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전략과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고사성어는 회사후소 (회사후소, 繪事後素)다. 직역하면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을 마련한 이후의 일이다" 라는 뜻이지만 의역하면 "모든 일은 기본을 갖춘 후에 해야 한다"는 의미나 "본질이 있는 연후에 꾸밈이 의미가 있다"는 의미다. 본질이 텅 빈 깡통이 꾸밈만 가득할 때 더 시끄러운 소리가 남을 풍자한다.

전략도 마찬가지다. 전략의 본질은 자신의 선한 내재적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인데 선한 의도가 없거나 이기적 의도를 숨기기 위해 전략을 사용하면 전략은 선한 사람을 헤치는 무기로 전락한다.

대선 후보들의 토론에 대한 논평을 들어보면 누가 자신 존재에 대한 진실이 없는 상태에서 화려한 꾸밈으로 임기웅변식으로 연기하는 유사리더인지가 금방 드러난다. 곧장 탄로 날 연기와 거짓도 순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서슴없이 내뱉는 모습을 보면 이들 후보들의 텅 빔과 대범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꾸밈과 연기에 능수능란한 유사리더의 백미는 아마도 이준석이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이 참가하는 토론을 보면 상대를 격하시키고 자신을 고양시켜 토론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전략적 의도가 없는 토론자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본질과 진실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숨겨가며 싸움을 이기기 위해 수없이 많은 블러핑 전략을 사용한다. 역설적으로 블러핑 전술에 승부를 거는 사람들은 진실한 의도가 없음에 대한 고백이다. 이준석이 사용하는 대부분 토론 기술은 이미 협상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잘 알려진 블러핑 전술이다.

첫째, 허수아비 전술(Strawman Tactics)다. 이 전략은 상대의 조그만 약점을 잡아서 상대 전체의 인격적 문제인 것처럼 확대하고 일반화 하여 공격하기 쉬운 허수아비로 만드는 전략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 상대가 엄청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악마화하거나 조롱한다. 평상시에 상대에게 내가 네 허수아비냐고 물어가며 조심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허수아비 전술에 넘어간다.

둘째, 거미 전술(Spider Web Tactics)이다. 거미 전술은 상대가 모르는 잘못된 사실이나 자신도 잘 모르는 어려운 용어를 도입해 상대가 이런 미끼를 물고 자신의 논리적 함정인 거미집에 먹잇감으로 잡히면 거미줄로 묶어 놓고 잡아 먹는 전략이다. 토론 시에는 거미 전술을 쓰는 장본인이 전제로 깔고 있는 가정의 진실성이나 사실에 대한 팩트 체크도 안되고 새롭게 도입한 어려운 용어에 대해 본인이 이해했는 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여놓고 상대가 미끼를 물면 거미집의 독설적이고 세련된 논리로 상대를 공격해서 제압한다. 거미집은 세상과 고립된 사람들이 자신이 숨어있는 논리적 이론적 토대이다. 거미집에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음모론자로 전락한다. 방송에서 토론자가 거미집 전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토론을 지켜보던 청중이 기억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거미에게 처참하게 잡혀 먹힌 상대 토론자의 비참한 모습 뿐이기 때문이다.

셋째, 갈라치기 전술(Divide and Control Tactic)이다. 현실을 모르지만 책으로만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원론 신봉자이거나 갈라치기의 대가다. 이원론은 학자들이 현실을 한 쪽으로 왜곡해서 만든 개념이지 현실 자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원론자들은 모든 것을 이원론으로 나눠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택해서 이것만 올바른 현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반대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열등한 사람으로 갈라치기 하여 제압한다. 이들이 제압되는 순간 세상은 반쪽 세상이 되고 이 반쪽 세상만을 위한 제왕으로 등극한다.

넷째, 꼬리 짜르기(Scape Goat Tatics) 전술이다. 자신에 관련된 문제가 발견되면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신의 과거 선행 등을 부각시켜 물타기 전략을 쓰거나 자신과 같이 일했던 아픈 손가락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꼬리자르기 방식을 사용한다. 책임은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다. 이기기 위한 말싸움에 숙련된 사람들은 남들의 아픔을 감내할 용기가 없다. 화려한 겉모습에 끌려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떠나지만 꼬리 자르기 명수는 이런 사람도 자신의 화려함에 끌려왔던 불나방이라고 공격한다.

다섯째, 스폿라이트 (Spotlight Tatic) 전술이다. 진실을 숨기고 연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청중이 많은 방송이다. 이들은 진실과 거짓에 상관없이 스폿라이트가 집중되는 방송에 출연해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해 기사를 만들어 낼 때 자신의 존재가치가 올라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가진 나름의 화려한 유전자 복권을 이용해 방송을 타기 시작하고 새로운 기사를 뉴스로 내야만 하는 방송의 속성에 맞춰 기삿거리를 제공해준다. 이들의 도피처와 안식처는 방송이다. 이들은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지독한 고립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진실이 텅 빈 사람들이 블러핑 재주를 부려 방송을 타기 시작하는 순간 이들은 방송이 만든 괴물로 전락한다.

이들 전술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진실은 없지만 자신을 있는 것처럼 꾸미고 싶은 여우 전략이다. 여우는 자신을 고양시키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든 블러핑 전술을 동원해 잔머리를 굴린다. 오늘 상대의 허점을 잡아서 공격하다 작전이 안 먹히면 내일은 방향을 바꾸어서 다시 공격하고 모래는 다른 작전으로 공격한다. 이들의 토론이나 협상을 지켜보면 계산기로 잔머리를 굴리기 위해 눈동자가 분주해 빙글빙글 돌아간다.

진실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여우의 집요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고슴도치처럼 이 놈이 또 왔네 외치고 몸을 웅크려 진실을 방어한다. 여우가 아무리 뛰어난 전술을 써서 고슴도치를 공격해도 고슴도치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쓰는 몸 웅크림이라는 단순한 전략을 사용한다. 전략의 승부처는 블러핑이 아니라 진실을 지키고 실현하려는 의도다. 여우가 모든 싸움에서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겨서 자신의 것을 취하려는 이기심 말고는 전략적 의도가 없다. 전략에 진실한 의도가 표출될 때만 참여자로부터 다양한 협력, 협업,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 낸다. 진실한 의도로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진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승리를 챙취한다.

자신을 고양하거나 자신만 이기는 것 빼고는 전략적 의도가 없는 여우 전략이 사람들에게 파악되기 전에는 여우도 한 때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준석류의 여우 전략을 파악하고 쉽게 대응한다. 심지어는 토론 중 여우 전략을 조목조목 지적해가며 하지 말라고 훈계하는 토론자도 생겼다. 여우 전략이 고스란히 고슴도치에게 파악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여우는 절대로 고슴도치를 이기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머리는 있는데 현실을 모르는 헛똑똑의 운명은 비슷하다. 자기들끼리 SNS를 공유해가며 울림없는 메아리로 자화자찬을 일삼던지 아니면 진짜로 사악한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노예로 전락해 이들에게 평생 봉사해가며 몰락하는 운명이다. 머리가 텅 비어 있음에 대한 죄값이다.

한때 풍미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준석과 같은 부류의 헛똑똑이가 넘쳐 났고 이들이 이기적 행동을 보여도 여기저기 먹거리가 풍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기울어지고 경기 거품이 꺼지고 모두가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각자도생의 진화론을 외치는 이들의 문제는 다른 문제다. 이들 잔당의 전술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선 자신이 지켜야 할 진실의 무게와 진실에 대한 약속을 감당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