새로운 집과 거래를 할 때 드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합리적 행동이다.

이 개념은 Ronald H. Coase가 1937년 자신의 논문 The nature of the firm에서 사람들 사이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장경제에서 상승하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서 거래를 내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 개념은 1970년대에 들어서서 Oliver E. Williamson가 신고전학파의 시장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파생되는 비용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신제도학파의 Transaction Cost Economics를 주창하는 과정에서 다시 활성화 되었다. Williamson은 기존의 시장거래를 넘어선 조직연구에서 거래비용은 경쟁시장에서 상품가격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정서적 교환이나 선물교환 등 사회적 교환의 성격에 의해서 더 결정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즉 사고 파는 두 사람사의의 관계가 한 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혹은 둘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가 특수한 결합관계에 있거나, 둘이 파악할 수 있는 시장정보에 제한이 있거나, 시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고 있어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우 시장거래는 오히려 거래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시장거래를 내부화 해서 조직을 결성한다고 주장한다. 신고전경제학의 완전경쟁시장의 가정과 달리 시장이 불확실하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로 구성될수록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은 치솟게 되고 이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어 거래를 내부화하게 된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논리이다.

국지적 합리성의 전체적 비합리성

시장에 대응해 쌍방간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합리적 행동이 쌍방간의 탐욕에 의해서 좌우될 경우 이는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거래비용을 늘리고 부패행동을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국지적 합리성이 전체적 비합리성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건설업자가 아파트 건설계약을 따내기 위해서 발주업체 직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보다. 이 뇌물은 거래비용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외적으로 들어가는 계약의 계약외적 비용으로 당연히 거래비용이다. 문제는 이 뇌물을 지불한 건설업체는 이 비용을 어디 다른 곳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건축할 때 드는 제반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충당할 것이다. 처음 시작부터 탐욕으로 시작한 거래이니만큼 이 비용을 날림건축자재를 사용하거나 인건비를 깎거나 바다모래를 사용하는 등으로 겉으로 명백이 들어나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충당할 것이다. 당연히 아파트는 부실 아파트로 전락한다. 이런 거래비용의 상승은 삼풍 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고통스런 추억을 상기시킨다. 거래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저하에 그대로 전가되어 고객들의 복지를 침해하게 된다. 즉 과도한 거래비용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들어가는 가치를 잠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발주를 준 업체나 계약을 수주한 업체의 계약에 대한 성사 경험은 그대로 다른 거래에서도 그대로 전이된다. 이 발주업체는 다른 아파트를 다른 시공업체에 발주할 때도 당연히 뇌물을 요구할 것이다. 다른 시공업체도 뇌물 없이는 아파트 건설계약을 따지 못하게 된다. 아파트 건설계약에서 뇌물은 관행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뇌물은 사회전체적 관행으로 정착하고 이 관행이 정착되는 동안 모든 사회적 거래는 부실화 되고 이 부실화 된 거래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나 시민들이 감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지적 합리성을 도모하기 위해 지불한 거래비용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어 사회전체를 부실화 시키는 원인이 된다. 즉 국지적 합리성이 전체적 비합리성을 창출하는 이유는 과도한 거래비용 때문이다.

자랑스런 OECD 대한민국은 가면이었나?

아래 자료를 처음 보았을 때 1960년대 자료인줄로 착각했었다. 자세히 보니 2013년 국제회계포럼과 2014년 최근에 홍콩의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 (PERC)가 발표한 자료였다. 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후진국인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과 같은 부류로 분류되어 있다. 부패지수가 높다는 것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뇌물 접대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소리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데 사용되어야 할 비용이 거래비용에 전용될수록 사회는 부실화되고 질적 수준은 떨어진다. 결국 부실화된 사회는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로 점철되게 되어 있다. 세월호 침몰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자료일 것 같다.

국제경영개발원 (IMD)에서 발표한 자료나 세계경제포럼 (WEF)에서 2013년에 발표한 자료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IMD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수준은 조사대상국 60개국 중 22위로 상위권이지만 회계투명성 순위는 60개국 중 최하위인 58위이고 이 순위는 2000년 초반이래 점차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WEF는 148개국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국제경쟁력 수준은 역시 25위로 상위권이다. 하지만 회계투명성 지수는 91위로 역시 최하위권이다.

회계투명성은 회사들이 부당한 거래비용에 쏟는 비용에 반비례한다. OECD국가로써의 화려한 경쟁력 이면에는 추악한 내부거래비용의 민 낮이 숨겨져 있다. 이런 숨겨진 가면을 쓴 우리나라가 시민국가로 세계에서 존경 받는 나라로 태어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우리 공무원들과 국민의 안전불감증이 문제라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다.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아서 여기저기 썩어 있는 대한민국의 환부를 도려내는 일을 먼저 처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비슷한 사고는 터지게 되어 있다. 소위 관피아, 해피아 등을 채용해서 계약을 쉽게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은 사회적 거래비용을 치솟게 하고 이 사회적 거래비용은 다시 사회를 부실화 시키는 주범이다. 이 같은 관변단체들의 노력으로 치솟은 감춰진 거래비용은 다시 부패를 양산하고 이 부패에 오염된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도 부실화 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도 만들어도 부패한 사람들이 운용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다.

사회적 거래에서 뇌물과 선물의 역설

사회적 거래에서 통용되는 뇌물과 선물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래비용에 직간접으로 기여하는 선물과 뇌물의 차이를 오해하고 있다. 뇌물은 도구적 목적을 가진 거래인 반면 선물은 표출적 목적을 가진 거래행위이다. 도구적 목적을 가졌다는 것은 뇌물이 통해서 또 따른 숨겨진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는 의미이다. 어떤 거래를 따내기 위해 계약 전에 물질을 공여했다면 뇌물인 반면 어떤 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후에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전달한 물질이 있다면 이것은 선물에 해당된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건설계약을 따기 위해서 발주자에게 접대를 했다면 이 접대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목적에 수단으로 동원된 뇌물인 것이다. 반면 선물은 친구 사이에서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 주고 받는 것처럼 둘 사이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상징적 토큰이다. 선물의 가치는 물질적 가치보다 둘의 관계를 잘 표출해주는 상징적인 정체성의 가치가 중요시 된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제공된 뇌물은 당연히 거래비용을 상승시킨다. 반면 서로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주는 진심이 담긴 선물은 그 비용이 크지 않아서 거래비용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지만 선물을 통해서 확인된 관계적 가치는 시장에서 다른 거래 상대를 무모하게 찾아 나설 때 쓰는 거래비용을 감소시켜준다. 선물에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성장을 염원하는 관계적 자본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 관계적 자본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을 자신의 자본처럼 동원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탐색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급격하게 줄여준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대부분이 선물로 포장해서 주고 받는 것들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라는 점이다. 선물은 뇌물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이데올로기적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쓰는 말일 뿐이다. 뇌물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교환되는 사회가 공정사회인 것이다.

공정사회란

최근 대법원 판사였던 분이 국무총리로 임용이 거론되는 과정에서 전관예우로 의심되는 방법으로 5개월간 일반국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인 16억을 벌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분은 자신이 생각해도 하루에 1000만원 가량을 벌어들인 액수가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해서 이 액수 중 11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분이 전관예우로 법원에서 일련의 사건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냈다면 국가의 법질서의 공정성은 근간부터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사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에 대한 가정을 다시 믿음으로 확인하게 되고 국가의 법질서를 강요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전관예우의 거래비용으로 충당된 16억원이라는 돈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공정성을 무너트리게 된 것이다.

이분이 기부하기로 된 11억원은 본인이 임용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기부했다면 이것은 사회와 자신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선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임용이 거론된다는 것을 알고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서 기부를 했다면 이것은 엄연히 국민을 대상으로 뇌물을 건넨 것이 된다.

공정사회란 일반국민들이 “콩 심은 곳에서 콩 나고 팥 심은 곳에서 팥 난다”는 상식적인 믿음을 공유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과도한 거래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본인의 땀의 가치 (Sweat equity)에 의해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게 된다. 땀의 가치가 정착되면 될수록 사회적 명성이 시장에서 돈처럼 거래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게 된다. 사회적 명성이 시장거래처럼 사회적 시장에서 상징적 화폐로 거래될 수 있는 사회가 공정사회인 것이다.

공정거래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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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