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을 운용하고 있는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회장 이창준)에는 자신의 자저전을 쓰는 <노마드 클럽>도 있고 전문작가로 책을 내는 <거인의 여정>이라는 클럽이 있다. 다양한 책이 나왔는데 얼마 전에 출판된 책이 <#아이가_최고의_스승이었다( #성안북스)>다.

이 책이 갑자기 오늘 이 시점에서 다시 소환된 이유는 대선 3차 토론을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다 여성과 장애인과 소수자에게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이들을 갈라치기 해가며 폄하하고 차별하는 이준석과 같은 괴물을 대선후보로까지 세우게 되었을까 대한 생각 때문이다.

책의 제목대로 누구에게 참 스승이 된다는 것은 지식을 가르쳐준다는 것 이상의 지혜를 나눠준다는 의미다. 더 많은 지혜를 전수하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지만 더 나아가 스승의 본질은 제자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스스로를 삶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다. 아픈 이들을 긍휼의 사랑으로 돌보고 이들을 삶의 주인으로 세워주는 사람이 참 스승이다.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에서 인용하는 레비나스는 지식을 넘어 최고의 문제해결력 심연에 자리한 사랑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타자가 최고의 스승이라고 설명한다. 고통을 가진 타자를 사랑해가며 타자의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스승됨의 두 가지 이슈를 한 몫에 해결해준다. 타인의 고통조차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그릇 크기인 인격의 확장을 의미하고 갖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도출한 것은 혁신적 결과를 산출한다. 고통으로 아파하는 상대를 온전한 타자로 받아들여 인격적으로 사랑할 수 없었다면 이런 질적 성장은 불가능했다.

레비나스는 인간은 제대로 된 타자되기를 통해 성숙한 윤리적 인간으로 성장한다고 조언한다. 타자되기는 자신이 안주해왔던 동일성의 범주에서 탈주해서 대문자로서 자신의 가면을 벗고 고통을 가진 타인의 맨 얼굴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을 더 큰 공동체의 울타리에 초대하여 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식은 자신의 몸을 통해 유전자를 공유하는 상태로 태어났어도 부모의 동일성에 의해서 쉽게 포획되지 않는 최초의 타자다. 부모는 자식을 동일성 범주에 따라 자신의 밈이자 모범생으로 길들이기 위해 시도하지만 이 시도는 대부분이 실패한다. 역으로 자식은 부모의 이기심을 초토화 시키는 최초의 스승이다. 부부간 강력한 연합전선을 펴도 아이는 쉽게 포획되기를 거부한다. 가끔은 포획된 것처럼 모범생 모드를 보이지만 포획된 것처럼 연기한 것이다. 자식은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도 순진한 얼굴로 부모를 길들인다. 길들이다 실패해도 나를 버리지 말고 그냥 나를 나로서 사랑해주세요라는 주문을 내린다. 자식은 우리에게 나를 통해서 태어났어도 절대로 내 소유가 될 수 없다는 타자성을 가르쳐 내가 윤리적 주체로 거듭날 것을 명령하는 최초의 스승이다. 자식을 키워보지 못했음에도 타자윤리를 습득해 존경받는 리더로 거듭난 신부, 수녀, 스님, 성직자들은 비범한 사람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안 들리는 경우는 집안에 장애아가 있거나 말썽꾸러기로 일컬어지는 아픈 손가락이 있는 집안의 부모를 상상해보면 된다. 장애아나 문제가가 있는 부모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더 큰 타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런 아픈 손가락에 해당하는 자녀가 부모에게 더 큰 스승(타자)이다. 이런 아픈 손가락을 가진 부모들은 다른 부모보다 본능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타자로 환대하는 더 큰 자아를 습득한다. 이들 아픈 손가락을 스승(타자)으로 모시고 제대로 환대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성경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도 아픈 손가락에 대한 상징적 은유다. 여기에 등장하는 둘째는 재산을 탕진하고 망나니로 떠돌다가 거지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이 아이를 스승으로 삼고 살았던 아버지는 아들이 회개하고 돌아오자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한다. 상대적으로 덜 아픈 손가락이었던 맏아들은 평생 아버지의 곁을 지켰지만, 동생에게 베풀어진 아버지의 환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돌아온 탕아는 아버지의 포기할 수 없었던 아픈 손가락이다. 아버지가 마을에서 그리 순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탕자 아들 덕이었다.

부모를 잘 만나 좋은 머리를 갖게 되고 여기에 부모가 재력이 있어서 유학까지 보내줄 정도면 탕자의 비유에서 특급 맏아들에 해당한다. 장애인이나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은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선거철만 되면 성비하의 도구로 사용되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둘째 아들로 태어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둘째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유전자 복권 당첨자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돈 많고 머리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신이 뽑아 준 유전자 복권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당첨된 것이다.

유전자 복권을 타고난 이준석이 돌아온 탕자와 같은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자신이 부모가 되어 본 적도 없고 아픈 손가락을 가져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픈 손가락을 비난할 수 있다고 해도 유전자 복권 당첨자인 이준석이 장애인과 여성과 성소수자를 폄하하는 것은 비인륜적 행위다. 이준석을 추종하는 펨코라고 불리는 카페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누군가의 아픈 손가락일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레비나스 주체 윤리학에서 타자와 나는 동급이 아니다. 타자를 나보다 더 높은 자리에 놓고 스승으로 삼을 것이 요구된다. 이런 타자되기는 진성 서번트 리더가 부하들을 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세상의 어떤 사랑도 긍휼의 사랑을 이길 수는 없다. 긍휼은 서로간 타자성을 지켜내는 원천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타자성을 인정해가며 긍휼로 사랑하고 일으켜 세워질 때 다양성은 간주간적으로 휘어져 환대의 공동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계엄과 내란을 일으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윤석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전자 복권 당첨자였다. 공부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진 부모 밑에 태어나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9수를 시킬만큼 재력이 있는 부모 밑에 태어난 것도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이번 대선 토론에서 이준석을 40대 윤석열이라고 지적한 권영국 후보는 연륜에 맞는 촌철살인의 조언을 한 셈이다. 윤석열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준엄한 경고다.

유전자 복권 신봉론자이자 자식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이준석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