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리슬레 (Douglas J. Lisle)와 알란 골드하머 (Alan Goldhamer)가 공저한 <쾌락 중독(The Pleasure Trap)>은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비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지옥 생활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천국을 설명한다. 설탕, 지방, 소금 비율이 높은 정크 후드가 주는 괘락에서 벗어 나오지 못해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옥과 여기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천국의 삶을 비유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분들이 음식을 중심으로 설명한 쾌락 중독의 문제를 학계에서 지금까지 연구한 웰빙의 내용을 업데이트 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승에서 경험하는 지옥과 천당의 삶을 조명해보았다.

오른쪽 표는 리슬레와 골드하머가 책에서 제시한 그래프를 재구성해 본 것이다. 재구성한 그래프를 통해 이승에서 어떻게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삶을 사는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지속적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해 보았다. 이 표에서 천국을 은유하는 유데모닉 웰빙의 빨간 색 선은 본인이 구성해 삽입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행복이나 웰빙에 관한 연구는 외적 사건이 뇌를 촉발해 분비되는 도파민에 의해서 좌우되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쾌락적 차원(Hedomic dimension)과 도파민 분비를 내재적으로 통제 가능하게 만든 유데모닉 차원(Eudemonic Dimension)으로 나눠진다. 행복과 웰빙에 대해 처음 연구를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과 웰빙은 도파민 분비를 내재적으로 통제하는 자기 통제 시스템인 유데모니아에서 찾고 있다.

쾌락적 웰빙이 우리가 이승에서 경험하는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삶을 설명하는 주요 원인이다. 우리 삶에서 외적 사건을 촉발해 도파민 분비를 폭발하게 만들 수 있는 것 중 대표적인 사건은 아마도 복권 당첨일 것이다. 복권 당첨은 일시적으로 자신을 고통스럽게 얽매어 왔던 경제적 제약을 일시에 풀어주는 방식으로 뇌에서 도파민 폭발을 유도한다. 복권 당첨에 의한 도파민 폭발은 삶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붕 뜨게 만든다. 복권 당첨자들은 이런 비현실적 경험을 천국이라고 묘사한다.

확률로도 표시되듯 복권 당첨은 섭리의 설계 오류가 노출된 것이어서 가능성이 정말로 희박하다. 복권 당첨이 특정한 사람에게 준 천국에 대한 체험은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회수된다. 회수 당하는 과정은 당첨자에게 지옥의 경험을 선사한다.

평범한 삶을 살던(1단계)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면 도파민 폭발(2단계)을 경험한다. 도파민 폭발이 준 천국의 체험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에게 준 당첨금을 이용해서 비슷한 도파민 체험을 줄 수 있는 것에 탕진하기 시작한다(3단계).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여행도 다녀가며 쾌락을 상습적으로 즐긴다. 다 도파민이 촉발한 행동이다. 도파민이 주는 쾌락은 물리는 효과(Satiation Effect)가 있어서 같은 투입으로 같은 도파민 분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슷한 천국의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입을 늘이지만 효과성은 점점 떨어지고 결국 복권 당첨금을 탕진한다(4단계).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마약이다. 마약은 즉각적 도파민 폭발로 천국의 체험을 주고 다시 약 기운이 떨어지면 지옥의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중독시킨다.

복권 당첨은 은유적으로 보면 우리 일상 영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견된다. 부모의 월등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특출한 머리를 타고나거나, 뛰어난 외모를 갖거나,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모두 유전자 복권이다. 본인이나 부모가 이런 유전자 복권 당첨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 재력이 있는 재벌 부모 밑에 태어난 것도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 태어난 것도 복권 당첨이고, 여성이나 남성으로 태어난 것도 복권 당첨이고, 조선시대 태어나지 않고 지금 Z세대나 알파 세대로 태어난 것도 복권 당첨이다. 이런 복권 당첨금의 행운을 무시해가며 당첨금의 관리를 자신이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적 탐욕이나 쾌락을 극대화 시키는데 흥청망청 사용한다면 이 사람의 마지막 운명은 일반 도파민 중독자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유전자 복권 뿐 아니라 벼락 성공을 하거나 벼락 출세를 한 사람들도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는 삶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말 근소한 차이로 천 운으로 선출직에 당선된 정치가도 비슷한 운명이다. 지나치게 좋은 운은 섭리의 설계 오류로 생긴 것으로 이런 운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첨금을 탕진한다면 반드시 재조정의 과정을 통해 지옥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복권 당첨자의 불행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행복과 웰빙을 구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연구되기 시작한 유데모니아 행복이나 웰빙이 그 비밀이다. 지금까지 뇌과학 연구를 종합하면 유데모니아 웰빙과 행복은 도파민 시스템을 내재적으로 통제 가능하게 만든 경우다. 이런 통제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내면의 나침반이 요구된다.

내면의 나침반은 자신의 존재목적이라는 플러스 극과 자신에게 고유한 문제를 풀 때 생기는 고통을 그대로 직시하고 해결하는 마이너스 극이 내면의 발전소로 작동할 때 생성된다. 내면의 발전소를 통해 생성되는 도파민은 내재적으로 통제 가능하다. 나침반이 작동되는 삶이란 자신이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는 순간 실현하기로 약속한 존재목적을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실현할 수 있는 상태의 근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나침반이 작동해 목적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고통을 이겨가며 한발 한발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체험이 내재적으로 통제된 도파민을 분비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유데모니아 행복이나 웰빙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나에 대한 체험이다. 또한 이런 체험이 내재적으로 피드백 되어 내일도 웰빙이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이 유데모니아 행복과 웰빙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삶은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내면의 나침반을 세우고 도파인을 통제할 수 있는 삶의 근력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만 체험한다.

수 많은 정자를 제치고 난자에 안착해서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도 넓은 의미로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 당첨이다. 나를 태어나게 한 힘 있고 빠른 정자를 위해서 내가 기여한 바가 없다. 나를 태어나게 한 정자의 주인공이 된 것은 다 신이 대신 뽑아준 복권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상에 태어난 복권에 당첨된 행운을 부인해가며 자신의 쾌락적 행복과 웰빙에만 몰입해 산다면 복권 당첨자의 불운이 찾아온다. 내면의 나침반을 세우고 나침반이 이끄는 목적을 실현해 당첨자로 세상에 빚을 갚는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행복을 지속할 수 없다.

삶에 대한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시점에 자신이 약속한 존재 목적이 어느 정도 실현했는 지가 자신이 세상에 남긴 유산의 크기를 결정한다. 유산이란 자신이 세상을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지, 더 건강해졌는지의 문제다. 유산을 많이 남긴 사람의 공통점은 이승에서도 유데모이아 행복을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는 산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행복의 씨앗으로 발아된다. 기억의 유산으로 이런 행복 씨앗을 남겨 산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든 사람들이 아마도 죽어서도 천국에서 같이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 이들이 천국에서도 유데모니아를 누릴 장본인일 개연성이 높다.

지금 천국에 있는 개연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승에서도 유데모니아 기반한 천국의 삶을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게 유데모니아 천국을 선사한 사람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