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는 진성리더의 변화전략을 담은 실천 매뉴얼이다. 리더의 존재이유는 변화이고 약속한 변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리더는 리더십 스킬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실패한 리더다. 진성리더는 변화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이익과 기득권 때문에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보다 급진거북이로 상징되는 촘촘하고 세련되고 더 현명한 변화관리 전략을 집행한다. 진성리더의 급진거북이 전략은 미시전략과 거시전략으로 나뉜다.

미시전략은 조용한 반역 전략에서 시작한다. 조용한 반역은 제도의 의미를 이해해야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이다. 제도의 본질은 딱딱한 규칙이나 규칙 위에 세워진 건물이 아니라 어떤 관행에 대해 구성원들이 딴지를 걸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제도는 구성원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다. 변화란 A라는 상식적 마음 상태를 B라는 더 나은 상식적 마음 상태로 만드는 작업이다. B라는 상식의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B에 맞는 규칙을 만들거나 B의 건물을 세우는 전략은 반드시 실패한다. 암묵적 가정이 변화하지 않았는데 겉모양만 바꾸는 회사의 기업문화 변화운동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다.

조용한 반역은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작지만 상징적 변화를 수행하고 이 변화가 새로운 당연한 마음의 상태 즉 상식이 되도록 반복하는 전략이다. 새롭게 시작한 관행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붙박이 즉 박힌 돌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조용한 반역은 기존의 질서나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뿌리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이고 비폭력적으로 가랑비에 비젖듯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성경에는 급진거북이의 미시전략과 거시전략의 사례가 차고 넘친다. 구약 룻기의 나오미와 보아스 이야기가 전형적인 조용한 반역이다.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모든 것을 상실한 채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당시 이방인 며느리 룻까지 데리고 돌아오는 것은 당시 사회 관습이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는 선택이었으나 나오미에게는 사랑하는 롯을 위한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나오미는 베들레헴 땅에 자신 남편의 지분이 있었으나 자신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던 굴러온 돌이라는 생각에 지분을 청구하는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일단 박힌 돌로 받아들여지는 조용한 반역의 방식을 택했다.

나오미는 며느리 룻에게 자신의 지분이 있는 보아스의 밭에서 이삭을 줍는 일을 시켰다. 자신에게 지분을 청구 하지 않고 이삭이라도 주어서 생계를 유지하려는 나오미와 룻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보아스는 이삿을 일부러 떨어트리기도 하고 일꾼으로 고용하기도 하고 마을 청년들에게서 보호하는 호의를 베푼다. 나오미의 조용한 반역이 성공해 베드레헴 마을에 붙박이로 받아들여지자 나오미는 이 토대를 기반으로 룻이 보아스와 맺어질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조용한 반역의 다음 계획을 집행한다.

다음 라운드는 나오미가 자신의 며느리를 보아스와 연결시키려는 계획이다. 이는 사회 질서에 대한 전면적인 대결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과 룻의 삶을 재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조용한 형태의 저항이자 모험이었다. 나오미는 스스로를 "비어 돌아왔다"고 말하며 절망하는 듯 보였지만, 내면에는 땅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를 통해 가계를 승계하겠다는 존재목적에 대한 의지가 숨어 있었다. 이런 조용한 반역이 성공했던 이유는 며느리 룻에 대한 믿음과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

나오미의 며느리에 대한 사랑에 감화된 보아스도 '조용한 반역'에 동역자로 나선다. 당시 이방인 여인이었던 룻과의 관계 형성은 사회적으로 복잡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아스는 룻의 성실함과 나오미에 대한 효심에 감동해, 그녀를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라 '덕 있는 여인'으로 마음에 받아들인다.

'조용한 반역'이 낳은 혁명적 결과

나오미와 보아스의 '조용한 반역'은 결국 룻과 보아스의 결혼으로 이어지고, 이들 사이에서 오벳이 태어난다. 오벳은 다윗 왕의 할아버지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다. 나오미가 룻과 보아스 사이 데이트 스케쥴에 개입하는 조용한 반역이 없었다면 예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오미의 며느리에 대한 사랑에 기반한 조용한 반역이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한 민족의 역사와 구원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나오미, 룻, 보아스의 서사는 거창한 혁명이나 외부의 강력한 압력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 책임감, 그리고 존중을 통해 사회적 관습과 질서 안에서 근원적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설명한다.

나오미가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남편의 지분을 청구해가며 보아스와 율법적 분쟁을 일으켰다면 나오미는 승소해 당대에는 편하게 살았겠지만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조용한 반역'의 핵심이다.

룻기의 이야기는 근원적 변화는 누군가의 조용한 반역으로 씨가 뿌려지고 이 씨가 구성원에게 측은지심을 일으켜 이 씨앗이 구성원들 마음에도 받아들여짐을 통해 시작됨을 증거한다. 근원적 변화는 변화가 구성원들 마음에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태에 도달함을 통해 완성된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